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소식지] 어제의 ‘만약’이 내일의 ‘안전’이 되기를 -박세희

[특집]

어제의 ‘만약’이 내일의 ‘안전’이 되기를

4.16연대 공동대표 박세희


‘당사자’의 반대말은 ‘제삼자’라고 한다. 나는 세월호참사를 겪으며 사회적 참사에는 당사자와 제삼자가 구분될 수 없음을 절감했다.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와 같은 다른 사회적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얼굴의 참사들을 마주할 때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숱한 기회들이 시스템의 부재와 국가의 책임 방기로 허무하게 날아갔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고 나와 친구들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이후 학창시절 스스로에게, 사회에게 던졌던 질문들은 대부분 ‘만약’으로 시작했다. ‘만약 구조가 되었다면’, ‘만약 책임자들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면’, ‘만약 나였다면’. 안전이 부재한 사회에서 우린 어떤 미래도 명확하게 그릴 수 없다. 참사를 겪은 사회 구성원들은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 존중 안전사회 건설을위해 연대하며 싸웠던 지난한 시간 속에서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나 자신일 것이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수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참사와 수습과정, 그 이후의 투쟁을 함께 지나온 사람들 안에는 ‘기억, 약속, 책임’이라는 단어가 깊게 남아있다. 분노와 슬픔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어 ‘다시는 같은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계속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양심과 책임감이 되어 행동하게 만들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더디지만 한국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5주기 이후주터 매년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만드는 ‘세월호참사 기억 서포터즈’의 최대 참가자들은 늘 1학년 새내기들이다. 더 이상 나처럼 생생하게 참사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추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어떤 기억은 직접 경험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치열했던 투쟁과 진상규명 활동 속에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지금 그들은 각자의 양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한 발짝씩 나아가게 하고 있다. 내가 매년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나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참사를 기억하고 이어가고 싶어하는 학우들이 있고, 그런 학우들이 모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20214년 4월 16일 이후 더 이상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있고, 이어진 약속들이 있기에 생명안전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발걸음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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