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페이지][소식지] 독자공모전 당선작 2 - 자리 지킴

『사월십육일의약속』독자 공모전 당선작

우리들의 기억이 모여, 다시 피어나는 약속

지난 2월, 소식지 『사월십육일의약속』이 새롭게 마련한 독자 참여 코너에 정말 많은 분이 소중한 기억을 보내주셨습니다. 서랍 속에 깊이 간직해두었던 기억의 한 대목, 그날 이후 달라진 일상을 담은 시,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눌러 담은 그림들까지.

하나하나의 작품에는 세월호참사를 통과해온 각자의 시간과 겹겹이 쌓인 진심이 투명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소중한 마음들 중 조민주 님의 <있잖아, 가끔 하늘을 봐>, 이석현 님의 <자리 지킴>, 그리고 세월호참사 생존자 어머니 김순덕 님의 <열두 번의 봄을 지나온 너에게> 세 작품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문장들 사이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그날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귀한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자리 지킴

이석현

(지금 생각해보면 노래를 부르는 것도, 기타를 들고 서 있는 것도 무척 어렵게 느껴져요. 단순히 용기가 나서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거예요.)

"형, 금요일에 노래 부를 사람이 없어요. 금요일마다 와주시면 안 될까요?"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에 있었을 때, 토요일 문화제 말고도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문화제가 있었어요. 어느 날 학교 후배가 저에게 그 문화제에서 노래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학과도 달랐고 학교에서는 몇 번 마주쳐본 적도 없던 후배였는데, 저에게까지 부탁할 정도면 얼마나 절실한 걸까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형, 노래를 잘 못 불러도 되니까요."라는 말을 듣고 후배에게 해보겠다고 했어요. 저는 노래를 즐겨 부르는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노래는 지금껏 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왔고, 대학 와서 배운 노래들이 그런 노래들이니까, 가족분들에게 위로와 큰 힘이 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여러 노랫말을 찾아가며 어떤 노래를 불러야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노래 하나는 직접 만들어서 부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은 추운 겨울이었어요. 사람들은 천막 안으로 모였고 난로 주변에 둘러앉아 문화제가 시작되었죠. 어머님들은 탁자에 모여 예쁜 리본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저는 준비한 노래들을 불렀어요. 손가락이 떨리지 않을 때가 없었고 목소리도 계속 떨려서 준비한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가끔은 선배 한 명을 불러서 같이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네 번의 공연을 하다 보니 세월호 광장은 어느새 2주기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그때 지었던 노랫말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어요.

이 긴 싸움이 모두 끝나면
언젠간 떠나보내야 할 노래 2년이 지나고
너는 아직 그 자리에 있어 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린 이 자릴 지켜 줄게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다시는 이별하지 않게

그후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12주기를 맞이하게 될 2026년이 되었어요. 어제는 광화문광장에서 가족분들과 함께 피케팅에 참여했어요.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 주변을 자주 둘러보게 되는데, 끊임없이 광장을 지켜준 사람들이 보여요.글은 이렇게 썼지만, 저는 기억공간을 쭉 지켜 온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어떠한 형태로든 기억을 지켜와주신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로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a274bf72ddd5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