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페이지][소식지] 독자공모전 당선작 1 - 있잖아 가끔 하늘을 봐

『사월십육일의약속』독자 공모전 당선작

우리들의 기억이 모여, 다시 피어나는 약속


지난 2월, 소식지 『사월십육일의약속』이 새롭게 마련한 독자 참여 코너에 정말 많은 분이 소중한 기억을 보내주셨습니다. 서랍 속에 깊이 간직해두었던 기억의 한 대목, 그날 이후 달라진 일상을 담은 시,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눌러 담은 그림들까지.

하나하나의 작품에는 세월호참사를 통과해온 각자의 시간과 겹겹이 쌓인 진심이 투명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소중한 마음들 중 조민주 님의 <있잖아, 가끔 하늘을 봐>, 이석현 님의 <자리 지킴>, 그리고 세월호참사 생존자 어머니 김순덕 님의 <열두 번의 봄을 지나온 너에게> 세 작품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특히 김순덕 님의 글은 '디자인사과나무'의 시내 님이 따뜻한 만화로 그려내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지면 관계상 이번 호에 다 싣지 못한 다른 응모작들은 4.16연대 뉴스레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모두 공개할 예정입니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문장들 사이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그날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귀한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있잖아, 가끔 하늘을 봐

조민주

있잖아, 가끔 하늘을 봐.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지구에 당신이 존재한다면 숫자 몇 개가 갈라놓은 우리의 물리적 거리가 어떻든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너희도 익히 아는 그 말을 믿으며 위안을 얻는다.

높다란 건물 사이로 겨우 보이는 하늘은 마치 조각난 퍼즐 같다. 5층짜리 건물 옥상에라도 올라가야 덩어리진 푸름을 만날 수 있다. 고개를 들면 그제야 한숨 같은 호흡을 한 번 뱉어 본다. 그 온전치 못한 하늘에 때로는 막연한 슬픔이 몰아치기도 한다. 하늘과 바다가 뒤섞여 구분할 수 없게 될 때엔 더욱 그렇다. 이 슬픔은 내가 가진 천성 같은 것이라 뚜렷한 원인이 없을 텐데도.

언덕길 위로, 난간에 매달려 휘날리는 노란 리본을 본 것이 벌써 10년이 더 되었다. 개나리가 핀 것처럼 새 학기에 피어나 물결치는 애도를 그때 보았어. 어쩌면 나와 함께, 나의 동기이자 친구로서 이 교정을 거닐었을 내 친구들아. 그 노란 리본들은 모두 ‘만약’을 가정한 채 마음을 대신하는 것처럼 내내 피어 있었다.

종종 왼쪽 가슴에 자리한, 책가방 고리에 걸려 달랑거리는 노란 리본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나는 너희를 내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감히. 단지 너희와 생년이 같다는 이유로. 그러나 만약 우리가 만났더라면, 우리는 생년이 같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니.

오늘은 하늘이 영 우중충하다. 너희가 보고 있을 하늘도 나와 같을까. 요즘은 개나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멸종한 듯이. 그래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어. 슬픔이 몰아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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