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기록 소개][소식지] 두 권의 백서가 기록한 세월호참사 이후의 시간

[4.16기록소개]

두 권의 백서가 기록한 세월호참사 이후의 시간

박희정



2014년 4월 16일,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금요일을 600번 넘게 맞이하며 지난 10여 년의 궤적을 톺아본 두 권의 소중한 기록을 소개한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에 맞춰 발간된 『세월호 10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10년 100장면』과 『4.16시민활동백서』는 우리 사회가 겪어낸 거대한 상실과 그 상실을 딛고 일어선 저항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낸다. 이 기록들은 재난의 당사자인 피해 가족들과 그들의 곁을 지킨 시민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서 한국 사회의 생명안전 지형을 새롭게 그려왔는지를 증언하는 자산이다.


100개의 장면으로 복원한 피해자 운동의 심장 소리

먼저 『세월호 10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10년 100장면』은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지난 10년간 하나의 조직으로서 어떻게 숨 쉬고 성장해왔는지를 다룬다. 앞서 참사 10주기에 맞춰 가족과 시민이 함께 만든 투쟁의 궤적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과 세월호 세대의 목소리를 기록한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가 가족협의회의 공식 기록집으로 발간된 바 있다. 이번 책은 그 연작의 흐름 속에서 외연과 세대를 넘어 가족 조직의 단단한 뿌리를 파헤치는 작업이다. 3,600일이 넘는 거대한 시간을 ‘100개의 장면’으로 응축한 것은 역사를 단순 나열하기보다 운동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의 긴박함과 선택의 무게를 역동적으로 복원하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가족협의회가 한국 재난사에 새긴 수많은 ‘최초’의 순간들에 주목한다.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안전망을 구성해 나가는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이 100개의 장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때로는 뜨겁게 결속하고 때로는 아프게 갈등하며 고비를 통과해 온 가족들의 내밀한 숨결은, 슬픔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 투쟁의 동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다. 당시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숱한 몸짓의 의미가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뒤에야 비로소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단단한 답변으로 영글었음을 이 책은 대면하게 한다.


전국과 세계를 잇는 노란빛 연대의 그물망

이와 나란히 놓인 『4.16시민활동백서』(전 4권)는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과 연대해온 시민들의 발자취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10주기 행사를 마무리한 후 비로소 제안된 이 백서는 ‘10년의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약속을 실천해온 수많은 이들의 활동을 조명한다. 박근혜 정권의 집요한 탄압과 사찰로 인해 기록이 유실되거나, 활동 중단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망설이는 등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백서는 이러한 한계를 딛고 지역사회와 해외, 시민사회 각 분야의 실천을 가능한 수준에서 촘촘히 엮어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이 백서는 4.16운동의 지형도를 펼쳐 보인다. 제1권은 4.16연대의 결성 전후를 아우르는 10년의 역사를 총론 격으로 정리했으며, 제2권은 24곳의 부문별 단체 활동을 기록했다. 제3권은 전국 79곳의 지역 네트워크 활동을, 제4권은 세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이어온 재외 동포들의 한결같이 매진해온 기록을 담았다. 이는 시민행동이 단순히 일회성 분노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사회운동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방대한 아카이브다.


기억의 힘으로 여는 역사의 새 장

두 기록물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가족협의회의 100장면이 운동의 심장 소리라면, 시민백서는 그 심장을 외곽에서 지탱한 든든한 울타리의 기록이다. 우리가 간절히 찾았던 완전한 진실과 책임은 아직 우리 사회에 온전히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은 기억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리고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확신하게 한다. 가슴 깊은 곳에 각인된 노란빛 기억이 우리를 잇고 있기에, 이 기록들은 과거의 조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심의 지도’가 될 것이다.

이제 이 10년의 기록들을 세상에 내어놓으며, 우리는 다시 10년 뒤의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은 이들의 꾸준함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는다. 생명안전운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가족들과 그 곁을 지킨 시민들이 함께 쓴 이 기록들은, 재난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따뜻하고도 단단한 연대의 손길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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