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영화 〈바다호랑이〉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
진수영(참교육 실장)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로 활동하다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생을 마감한 세월호의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별명이었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한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그를 모티프로 한 인물 ‘나경수’를 통해 국가가 외면한 이들의 고통과 치유를 말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소식을 듣고 스스로 나선 민간 잠수사들. 정부와 해경이 구조를 방기한 바다에서,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목숨을 걸고 잠수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물속에 들어가며 위험을 무릅쓴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해경의 제대로 된 지휘 체계 없이 사명감 하나로 희생자 수습과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잠수 시간을 초과해 기절하거나, 물속에서 꺼낸 아이들의 기억에 시달려 가족과의 살가운 접촉조차 피했다. 무리한 활동으로 뼈 조직이 죽어가는 골괴사가 진행되거나,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생업마저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몇몇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경의 퇴거 명령에 따라 쫓겨나다시피 현장을 떠나야 했던 7월 10일까지, 석 달여 간 이어진 이들의 헌신 덕분에 희생자들의 시신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고통이었고, 국가는 그 고통을 외면했다.
영화는 그들이 겪은 ‘지옥 같은 시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나경수는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 선임자였던 류창대(실제 인물 공우영 씨)가 동료 잠수사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자 법정 증인으로 서게 된다. 그는 분노한다.
“부려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정부가 이럴 수 있냐.”
“수색에 앞장선 형님 앞에서 국가가 이러면 안 되지!”
실제 이 사건에서 검찰은 해경이 아닌 공우영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무죄를 확정했다. 공 씨가 무죄라면, 그렇다면 누가 유죄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해경은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재판은 단지 류창대의 무죄를 밝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참사 현장에서 모든 것을 던진 민간 잠수사들의 희생과 헌신, 존엄을 회복하는 싸움이었다. 경수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지옥을 다시 들춰낸다. 비좁은 통로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빠져나오며, 그저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 컸다. 뼛속까지 스며든 고통과 트라우마, 꺼내온 아이들이 밤마다 찾아와 울며 묻는다.
“왜 구해주지 않았냐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5·18 민중항쟁과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교도소와 상무대로 끌려간 이들이 매일같이 고문당하며 살아남았던 지옥의 풍경,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가족의 손길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삶은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세월호 참사 역시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어떤 고통을 겪는가.” “그 고통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지난 8월 5일, CGV 대학로에서 열린 〈바다호랑이〉 특별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GV)는 그 고통을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였다. 영화가 끝난 뒤 무대에 오른 황병주 416민간잠수사회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거의 전원이 가장 생생할 때 인터뷰에 응했고, 그 내용이 나경수 씨를 통해 현실감 있게 잘 표현됐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이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인 김순길 님은 영화를 보고 눈물짓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써주신 잠수사님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오히려 책임을 전가한 정부를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국가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구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해경이 아닌 민간 잠수사님들이 고통을 안고,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아이들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써주신 것을 몰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합니다. 김관홍 잠수사님처럼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아이들 곁으로 가는 이가 없기를, 저희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힘쓰겠습니다.”
정윤철 감독은 “이 영화가 잠수사분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유가족분들을 위한 영화라고도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것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바다호랑이〉는 단지 과거의 고통을 되새기는 영화가 아니다. 살아남은 자들,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안아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기억하고, 함께 걸어야 한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함께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이 필요하다. 영화 〈바다호랑이〉의 공동체 상영은 그 책임을 나누는 연대의 행동이 될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공동체 상영으로 기억과 책임의 약속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함께 보고 울고 기억하는 그 시간이 우리 사회가 치유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리뷰] 영화 〈바다호랑이〉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
진수영(참교육 실장)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로 활동하다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생을 마감한 세월호의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별명이었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한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그를 모티프로 한 인물 ‘나경수’를 통해 국가가 외면한 이들의 고통과 치유를 말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소식을 듣고 스스로 나선 민간 잠수사들. 정부와 해경이 구조를 방기한 바다에서,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목숨을 걸고 잠수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물속에 들어가며 위험을 무릅쓴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해경의 제대로 된 지휘 체계 없이 사명감 하나로 희생자 수습과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잠수 시간을 초과해 기절하거나, 물속에서 꺼낸 아이들의 기억에 시달려 가족과의 살가운 접촉조차 피했다. 무리한 활동으로 뼈 조직이 죽어가는 골괴사가 진행되거나,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생업마저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몇몇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경의 퇴거 명령에 따라 쫓겨나다시피 현장을 떠나야 했던 7월 10일까지, 석 달여 간 이어진 이들의 헌신 덕분에 희생자들의 시신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고통이었고, 국가는 그 고통을 외면했다.
영화는 그들이 겪은 ‘지옥 같은 시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나경수는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 선임자였던 류창대(실제 인물 공우영 씨)가 동료 잠수사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자 법정 증인으로 서게 된다. 그는 분노한다.
“부려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정부가 이럴 수 있냐.”
“수색에 앞장선 형님 앞에서 국가가 이러면 안 되지!”
실제 이 사건에서 검찰은 해경이 아닌 공우영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무죄를 확정했다. 공 씨가 무죄라면, 그렇다면 누가 유죄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해경은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재판은 단지 류창대의 무죄를 밝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참사 현장에서 모든 것을 던진 민간 잠수사들의 희생과 헌신, 존엄을 회복하는 싸움이었다. 경수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지옥을 다시 들춰낸다. 비좁은 통로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빠져나오며, 그저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 컸다. 뼛속까지 스며든 고통과 트라우마, 꺼내온 아이들이 밤마다 찾아와 울며 묻는다.
“왜 구해주지 않았냐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5·18 민중항쟁과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교도소와 상무대로 끌려간 이들이 매일같이 고문당하며 살아남았던 지옥의 풍경,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가족의 손길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삶은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세월호 참사 역시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어떤 고통을 겪는가.” “그 고통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이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인 김순길 님은 영화를 보고 눈물짓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써주신 잠수사님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오히려 책임을 전가한 정부를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국가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구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해경이 아닌 민간 잠수사님들이 고통을 안고,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아이들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써주신 것을 몰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합니다. 김관홍 잠수사님처럼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아이들 곁으로 가는 이가 없기를, 저희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힘쓰겠습니다.”
정윤철 감독은 “이 영화가 잠수사분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유가족분들을 위한 영화라고도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것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바다호랑이〉는 단지 과거의 고통을 되새기는 영화가 아니다. 살아남은 자들,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안아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기억하고, 함께 걸어야 한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함께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이 필요하다. 영화 〈바다호랑이〉의 공동체 상영은 그 책임을 나누는 연대의 행동이 될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공동체 상영으로 기억과 책임의 약속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함께 보고 울고 기억하는 그 시간이 우리 사회가 치유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