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 소개][소식지] 재난안전강사로 활동하는 가족들

[4.16가족을 소개합니다]

재난안전강사로 활동하는 가족들

정옥다예 (4.16연대 사무처 활동가)


“우리는 재난 참사를 직접 겪은 사람들입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재난 현장에서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매뉴얼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또 다르더라고요.”

재난안전교육강사로 활동하는 김정해 님(단원고 2-8 안주현 님 어머니)의 말이다.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운영하는 재난안전교육강사 사업은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시민들에게 재난의 실체와 피해자의 권리를 전달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이 개인의 상처로 머물지 않고, 세상을 구하는 귀중한 지혜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안전한 사회를 일구는 세월호 가족들의 활동은 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과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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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넘어 전문성으로

재난안전교육강사 양성과정은 2019년 그 첫걸음을 뗐다. 4.16재단은 약 4년간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해 왔다. 2019년 초급 단계에서 재난 관련 기초 교육을 수강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문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는 중급 과정을 이수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교육생들은 각자 교육 대상과 내용을 선정해 직접 교안과 교재를 제작하고 시범 강의를 펼치는 고급 과정까지 완수했다.

이들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난현장활동가 과정’을 통해 재난 현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실질적인 활동 역량을 강화했다. 2024년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개소하며 해당 과정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민간자격증 취득 과정이 정식으로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긴 시간에 걸쳐 전문 교육을 이수한 끝에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은 총 6명이다. 문연옥(2-6 이태민 님 어머니), 김명임(2-7 곽수인 님 어머니), 김정해(2-8 안주현 님 어머니), 박정화(2-9 조은정 님 어머니), 김순길(2-9 진윤희 님 어머니), 유병화(2-10 이경주 님 어머니) 님이 그 주인공이다. 피해 경험을 넘어 전문성을 갖춘 강사로 서기 위해 이들이 통과해온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권리의 언어로 다시 쓰는 재난

재난안전강사들은 재난을 개인의 부주의나 운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는다. 재난이 왜 반복되는지 사회적 구조의 결함을 짚어내고, 피해자의 권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성찰하며 자신의 경험을 교안의 서사로 다시 엮었다. 수업 요청이 들어오면 사전에 함께 교안을 점검하고 토론 질문을 세밀하게 다듬는다. 또한 초·중·고등학생부터 일반 시민까지,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수정하며 소통한다.

강사들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으로서 교단에 선다. 이 과정에서 강사와 학습자 모두, ‘권리’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실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착해 있는 문제인지 더욱 깊이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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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에서 관계로, 회복의 시간

강사 워크숍은 피해자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러다 보니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12년간 미처 서로 꺼내지 못한 개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한편, ‘나는 왜 안전교육 강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시간도 있다. 사업 담당자인 은하 활동가는 이 과정을 ‘회복’이라고 표현한다.

“워크숍을 통해 피해자들은 울고 웃으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가 겪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이론을 통해 함께 살펴보기도 해요. 나의 슬프고 괴로웠던 일을 권리의 언어로 다시 말해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죠.”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자신의 경험을 타인 앞에서 말하는 일에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 시민과 강사가 함께 웃고, 깊이 집중하며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는 순간이 오면, 서로를 연결하는 회복의 문이 열린다. 김정해 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공황장애를 겪었어요. 엘리베이터도 혼자 못 타고, 새벽에 깨고… 강사 활동을 하면서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니까 회복이 되더라고요.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들과 얼싸안고 울었죠. 그런데 강의에서는 서로 웃기도 하고 토론을 해요.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참사 이후의 회복은 고립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운동은 목소리로 시작되지만 관계 속에서 지속된다. 이들은 재난안전교육강사라는 이름으로 시민과 다시 연결되고 있었다.


강단 위에서 이어지는 4.16운동 

4.16운동은 하나의 방식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제도 안에서, 누군가는 강단 위에서 운동을 이어간다. 강단에 선 재난안전교육강사들을 보며 나는 우리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재난안전교육강사 활동은 피해자의 권리를 알리는 동시에, 피해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다시 배우고 말하는 운동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구조의 언어로 말하는 순간, 시민들은 참사 피해자를 뉴스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니라 나와 농담도 하고 따뜻한 배움을 건네는 사람으로서 만난다. 그 만남은 작지만 기존의 관념에 분명한 균열을 낼 것이다.

이 사업은 세월호참사를 넘어 다른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할 2기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생명과 안전을 향한 마음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가기를 바라며, 강단 위에서 이어지는 이 참사 피해자권리 운동을 응원한다.


6월까지 재난피해자가 직접 전하는 재난인권강의 무료 지원을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 15인 이상이면 어디든 재난안전교육강사들이 찾아간다. 선착순이 아니더라도 유료 강의는 언제든 가능하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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