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십육일의약속 2025. Spring&Summer vol.08

코너명 | 주제 |
편집인의 글 | 우리는 4.16생명안전공원을 향해 갑니다 |
특집 1 | 서로 연결되고 함께 싸우는 장소, 그곳이 광장 / 광장의 청년들이 말하는 12.3 내란과 ‘다시 만난 세계’ |
특집 2 | 법학자와 함께 묻는 재난참사와 국가의 책무 /국민의 안전은 헌법이 보장한 국가의 기본 의무 |
진상규명 1 | 한없이 비루했던 자들의 귀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자들의 귀환 |
진상규명 2 | 재난 피해자 권리의 선진사례를 돌아보다 / 영국과 프랑스, ‘재난의 진실 규명은 공동체의 의무’ |
포토스토리 | 4.16생명안전공원 착공 / 엄마 아빠는 10년 10개월을 싸워 오늘을 열었다 |
인터뷰 |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 / 작은 새의 날갯짓이 가리키는 곳으로 우리는 행진한다 |
다른 참사를 만나다 | 피해자와 함께 쓴 백서로 돌아본 ‘12•21제천화재참사’ / 겹겹의 벽에 가로막힌 화재 참사의 진실을 증언하다 |
4.16기억공간 소개 | 광주 남구 세월호·이태원 참사 기억공간 ‘밤에도 빛나는 길’ / 기억의 빛은 모든 곳을 비춘다 |
단체 탐방 | 수원4.16연대 / 우리는 탄탄히 뿌리 내린 기억과 약속의 공동체 |
4.16가족들을 소개합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모임 ‘두때날 9988123’ / 눈물로 짓무른 몸이 북을 두드리고 춤출 때 |
리뷰 | 『가장 보통의 재난』과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 / 재난을 말하는 목소리, 인간의 존엄을 묻다 |
만화 | 겨울에 받은 부고 |
활동 소개 | 주요활동보고 |
2024년 하반기(7~12월) 재정 보고 |
함께하는 사람들 | 2025년 임원 |
소식지 다운로드
10년 그리고 또 1년, 우리는 미래로 갑니다
편집인의 글은 모든 원고를 마감할 즈음 씁니다. 2025년 봄·여름호를 기획할 때만 해도, 지금쯤이면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됐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시민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매일같이 광장에 나섭니다.
‘내란성 불면’ ‘내란성 우울’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비상계엄 이후 시민들이 느낀 충격은 몹시 큽니다. 저 또한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종종 내란성 불면에 시달렸습니다.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뉴스를 검색하다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잠들기 일쑤였습니다. 늦은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 해제 선언이 이루어질 때까지 공포로 밤을 지새운 기억이 있다 보니, 잠든 사이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습니다.
더구나 국회로 군대를 보내고 시민을 향해 ‘처단’ 운운하는 포고령을 내린 대통령이, 그저 어리석거나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니라는 증거가 나날이 드러났습니다. 비상계엄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에 불과하다는 대통령의 망언에 여당이 동조하고, 증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극우세력이 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회를 이루기 위한 약속의 최저선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습니다.
광장에서 저는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여는 집회에 갈 때면 노란 천막을 찾았습니다.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함께하는 이 천막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16분부터 노란 리본과 주먹밥을 나누었습니다.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자신을 세월호 세대이자 이태원 세대로 명명한 청년들을 향한 연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집회에 와서 노란 리본을 발견한 청년들(대부분은 2030여성들입니다)은 반가운 무엇인가를 만난 듯 환히 웃으며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양손을 둥글게 모아 그것을 소중히 받아 갑니다. 그들의 손이 감싸 안은 것이 그저 작은 리본 하나가 아님을 알기에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내란수괴가 석방된 날, 좌절과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가슴을 누르며 세월호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긴 시간 동안 가슴이 셀 수도 없이 무너져내렸을 게 분명한 부모들이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청년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며 격려하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습니다.
윤석열의 파면 여부가 각자의 삶과 공동체의 안녕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만 마냥 바라보며 초조해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시민들과 함께 남태령을 넘은 ‘전봉준 투쟁단’은 3월 25일 화요일, 서울로 다시 진격할 것을 예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주니 다음주니, 인용이니 기각이니, 무의미한 말잔치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이 답답한 정세를 돌파할 굳센 투쟁, 오직 투쟁만이 우리의 몫이며, 역사와 민중이 내린 천명입니다.”
기억과 약속은, 늘 투쟁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10년 그리고 또 1년. 우리는 더욱 굳세게 미래로 가는 길을 이야기합시다.
2025년 열한번째의 봄
사월십육일의약속 편집위원장 박희정
사월십육일의약속 2025. Spring&Summer vol.08
코너명
주제
편집인의 글
우리는 4.16생명안전공원을 향해 갑니다
특집 1
서로 연결되고 함께 싸우는 장소, 그곳이 광장
/ 광장의 청년들이 말하는 12.3 내란과 ‘다시 만난 세계’
특집 2
법학자와 함께 묻는 재난참사와 국가의 책무
/국민의 안전은 헌법이 보장한 국가의 기본 의무
진상규명 1
한없이 비루했던 자들의 귀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자들의 귀환
진상규명 2
재난 피해자 권리의 선진사례를 돌아보다
/ 영국과 프랑스, ‘재난의 진실 규명은 공동체의 의무’
포토스토리
4.16생명안전공원 착공
/ 엄마 아빠는 10년 10개월을 싸워 오늘을 열었다
인터뷰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
/ 작은 새의 날갯짓이 가리키는 곳으로 우리는 행진한다
다른 참사를 만나다
피해자와 함께 쓴 백서로 돌아본 ‘12•21제천화재참사’
/ 겹겹의 벽에 가로막힌 화재 참사의 진실을 증언하다
4.16기억공간 소개
광주 남구 세월호·이태원 참사 기억공간 ‘밤에도 빛나는 길’
/ 기억의 빛은 모든 곳을 비춘다
단체 탐방
수원4.16연대
/ 우리는 탄탄히 뿌리 내린 기억과 약속의 공동체
4.16가족들을 소개합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모임 ‘두때날 9988123’
/ 눈물로 짓무른 몸이 북을 두드리고 춤출 때
리뷰
『가장 보통의 재난』과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
/ 재난을 말하는 목소리, 인간의 존엄을 묻다
만화
겨울에 받은 부고
활동 소개
주요활동보고
2024년 하반기(7~12월) 재정 보고
함께하는 사람들
2025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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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그리고 또 1년, 우리는 미래로 갑니다
편집인의 글은 모든 원고를 마감할 즈음 씁니다. 2025년 봄·여름호를 기획할 때만 해도, 지금쯤이면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됐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시민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매일같이 광장에 나섭니다.
‘내란성 불면’ ‘내란성 우울’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비상계엄 이후 시민들이 느낀 충격은 몹시 큽니다. 저 또한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종종 내란성 불면에 시달렸습니다.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뉴스를 검색하다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잠들기 일쑤였습니다. 늦은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 해제 선언이 이루어질 때까지 공포로 밤을 지새운 기억이 있다 보니, 잠든 사이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습니다.
더구나 국회로 군대를 보내고 시민을 향해 ‘처단’ 운운하는 포고령을 내린 대통령이, 그저 어리석거나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니라는 증거가 나날이 드러났습니다. 비상계엄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에 불과하다는 대통령의 망언에 여당이 동조하고, 증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극우세력이 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회를 이루기 위한 약속의 최저선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습니다.
광장에서 저는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여는 집회에 갈 때면 노란 천막을 찾았습니다.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함께하는 이 천막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16분부터 노란 리본과 주먹밥을 나누었습니다.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자신을 세월호 세대이자 이태원 세대로 명명한 청년들을 향한 연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집회에 와서 노란 리본을 발견한 청년들(대부분은 2030여성들입니다)은 반가운 무엇인가를 만난 듯 환히 웃으며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양손을 둥글게 모아 그것을 소중히 받아 갑니다. 그들의 손이 감싸 안은 것이 그저 작은 리본 하나가 아님을 알기에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내란수괴가 석방된 날, 좌절과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가슴을 누르며 세월호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긴 시간 동안 가슴이 셀 수도 없이 무너져내렸을 게 분명한 부모들이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청년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며 격려하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습니다.
윤석열의 파면 여부가 각자의 삶과 공동체의 안녕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만 마냥 바라보며 초조해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시민들과 함께 남태령을 넘은 ‘전봉준 투쟁단’은 3월 25일 화요일, 서울로 다시 진격할 것을 예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주니 다음주니, 인용이니 기각이니, 무의미한 말잔치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이 답답한 정세를 돌파할 굳센 투쟁, 오직 투쟁만이 우리의 몫이며, 역사와 민중이 내린 천명입니다.”
기억과 약속은, 늘 투쟁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10년 그리고 또 1년. 우리는 더욱 굳세게 미래로 가는 길을 이야기합시다.
2025년 열한번째의 봄
사월십육일의약속 편집위원장 박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