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바다호랑이> 나경수 역 이지훈 배우
고통에 공명하는 마음이 그 바다로 이끌었다
질문: 현슬기, 정옥다예(4.16연대 활동가)
정리: 박희정(사월십육일의약속 편집위원장)
영화 〈바다호랑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희생자들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민간 잠수사들이 겪은 심리적 고통과 국가의 외면을 담아냈다. 물 한 방울조차 사용하지 않고,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실내 세트와 배우들의 표정, 조명, 음향만으로 바닷속을 재현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중심 인물이자, 고(故) 김관홍 잠수사를 모티프로 한 ‘나경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지훈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바다호랑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였나요?
처음에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보자”는 정 감독님의 제안으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대본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경수가 겪는 아픔과 트라우마를 견디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강하게 와닿았고, 그 여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주제가 세월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한 인간의 상처와 회복을 다루었다는 점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또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은 연기라는 점도 컸습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특별히 고민되거나, 반대로 기대를 품게 만든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주제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주변의 우려는 있었지만, 개인적인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정치적 색채로 보기보다 민간 잠수사 나경수가 그곳에서 겪은 일을 담은 인간의 이야기로 받아들였거든요. 배우로서 느낀 슬픔, 분노, 연민을 최대치로 표현해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기대가 더 컸습니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구조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히 경수는 구해낸 사람보다 구하지 못한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며, 트라우마와 잠수병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요. 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으신가요?
실제 참사 현장에서 마주했을 감정은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형이나 말투를 흉내 내기보다, “내가 그 상황의 잠수사라면?” 하고 가정하며 깊이 몰입했습니다. 테스트 촬영과 리허설을 거치며 ‘연기하는 이지훈’이 아니라 ‘그 일을 겪은 잠수사 이지훈’에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촬영이 멈춘 뒤에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으로 남아 있더군요.

이번 영화는 실내에서 조명과 마임으로 물속 구조 장면을 재현했습니다. 오직 몸짓과 표정만으로 수심 40미터 바닷속의 감정을 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촬영 당시의 느낌과, 그 장면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지할 도구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오롯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상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집중이 전부였습니다. “정말 물속에 있다”는 확신이 어느 순간 스며드는 지점에서, 텅 빈 공간이 자연스럽게 수중처럼 느껴졌습니다. 배우에게 가장 본질적인 태도, 즉 ‘상황과 배역을 100% 믿는 일’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감독님은 경수가 나래 어머니와 포옹하는 장면을 특히 마음을 담아 촬영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배우님께서 가장 마음 깊이 남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나래 어머니와의 포옹도 크지만, 그 전에 정신과 의사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그 고백이 경수가 껍질을 벗고 앞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같았거든요. 그 힘으로 그는 비로소 나래 어머니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많이 떠올리게 되더군요.

<바다호랑이>를 통해 사회적 참사를 기록하는 작품에 함께하셨습니다. 촬영 전과 후, 혹은 관객을 만난 뒤에 배우님의 생각이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큰 사건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방관하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뉴스로 보이는 표면 너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통과 트라우마가 겹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들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관심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배우님께서는 영화나 예술이 재난과 참사의 기억, 그리고 연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놓친 사실과 맥락을 정확히 알리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이런 현실이 있습니다. 알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장치이고, 이후의 선택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 인식의 변화가 분명 긍정적인 움직임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바다호랑이>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무거운 주제를 담았지만, 결국 한 인간이 아픔을 직면하고 치유해가는 휴먼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경수의 고통이 관객 각자의 상처와 공명해 조금이라도 보듬고 치유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민간 잠수사분들의 희생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존중도 함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미 영화를 본 분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미 보신 분들께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고통에 더 오래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께는 이 작품을 ‘눈물만 나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어루만지는 휴먼드라마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바다호랑이> 나경수 역 이지훈 배우
고통에 공명하는 마음이 그 바다로 이끌었다
질문: 현슬기, 정옥다예(4.16연대 활동가)
정리: 박희정(사월십육일의약속 편집위원장)
<바다호랑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였나요?
처음에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보자”는 정 감독님의 제안으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대본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경수가 겪는 아픔과 트라우마를 견디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강하게 와닿았고, 그 여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주제가 세월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한 인간의 상처와 회복을 다루었다는 점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또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은 연기라는 점도 컸습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특별히 고민되거나, 반대로 기대를 품게 만든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주제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주변의 우려는 있었지만, 개인적인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정치적 색채로 보기보다 민간 잠수사 나경수가 그곳에서 겪은 일을 담은 인간의 이야기로 받아들였거든요. 배우로서 느낀 슬픔, 분노, 연민을 최대치로 표현해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기대가 더 컸습니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구조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히 경수는 구해낸 사람보다 구하지 못한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며, 트라우마와 잠수병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요. 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으신가요?
실제 참사 현장에서 마주했을 감정은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형이나 말투를 흉내 내기보다, “내가 그 상황의 잠수사라면?” 하고 가정하며 깊이 몰입했습니다. 테스트 촬영과 리허설을 거치며 ‘연기하는 이지훈’이 아니라 ‘그 일을 겪은 잠수사 이지훈’에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촬영이 멈춘 뒤에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으로 남아 있더군요.
이번 영화는 실내에서 조명과 마임으로 물속 구조 장면을 재현했습니다. 오직 몸짓과 표정만으로 수심 40미터 바닷속의 감정을 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촬영 당시의 느낌과, 그 장면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지할 도구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오롯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상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집중이 전부였습니다. “정말 물속에 있다”는 확신이 어느 순간 스며드는 지점에서, 텅 빈 공간이 자연스럽게 수중처럼 느껴졌습니다. 배우에게 가장 본질적인 태도, 즉 ‘상황과 배역을 100% 믿는 일’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감독님은 경수가 나래 어머니와 포옹하는 장면을 특히 마음을 담아 촬영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배우님께서 가장 마음 깊이 남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나래 어머니와의 포옹도 크지만, 그 전에 정신과 의사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그 고백이 경수가 껍질을 벗고 앞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같았거든요. 그 힘으로 그는 비로소 나래 어머니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많이 떠올리게 되더군요.
<바다호랑이>를 통해 사회적 참사를 기록하는 작품에 함께하셨습니다. 촬영 전과 후, 혹은 관객을 만난 뒤에 배우님의 생각이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큰 사건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방관하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뉴스로 보이는 표면 너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통과 트라우마가 겹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들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관심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배우님께서는 영화나 예술이 재난과 참사의 기억, 그리고 연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놓친 사실과 맥락을 정확히 알리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이런 현실이 있습니다. 알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장치이고, 이후의 선택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 인식의 변화가 분명 긍정적인 움직임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바다호랑이>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무거운 주제를 담았지만, 결국 한 인간이 아픔을 직면하고 치유해가는 휴먼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경수의 고통이 관객 각자의 상처와 공명해 조금이라도 보듬고 치유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민간 잠수사분들의 희생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존중도 함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미 영화를 본 분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미 보신 분들께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고통에 더 오래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께는 이 작품을 ‘눈물만 나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어루만지는 휴먼드라마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