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말하는 목소리, 인간의 존엄을 묻다 『가장 보통의 재난』과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
인권은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말하려면, 그 존엄을 훼손 당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재난이 수없이 공동체를 휩쓴 후에야 우리는 뒤늦게 ‘피해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놓치는 것이 존재한다. 재난과 인권에 대한 사유에 질문을 더해줄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 살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와 제도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은 컨텐츠를 제작해 배포한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살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과 청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만화와 글로 담았다.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 씨가 인터뷰와 글을, 사회운동의 현장에 연대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사과나무의 최시내 씨가 그림을 그렸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인현동화재참사, 오송참사, 제천화재참사, 이태원참사의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나이를 중심으로 위계화된 사회에서 청(소)년 피해자들의 피해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피해자들은 재난을 겪은 후 학업 중단, 진로의 불투명함, 또래 관계의 단절 등 특수한 문제를 겪곤 한다. 재난 피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주로 성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청소년과 청년 피해자들은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다. 『가장 보통의 재난』은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어린’ 존재로 여겨지는 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넘어, 재난과 마주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피해자들의 일상적 경험을 담고자 했다.
지난해 말 ‘2024 레드 어워드 주목할만한 기록’ 부문을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소년과 청년에게 발화의 장을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이 선정의 변이다. “르포이자 에세이 만화의 형태로 피해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책을 기획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장은하 씨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슬프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일상을 겪은 사람들의 삶임을 인지할 때,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책임과 변화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6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재난 피해자의 권리’가 무엇일까 생각해봐달라는 제안이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와 4·16재단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연재 후 책자로 소량 인쇄되었다. 비매품이지만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방문하면 볼 수 있고 온라인에서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 살다』 보기
재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시간: 재난 인권 교육을 여는 안내서』

재난은 인간의 존엄이 가차 없이 매장(bury)되기 쉬운 시간이기에 재난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를 묻지(quest) 않으면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인권교육센터 들’이 집필한 『재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시간: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는 서문에서 제목에 담긴 뜻을 이렇게 풀이한다.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세월호참사를 ‘인권이 침몰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도외시하거나 짓밟을 때 사회의 가장 취약한 틈으로 재난이 터져 나온다. 그러니 재난을 맞닥뜨린 사회가 인권에 대해 질문하기를 멈춘다면, 인간의 존엄은 또다시 묻히고 만다.
재난을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정부를 상대로 재난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혐오표현을 막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고, 2023년 3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재난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안전교육을 해야할 책무를 언급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를 집필한 ‘인권교육센터 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말하는 교육이 기존의 재난안전교육들과는 어떻게 질적으로 다른 교육이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권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접근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도 짚는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인권교육센터 들’은 인권교육이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왔을뿐더러 세월호참사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이 제기한 인권의 의제들을 정리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안내서를 집필했다.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는 재난의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 재난이 ‘사회적 사건’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설명한다. 그 후 인권에 기반해 재난에 접근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로 독자를 이끈다. 재난이 제기한 인권의 의제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독자는 재난안전교육과 재난인권교육의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난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재난 인권교육을 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재난과 인권, 재난과 안전을 주제로 한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재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시간: 재난 인권 교육을 여는 안내서』 보기
재난을 말하는 목소리, 인간의 존엄을 묻다 『가장 보통의 재난』과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
인권은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말하려면, 그 존엄을 훼손 당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재난이 수없이 공동체를 휩쓴 후에야 우리는 뒤늦게 ‘피해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놓치는 것이 존재한다. 재난과 인권에 대한 사유에 질문을 더해줄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 살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와 제도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은 컨텐츠를 제작해 배포한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살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과 청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만화와 글로 담았다.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 씨가 인터뷰와 글을, 사회운동의 현장에 연대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사과나무의 최시내 씨가 그림을 그렸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인현동화재참사, 오송참사, 제천화재참사, 이태원참사의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나이를 중심으로 위계화된 사회에서 청(소)년 피해자들의 피해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피해자들은 재난을 겪은 후 학업 중단, 진로의 불투명함, 또래 관계의 단절 등 특수한 문제를 겪곤 한다. 재난 피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주로 성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청소년과 청년 피해자들은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다. 『가장 보통의 재난』은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어린’ 존재로 여겨지는 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넘어, 재난과 마주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피해자들의 일상적 경험을 담고자 했다.
지난해 말 ‘2024 레드 어워드 주목할만한 기록’ 부문을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소년과 청년에게 발화의 장을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이 선정의 변이다. “르포이자 에세이 만화의 형태로 피해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책을 기획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장은하 씨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슬프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일상을 겪은 사람들의 삶임을 인지할 때,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책임과 변화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6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재난 피해자의 권리’가 무엇일까 생각해봐달라는 제안이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와 4·16재단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연재 후 책자로 소량 인쇄되었다. 비매품이지만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방문하면 볼 수 있고 온라인에서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보통의 재난: 청(소)년 재난을 살다』 보기
재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시간: 재난 인권 교육을 여는 안내서』
재난은 인간의 존엄이 가차 없이 매장(bury)되기 쉬운 시간이기에 재난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를 묻지(quest) 않으면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인권교육센터 들’이 집필한 『재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시간: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는 서문에서 제목에 담긴 뜻을 이렇게 풀이한다.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세월호참사를 ‘인권이 침몰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도외시하거나 짓밟을 때 사회의 가장 취약한 틈으로 재난이 터져 나온다. 그러니 재난을 맞닥뜨린 사회가 인권에 대해 질문하기를 멈춘다면, 인간의 존엄은 또다시 묻히고 만다.
재난을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정부를 상대로 재난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혐오표현을 막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고, 2023년 3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재난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안전교육을 해야할 책무를 언급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를 집필한 ‘인권교육센터 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말하는 교육이 기존의 재난안전교육들과는 어떻게 질적으로 다른 교육이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권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접근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도 짚는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인권교육센터 들’은 인권교육이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왔을뿐더러 세월호참사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이 제기한 인권의 의제들을 정리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안내서를 집필했다.
『재난 인권교육을 여는 안내서』는 재난의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 재난이 ‘사회적 사건’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설명한다. 그 후 인권에 기반해 재난에 접근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로 독자를 이끈다. 재난이 제기한 인권의 의제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독자는 재난안전교육과 재난인권교육의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난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재난 인권교육을 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재난과 인권, 재난과 안전을 주제로 한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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