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를 다시 만나다][소식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9년, 미수습자 가족들이 멈출 수 없는 이유

[참사를 다시 만나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9년, 미수습자 가족들이 멈출 수 없는 이유 

22명의 생명이 가라앉은 심해, 기업의 이윤만 인양되다

박희정


2026년 1월 26일 월요일, 어둠이 내린 청와대 분수광장 앞. 영하의 기온이 발목을 파고드는 자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따뜻한 선율이 차가운 공기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그 소리는 누군가에겐 시린 위로이자 침묵하는 세상을 깨우는 간절한 ‘고함’이었다. 기독인 모임 ‘고난함께’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여는 예배 현장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에서 이곳까지 자리를 옮겨온 이 예배는, 9년이라는 긴 시간 심해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이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데우는 유일한 온기다.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심해로 가라앉은 스텔라데이지호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침몰 직후 2명의 필리핀 선원이 구조되었지만,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은 여전히 차가운 바다 밑에 머물러 있다. 현재까지 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의 가족들은 스스로를 실종자 가족이 아닌 ‘미수습자 가족’이라 부른다. ‘실종’이 운명에 맡긴 막연한 기다림이라면, ‘미수습’은 국가가 마땅히 찾아내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어야 할 국민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는 ‘국가 책임’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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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하역하고 이윤을 적재하다: 그 배가 위험해진 이유 

스텔라데이지호는 폴라리스쉬핑 소속의 초대형 광석 운반선(VLOC)으로,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갑작스러운 침수와 함께 불과 5분 만에 침몰했다. 이 비극의 궤적은 세월호와 닮아 있다. 1993년 건조된 이 배는 본래 유조선이었으나, 허술한 규제의 틈을 타 화물선으로 변모했다. 2000년대 후반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단일선체 유조선(외벽이 한 겹뿐이라 충격과 부식에 취약한 구조)의 퇴출이 결정되자, 일본에서 폐선 위기에 처한 이 배를 폴라리스쉬핑이 수입해 화물선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선령 규제 완화가 아니었다면 진작 퇴역했어야 할 총 선령 25년의 노후 선박은, 그렇게 규제가 사라진 자리에서 위태롭게 항해를 이어가다 비극을 맞았다.


2024년 2월, 부산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선박매몰의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침몰의 주요원인으로 검찰이 지목한 것은 ‘격창양하’였다. 격창양하란, 중간 경유지에서 화물을 내릴 때 모든 화물창에서 균등하게 빼지 않고 특정 창만 집중적으로 비우는 방식이다. 벌크선이 항구에 머무는 시간은 곧 돈이다. 하역기가 여러 창을 오가며 조금씩 나누어 내리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특정 창만 골라 비움으로써 하역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다.

 

선사의 탐욕이 손을 뻗은 이 방식은 선체에 치명적인 ‘전단력’을 발생시켰다. 화물이 가득 찬 칸은 중력으로 눌리고, 비워진 칸은 부력으로 솟구치면서 선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뒤틀리는 거대한 힘을 감당해야 했다. 문제는 이 배가 화물선으로 설계되지 않은 유조선 기반의 노후 선체라는 점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격창적재나 격창양하 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단력을 견디기에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결국 누적된 피로로 약해진 접합 부위가 물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배는 단 5분 만에 심해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1심 법원은 침몰 선박이 심해에 있어 격창양하와 침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으나, 선사 측이 평소 선체 결함 보고를 묵살하고 무리한 운항을 지시해왔다는 점을 업무상 과실의 핵심 근거로 명시했다. 침몰의 결정적 원인은 여전히 심해에 잠겨 있을지라도, 선사가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며 노후 선박의 위험을 방치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법정에서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선사의 선택은 선원들의 안전을 저버린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참사를 ‘불가항력적 재해’로 포장해 약 446억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노후 선박의 안전 보강 비용(약 4억 원)보다 100배가 넘는 돈을 배를 침몰시킨 대가로 거둬들인 셈이다. 2023년 기준 매출 1조 원이라는 화려한 실적 뒤에는, 거리로 내몰린 미수습자 가족들의 피눈물이 가려져 있었다.

 

선사의 기만적 변명과 지연된 정의

선사가 사건 은폐에 급급할 때 국가는 무능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민원 1호’로 접수되며 해결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 심해수색 결정까지는 또다시 1년여가 허비되었다. 간신히 2019년 2월에야 단행된 1차 심해수색은 미수습자 허재용 항해사의 가족들이 쟁취해낸 ‘과학적 승리’였다. 당초 정부는 기술적 불가능을 내세우며 난색을 보였으나, 가족들이 직접 심해 침몰 선박과 추락한 항공기의 수색 성공 사례를 수집해 논거로 제시하며 정부를 설득해냈다.

심해수색으로 진실을 규명한 사례

○ 에어프랑스 447편(2009년): 대서양 4,000m 심해 추락. 프랑스 정부는 2년간 네 차례의 수색 끝에 블랙박스를 회수해 기체 결함을 밝혀내고, 심해수색으로 104구의 유해를 추가 수습했다.

○ 영국 더비셔호(1980년): 일본 영해 침몰. 가족들의 14년 투쟁 끝에 해저 4,200m에서 선체 결함을 증명, 전 세계 벌크선 설계 기준을 바꾸고, 블랙박스(VDR) 의무장착 규정이 생겼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노력은 명확한 진실을 일깨웠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20년대의 대한민국이 3,500m 아래의 유해와 진실을 방치하는 것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 부족’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1차 수색 당시 해저 3,500m 지점에서 블랙박스(VDR)를 회수하고 유해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정부는 또다시 뒷걸음질 쳤다. 유해를 눈앞에 두고도 예산 부족을 핑계로 수습 없이 철수한 것이다. 이는 부실한 사전 준비와 저가 입찰이 불러온 예고된 실패였다.

 

선사 측은 여전히 기만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오는 3월 25일 재결을 앞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심리 과정에서 결정적인 반박에 부딪혔다. 무리한 공정 단축을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위험한 하역을 강행했다는 정황은 선사의 과실이 아닌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방치였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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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치는 시효가 없다: 2차 심해수색 실시하라!

가족들은 두 갈래의 법정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선체의 결함을 알고도 묵인한 책임, 그리고 무리한 운항으로 참사를 일으킨 책임을 묻는 재판이다. 그 결과 지난 2024년 7월, 대법원은 선박의 결함을 방치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결함 발견 시 신고 의무를 강화하도록 개정된 <선박안전법>을 적용해 경영진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사고의 책임을 실무자에게만 전가하던 관행을 깨고, 결정권을 쥔 최고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지웠다는 점에서 이는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참사 자체의 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선박매몰 재판은 여전히 항소심 진행 중이다. 1심에서 금고 3년이 선고되었음에도 선사 측은 “침몰 선박이 심해에 있어 직접적인 원인을 밝힐 수 없으므로 추정에 의한 유죄 판결은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탈출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선원들이 대피하지 못한 것”이라는 파렴치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2차 심해수색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선사의 몰염치한 주장을 무력화할 핵심 증거를 확보함은 물론, 해저에 남겨진 유해를 마땅히 수습하여 피해자들이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눈앞에서 유해를 확인하고도 예산 부족을 핑계로 철수했던 국가의 무책임을 끝내야만 비로소 진정한 수습은 시작될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사법/행정 절차 요약]

선박안전법 위반: 결함 묵인 및 미보고 혐의 ➔ 실형(6개월 징역) 확정(2024.07)

업무상과실치사 및 선박매몰:➔ 항소심 진행 중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침몰 원인 공식 규명 절차 ➔ 2026.03.25 재결 예정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2026년 현재까지도 2차 심해수색 예산은 정부 본예산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가해 기업은 ‘증거 없음’을 방패 삼고 국가는 ‘선례 없음’을 핑계로 침묵하는 사이, 참사의 진실은 심해의 압력 아래 일그러지고 있다. 청와대 분수광장의 차가운 바닥에서 기도하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비추는 아픈 거울이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이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들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이 시린 밤의 외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는 3월 31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리는 9주기 시민문화제는 그 멈출 수 없는 마음들이 다시 모이는 자리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책임에는 결코 시효가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다시 광장에서 진실의 손을 맞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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