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짓무른 몸이북을 두드리고 춤출 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모임 ‘두때날 9988123’
글 김도미

노란 옷에 루돌프 사슴뿔 머리띠를 쓴 여성들이 무대에 자리를 잡는다. 실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심각한 표정, 앞에 선 멤버의 율동을 쫓아가느라 재빠르게 흘긋하는 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입, 북을 치다가 머리 위로 번쩍 찌르는 팔, 신나게 들썩이며 큰 반원을 그리는 어깨. 여덟 사람의 몸짓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리듬을 만드는 모양을 유심히 보았다. 두때날 9988123(이하 두때날), 다소 암호 같은 이 난타 모임 이름의 뜻은 ‘두드리고, 때리고, 날리고,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아프다 삼 일째에 죽자’다. 두때날에는 모두 8명의 엄마가 함께하고 있다. 그중 윤희 엄마 김순길, 태민 엄마 문연옥, 은정엄마 박정화, 혜선 엄마 성시경 님을 만났다.
|두때날 9988123을 만드는 사람들|
인배 엄마 김광미, 윤희 엄마 김순길, 수진 엄마 남영미, 태민 엄마 문연옥, 은정 엄마 박정화,혜선 엄마 성시경, 웅기 엄마 윤옥희, 지혜 엄마 이정숙
어디든 가고 무조건 버틴 세월은 이제
김순길 3년 차가 된 모임이기는 한데 원래 공연할 생각은 없었어요. 진상규명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든요. 활동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 만든 모임이에요. 문연옥 싸움을 시작할 당시에는 젊은 엄마들이 많았죠. 그때는 마음은 아프지만 몸은 아프지 않아서, 진상규명을 할 수있다면 어디든 가고 무조건 버텼어요.
박정화 오래 싸우는 동안 허리와 관절이 안 좋아졌어요. 집회하면 계속 걷고 바닥에 앉아있고 하니까요. 윤석열 탄핵집회 때 또 거리에 나서니까 너무 아픈 거예요. 그런데 이 모임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잖아요. 계속 같이하고 싶더라고요.
‘세월호 가족협의회 난타’를 검색하면 “세월호 가족 ‘난타’”라는 기사 헤드라인이 보이곤 해 마음에 걸린 참이었다. 기사들은 세월호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받아쓰며 교묘하게 피로와 의심을 유도했다. 참사 피해자가 ‘순수’하고 무결하기를 요구하는 시선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아프게 한다. 무엇보다 3, 4, 5였던 나이 앞자리가 4, 5, 6으로 바뀌었다. 11년 전의 몸과 지금의 몸은 분명 다르다.
문연옥 다들 맡은 역할이 많아서 바빠요.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한 주는 난타 연습하고, 한 주는 두 시간 정도 둘레길에서 만나 산책을 해요. 마치면 맛있는 것도 먹고요.
성시경 처음엔 ‘피해자로서 이런 걸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갇혀있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북을 두들기고, 아름다운 풀꽃을 보고 아름답다 말하는 것. 나를 돌보는 시간을 온전하게 누리는것. 그것은 여태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만큼이나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다. ‘두때날 9988123’이라는 이름은 세월호 가족들이 언제까지고 부서지라 살 수만은 없겠다는 깨달음이고 선언 같다.
실수해도 괜찮아, 가볍게 재미있게
4·16가족들은 합창단으로, 극단의 일원으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왔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 ‘데뷔’한 난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김순길 씨가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은 건 ‘가벼움’이다. 관객의 시선이 모여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연극이나 합창에 비해, 세월호 가족들의 난타는 공연하는 사람이나 관객모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시간이다.
김순길 연극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배역에 몰입해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난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무슨 생각 하면서 북을 치세요?”하는 질문에 “남편 얼굴!”, “이놈의 (윤석열) 정권!”하는 답변과 함께 유쾌한 웃음이 이어진다.
박정화 님은 내가 인터뷰에 앞서 몇 번이고 재생한 영상에서 보았던 ‘흥부자’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흥이 눈빛과 어깨춤으로 연신 비어져 나와서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김에 스트레스도, 끼도 마음껏 발산한다. 자신 있는 곡도 생겼다.
박정화 북 치고 율동하는 걸 외우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걸해냈을 때 짜릿함이 있어요.
문연옥 난타 연습할 때 기본으로 하는 곡이 <월드컵 송>하고 <아리랑>이더라고요. 그거랑 대여섯 곡 정도 연습했어요. 그중 자신 있는 건 <월드컵 송>, <맨발의 청춘>, <불나비>. 이 곡들은 한 달 반 만에 해냈거든요. 가볍게 어깨 힘을 빼려고 만든 모임이지만 기왕 시작한 거잘하고 싶다. 무대에서 제일 진지한 표정의 성시경 님은 멤버 중 가장 성실하게 연습하는 노력파다. 김순길 님은 자신이 “잘 하려고 하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두때날’에는 완벽하게 해는 멤버보다 실수하는 멤버가 더많은 것 같다. 그래도 실수한 얘기가 제일 재미있다.
문연옥 공연 시작한 지 초반에 한 번은, 난타 가르쳐주시는선생님이 앞에서 하시는 거 보고 묻어갈 요량으로 연습을 조금밖에 안 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폭설 때문에 발이 묶여서 못 오시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걸 해, 말아? 엄청 고민했어요. 결국 선생님이 연주하는 영상을 저희 앞에 모니터로 띄워놓고 했어요.
성시경 저는 가족들한테 안 웃는다고 지적사항이 많았어요. 순서 생각하느라 웃지를 않으니까. 근데 실수할 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기는 해.
박정화 맞아. 너무 잘하면 재미없어.
성시경 못해야 사람들이 웃는데... 이제는 점점 잘해서 지적을 들어. 실력이 늘어서 고민인 ‘두때날’은 꿈이 크다. 앞으로 25인승
차량과 매니저도 필요하고, 장차 전국 순회공연과 해외순방 같은 ‘큰 무대’도 해보겠단다. 만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가득해서 분명히 농담이 맞는데, 농담 같지가 않다. 나는 연신 “합의된 거 맞아요?”라고 묻고, 성시경 님은 가장 진지한 멤버답게 “합의된 거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김순길 윤석열 파면 축하 무대라던가.
성시경 너무 큰 무댄데? 십 년이 넘는 삶 속에는 ‘진상규명’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 얼굴에 떠오르는 묵직한 슬픔과 비장함만 있지는 않다. “아이 셋 낳아서 기억력이 나빠”라며 서로를 향하는 ‘쫑크’도 있고, ‘두때날’의 목표에 대해 너스레와 허풍을 무쌍으로 넘나드는 입담도 있고, 무엇보다 11주기를 바라보는 시간 동안 함께 싸우며 아프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서로 부둥켜안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몸은 홀로 넓어지지 않는다
덩덩, 덩덩, 더더덩덩, 덩. 기교 없는 정직한 박자로 북이 울린다. 이어 노란 리본을 감은 스틱이 ‘딱’하며 추운 저녁 밤의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가장 최근의 야외 공연 경험은 2024 송년 및 탄핵 특집 기억문화제다. 문화제에 참석해 앉아있는한 무리의 사람들 뒤에 행인 몇몇도 잠시 멈춰 서서 공연을 보았다.
문연옥 세월호 가족들이 이렇게 진상규명을 위해서 버티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공연을 보면서 즐거움도 얻으시고요.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도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눈물로 짓무른 몸에서 길을 나서는 몸으로, 길을 나서고 버티는 몸에서 북을 두드리고 춤추는 몸으로. 처음 난타를 시작한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두때날’은 한국 사회의 재난피해자상에 대한 이력서 또한 새로 쓰고 있는 것 아닐까. ‘피해자답게’ 갇혀있기를 요구받았던 몸과 마음을, 시민들 앞에 서서 난타하며 춤추는 몸으로 뒤집어버린다. 두근거리는 북의 진동을 전달하는 몸으로, 크고 작은 원을 그리며 두드리고 때리고 날려버리는 몸으로 확장한다.
김순길 누군가는 피해자가 ‘감히’ 즐겁게 북을 두드리고 때리느냐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활동하면서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많이 깼다고 생각하지만요. 세월호참사 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두때날’이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번창을 기원합니다.
박정화, 성시경 출연료 저렴합니다. 불러주면 어디든 갑니다. (웃음)
몸은 홀로 넓어지지 않는다. ‘두때날’의 북소리와 율동은 “활동을 하면서 시민분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은(박정화)” 마음으로 지나가는 누군가를 불러세울 것이다. ‘칼군무’까지는 역부족인 율동을 보다가 슬그머니 옮아오는 웃음은 덤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이다 보면 ‘두때날’의 ‘큰 무대’도 언젠가는 진짜로 이루어질 것 같다. 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온 11년의 시간이 그랬듯 말이다.

눈물로 짓무른 몸이북을 두드리고 춤출 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모임 ‘두때날 9988123’
글 김도미
노란 옷에 루돌프 사슴뿔 머리띠를 쓴 여성들이 무대에 자리를 잡는다. 실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심각한 표정, 앞에 선 멤버의 율동을 쫓아가느라 재빠르게 흘긋하는 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입, 북을 치다가 머리 위로 번쩍 찌르는 팔, 신나게 들썩이며 큰 반원을 그리는 어깨. 여덟 사람의 몸짓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리듬을 만드는 모양을 유심히 보았다. 두때날 9988123(이하 두때날), 다소 암호 같은 이 난타 모임 이름의 뜻은 ‘두드리고, 때리고, 날리고,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아프다 삼 일째에 죽자’다. 두때날에는 모두 8명의 엄마가 함께하고 있다. 그중 윤희 엄마 김순길, 태민 엄마 문연옥, 은정엄마 박정화, 혜선 엄마 성시경 님을 만났다.
|두때날 9988123을 만드는 사람들|
인배 엄마 김광미, 윤희 엄마 김순길, 수진 엄마 남영미, 태민 엄마 문연옥, 은정 엄마 박정화,혜선 엄마 성시경, 웅기 엄마 윤옥희, 지혜 엄마 이정숙
어디든 가고 무조건 버틴 세월은 이제
김순길 3년 차가 된 모임이기는 한데 원래 공연할 생각은 없었어요. 진상규명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든요. 활동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 만든 모임이에요. 문연옥 싸움을 시작할 당시에는 젊은 엄마들이 많았죠. 그때는 마음은 아프지만 몸은 아프지 않아서, 진상규명을 할 수있다면 어디든 가고 무조건 버텼어요.
박정화 오래 싸우는 동안 허리와 관절이 안 좋아졌어요. 집회하면 계속 걷고 바닥에 앉아있고 하니까요. 윤석열 탄핵집회 때 또 거리에 나서니까 너무 아픈 거예요. 그런데 이 모임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잖아요. 계속 같이하고 싶더라고요.
‘세월호 가족협의회 난타’를 검색하면 “세월호 가족 ‘난타’”라는 기사 헤드라인이 보이곤 해 마음에 걸린 참이었다. 기사들은 세월호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받아쓰며 교묘하게 피로와 의심을 유도했다. 참사 피해자가 ‘순수’하고 무결하기를 요구하는 시선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아프게 한다. 무엇보다 3, 4, 5였던 나이 앞자리가 4, 5, 6으로 바뀌었다. 11년 전의 몸과 지금의 몸은 분명 다르다.
문연옥 다들 맡은 역할이 많아서 바빠요.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한 주는 난타 연습하고, 한 주는 두 시간 정도 둘레길에서 만나 산책을 해요. 마치면 맛있는 것도 먹고요.
성시경 처음엔 ‘피해자로서 이런 걸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갇혀있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북을 두들기고, 아름다운 풀꽃을 보고 아름답다 말하는 것. 나를 돌보는 시간을 온전하게 누리는것. 그것은 여태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만큼이나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다. ‘두때날 9988123’이라는 이름은 세월호 가족들이 언제까지고 부서지라 살 수만은 없겠다는 깨달음이고 선언 같다.
실수해도 괜찮아, 가볍게 재미있게
4·16가족들은 합창단으로, 극단의 일원으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왔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 ‘데뷔’한 난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김순길 씨가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은 건 ‘가벼움’이다. 관객의 시선이 모여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연극이나 합창에 비해, 세월호 가족들의 난타는 공연하는 사람이나 관객모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시간이다.
김순길 연극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배역에 몰입해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난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무슨 생각 하면서 북을 치세요?”하는 질문에 “남편 얼굴!”, “이놈의 (윤석열) 정권!”하는 답변과 함께 유쾌한 웃음이 이어진다.
박정화 님은 내가 인터뷰에 앞서 몇 번이고 재생한 영상에서 보았던 ‘흥부자’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흥이 눈빛과 어깨춤으로 연신 비어져 나와서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김에 스트레스도, 끼도 마음껏 발산한다. 자신 있는 곡도 생겼다.
박정화 북 치고 율동하는 걸 외우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걸해냈을 때 짜릿함이 있어요.
문연옥 난타 연습할 때 기본으로 하는 곡이 <월드컵 송>하고 <아리랑>이더라고요. 그거랑 대여섯 곡 정도 연습했어요. 그중 자신 있는 건 <월드컵 송>, <맨발의 청춘>, <불나비>. 이 곡들은 한 달 반 만에 해냈거든요. 가볍게 어깨 힘을 빼려고 만든 모임이지만 기왕 시작한 거잘하고 싶다. 무대에서 제일 진지한 표정의 성시경 님은 멤버 중 가장 성실하게 연습하는 노력파다. 김순길 님은 자신이 “잘 하려고 하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두때날’에는 완벽하게 해는 멤버보다 실수하는 멤버가 더많은 것 같다. 그래도 실수한 얘기가 제일 재미있다.
문연옥 공연 시작한 지 초반에 한 번은, 난타 가르쳐주시는선생님이 앞에서 하시는 거 보고 묻어갈 요량으로 연습을 조금밖에 안 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폭설 때문에 발이 묶여서 못 오시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걸 해, 말아? 엄청 고민했어요. 결국 선생님이 연주하는 영상을 저희 앞에 모니터로 띄워놓고 했어요.
성시경 저는 가족들한테 안 웃는다고 지적사항이 많았어요. 순서 생각하느라 웃지를 않으니까. 근데 실수할 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기는 해.
박정화 맞아. 너무 잘하면 재미없어.
성시경 못해야 사람들이 웃는데... 이제는 점점 잘해서 지적을 들어. 실력이 늘어서 고민인 ‘두때날’은 꿈이 크다. 앞으로 25인승
차량과 매니저도 필요하고, 장차 전국 순회공연과 해외순방 같은 ‘큰 무대’도 해보겠단다. 만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가득해서 분명히 농담이 맞는데, 농담 같지가 않다. 나는 연신 “합의된 거 맞아요?”라고 묻고, 성시경 님은 가장 진지한 멤버답게 “합의된 거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김순길 윤석열 파면 축하 무대라던가.
성시경 너무 큰 무댄데? 십 년이 넘는 삶 속에는 ‘진상규명’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 얼굴에 떠오르는 묵직한 슬픔과 비장함만 있지는 않다. “아이 셋 낳아서 기억력이 나빠”라며 서로를 향하는 ‘쫑크’도 있고, ‘두때날’의 목표에 대해 너스레와 허풍을 무쌍으로 넘나드는 입담도 있고, 무엇보다 11주기를 바라보는 시간 동안 함께 싸우며 아프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서로 부둥켜안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몸은 홀로 넓어지지 않는다
덩덩, 덩덩, 더더덩덩, 덩. 기교 없는 정직한 박자로 북이 울린다. 이어 노란 리본을 감은 스틱이 ‘딱’하며 추운 저녁 밤의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가장 최근의 야외 공연 경험은 2024 송년 및 탄핵 특집 기억문화제다. 문화제에 참석해 앉아있는한 무리의 사람들 뒤에 행인 몇몇도 잠시 멈춰 서서 공연을 보았다.
문연옥 세월호 가족들이 이렇게 진상규명을 위해서 버티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공연을 보면서 즐거움도 얻으시고요.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도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눈물로 짓무른 몸에서 길을 나서는 몸으로, 길을 나서고 버티는 몸에서 북을 두드리고 춤추는 몸으로. 처음 난타를 시작한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두때날’은 한국 사회의 재난피해자상에 대한 이력서 또한 새로 쓰고 있는 것 아닐까. ‘피해자답게’ 갇혀있기를 요구받았던 몸과 마음을, 시민들 앞에 서서 난타하며 춤추는 몸으로 뒤집어버린다. 두근거리는 북의 진동을 전달하는 몸으로, 크고 작은 원을 그리며 두드리고 때리고 날려버리는 몸으로 확장한다.
김순길 누군가는 피해자가 ‘감히’ 즐겁게 북을 두드리고 때리느냐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활동하면서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많이 깼다고 생각하지만요. 세월호참사 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두때날’이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번창을 기원합니다.
박정화, 성시경 출연료 저렴합니다. 불러주면 어디든 갑니다. (웃음)
몸은 홀로 넓어지지 않는다. ‘두때날’의 북소리와 율동은 “활동을 하면서 시민분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은(박정화)” 마음으로 지나가는 누군가를 불러세울 것이다. ‘칼군무’까지는 역부족인 율동을 보다가 슬그머니 옮아오는 웃음은 덤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이다 보면 ‘두때날’의 ‘큰 무대’도 언젠가는 진짜로 이루어질 것 같다. 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온 11년의 시간이 그랬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