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현재’에서 태어난다
[포토스토리] 한국 사회의 재난참사의 기억과 추모
박희정
기억과 추모는 재난참사를 겪은 피해자에게 보장될 당연한 권리다.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꿀 배움과 성찰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공익성을 띤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기억과 추모를 위한 공간 조성을 마치 피해자에게 혜택을 베푸는 일처럼 여겨왔다. 배·보상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난참사의 수습이 끝난 듯, 그나마도 구석진 자리에 위령탑 하나를 덜렁 세우고 제 할 일을 끝낸 듯 굴었다. 재난참사의 기억과 추모가 놓인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돌아본다.
(사진: KBS 9시 뉴스 갈무리)
1994년 10월 21일, 서울 한강 성수대교의 중간 부분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며 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성수대교 붕괴는 인재로 밝혀졌고, 추모비가 건립되었으나 지금은 고속도로에 둘러싸여 접근이 어렵다. 도보로 가는 길은 도중에 끊어진다.
(사진: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회 제공)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하여 502명의 사망자와 1,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민 성금으로 건립된 위령탑은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 위령탑 관리는 현재 서울시 동부공원여가센터가 맡고 있으나 별도의 예산이 잡혀있지 않다. 위령탑 균열은 유족회가 수차례 건의한 끝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사진: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1999년 6월30일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수련원은 불법 컨테이너 건물로 전기설비도, 화재방지 시설도 엉망이었다. 이러한 곳이 청소년 수련시설로 영업하도록 내버려 둔 화성군은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추모비를 세우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2017년 화성시(2001년 시로 승격)는 씨랜드 부지에 희생자 추모공간과 추모비 건립을 포함해 궁평종합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이 바뀌며 연기됐다.
2022년 3월 26일 MBC <실화탐사대>는 씨랜드 수련원을 운영했던 박 모 씨가 참사 현장 바로 옆에서 엄청난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심지어 이 카페는 참사 현장을 주차장으로 무단 이용하고 있었다. 이 카페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름난 곳으로 알려졌다.
(사진 정택용, 416재단 제공)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는 작은 사고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위해 불에 취약한 소재로 만들어진 ‘불쏘시개’ 전동차와 안전 대응 시스템의 미비가 맞물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졌다. 2008년 12월 29일, 참사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대구시 외곽 팔공산 자락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설립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가 건립한 공간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추모공원으로 부르지 못한다. 입구에 있는 위령탑은 ‘안전조형물’로 불린다. 이 ‘안전조형물’은 추모행사를 반대하는 인근 상인들이 던진 달걀로 얼룩져있다.
(사진_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곧장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영정도 위패도 없이 설치된 분향소는 책임 회피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고 사망자’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추모할 권리’를 찾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서울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시민분향소’를 세워냈다. 강제철거를 예고했던 서울시는 현재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사 현장에 추진 중인 ‘기억과 안전의 길’도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기억은 ‘현재’에서 태어난다
[포토스토리] 한국 사회의 재난참사의 기억과 추모
박희정
기억과 추모는 재난참사를 겪은 피해자에게 보장될 당연한 권리다.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꿀 배움과 성찰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공익성을 띤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기억과 추모를 위한 공간 조성을 마치 피해자에게 혜택을 베푸는 일처럼 여겨왔다. 배·보상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난참사의 수습이 끝난 듯, 그나마도 구석진 자리에 위령탑 하나를 덜렁 세우고 제 할 일을 끝낸 듯 굴었다. 재난참사의 기억과 추모가 놓인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돌아본다.
(사진: KBS 9시 뉴스 갈무리)
1994년 10월 21일, 서울 한강 성수대교의 중간 부분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며 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성수대교 붕괴는 인재로 밝혀졌고, 추모비가 건립되었으나 지금은 고속도로에 둘러싸여 접근이 어렵다. 도보로 가는 길은 도중에 끊어진다.
(사진: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회 제공)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하여 502명의 사망자와 1,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민 성금으로 건립된 위령탑은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 위령탑 관리는 현재 서울시 동부공원여가센터가 맡고 있으나 별도의 예산이 잡혀있지 않다. 위령탑 균열은 유족회가 수차례 건의한 끝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사진: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1999년 6월30일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수련원은 불법 컨테이너 건물로 전기설비도, 화재방지 시설도 엉망이었다. 이러한 곳이 청소년 수련시설로 영업하도록 내버려 둔 화성군은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추모비를 세우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2017년 화성시(2001년 시로 승격)는 씨랜드 부지에 희생자 추모공간과 추모비 건립을 포함해 궁평종합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이 바뀌며 연기됐다.
2022년 3월 26일 MBC <실화탐사대>는 씨랜드 수련원을 운영했던 박 모 씨가 참사 현장 바로 옆에서 엄청난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심지어 이 카페는 참사 현장을 주차장으로 무단 이용하고 있었다. 이 카페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름난 곳으로 알려졌다.
(사진 정택용, 416재단 제공)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는 작은 사고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위해 불에 취약한 소재로 만들어진 ‘불쏘시개’ 전동차와 안전 대응 시스템의 미비가 맞물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졌다. 2008년 12월 29일, 참사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대구시 외곽 팔공산 자락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설립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가 건립한 공간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추모공원으로 부르지 못한다. 입구에 있는 위령탑은 ‘안전조형물’로 불린다. 이 ‘안전조형물’은 추모행사를 반대하는 인근 상인들이 던진 달걀로 얼룩져있다.
(사진_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곧장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영정도 위패도 없이 설치된 분향소는 책임 회피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고 사망자’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추모할 권리’를 찾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서울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시민분향소’를 세워냈다. 강제철거를 예고했던 서울시는 현재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사 현장에 추진 중인 ‘기억과 안전의 길’도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