[특집]
매일 걷는 길 위에서 마주하는 기억의 장소
'기억과 빛' 공간지킴이, 활동가 곽재인
처음 기억공간에서의 활동은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TV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고, 이 공간이 시청역 한켠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생각보다 협소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밝게 빛나는 간판과 정돈된 내부를 보며, 이곳이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속에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크게 자리했던 기억에 비하면, 이렇게 작고 눈에 띄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활동을 하며 제게 울림을 준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었습니다. 특히 10주기 무렵에는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꽃을 준비해 먼 길을 달려오신 분들의 정성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잊지 않고 싶어서 왔다'는 그분들의 마음은 공간을 지키는 제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우연히 이끌리듯 들어오시거나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 안부를 묻듯 들러주시는 발걸음들도 참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기억은 멀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종종 대안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참사 당시 아주 어렸을 친구들이 세월호 소식지('사월십육일의약속') 속, 자신들이 참여했던(4·16 청소년 자전거 순례 '집으로 가는 길')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저는 그 당시에 스스로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이미 자신의 삶 속에서 기억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모습을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제가 근무할 때 매번 마주하게 되는 분들의 이야기도 꼭 하고 싶습니다. 매주 날씨와 상관없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시는 분들,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을 이어가는 분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기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어깨를 맞대고 이어가는,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분들과 함께할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마음을 채웁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 제게 세월호는 안타까운 타인의 일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며 점차 모두의 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여러 사회적 참사를 마주하며, 기억이란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경각심을 갖는 '책임'의 영역임을 배웠습니다.
때로는 '언제까지 이 이야기를 할 거냐'는 차가운 시선에 마음이 위축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 누구나 오가다 마주칠 수 있는 이 공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다행입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기억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책임져야 할 것들을 붙잡는 힘입니다. 이 공간이 단지 슬픔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약속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많은 분의 기억이 이 공간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특집]
매일 걷는 길 위에서 마주하는 기억의 장소
'기억과 빛' 공간지킴이, 활동가 곽재인
처음 기억공간에서의 활동은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TV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고, 이 공간이 시청역 한켠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생각보다 협소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밝게 빛나는 간판과 정돈된 내부를 보며, 이곳이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속에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크게 자리했던 기억에 비하면, 이렇게 작고 눈에 띄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활동을 하며 제게 울림을 준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었습니다. 특히 10주기 무렵에는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꽃을 준비해 먼 길을 달려오신 분들의 정성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잊지 않고 싶어서 왔다'는 그분들의 마음은 공간을 지키는 제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우연히 이끌리듯 들어오시거나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 안부를 묻듯 들러주시는 발걸음들도 참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기억은 멀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종종 대안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참사 당시 아주 어렸을 친구들이 세월호 소식지('사월십육일의약속') 속, 자신들이 참여했던(4·16 청소년 자전거 순례 '집으로 가는 길')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저는 그 당시에 스스로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이미 자신의 삶 속에서 기억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모습을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제가 근무할 때 매번 마주하게 되는 분들의 이야기도 꼭 하고 싶습니다. 매주 날씨와 상관없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시는 분들,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을 이어가는 분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기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어깨를 맞대고 이어가는,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분들과 함께할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마음을 채웁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 제게 세월호는 안타까운 타인의 일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며 점차 모두의 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여러 사회적 참사를 마주하며, 기억이란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경각심을 갖는 '책임'의 영역임을 배웠습니다.
때로는 '언제까지 이 이야기를 할 거냐'는 차가운 시선에 마음이 위축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 누구나 오가다 마주칠 수 있는 이 공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다행입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기억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책임져야 할 것들을 붙잡는 힘입니다. 이 공간이 단지 슬픔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약속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많은 분의 기억이 이 공간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