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기고] 사회적 참사 재발방지와 생명안전기본법

사회적 참사 재발방지와 생명안전기본법

(사)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김순길(단원고 2-9 진윤희 엄마)

나는 왜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안했나?

우리는 10년 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반복되는 참사가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소중한 생명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국가만을 믿고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나에게 세월호 참사로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던딸 아이를 보낸 후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웃으며 문 밖을 나섰던 아이가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이 되어 내 품에 안겨야만 했는지.. 왜?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세월호 부모들은 분노와 울분에 몸부림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활동해오면서 우리 피해 가족들은 수많은 혐오와 모독하는 발언들로 또 다시 2차 가해를 입었습니다.

특혜논란, 자식팔아먹는, 세금도둑, 정치집단, 가난한동네, 종북몰이 등으로 피해자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했고 칼보다 더 날카로운 말들로 피해자 인권을 침해당해왔습니다.

정부는 생명존중의 가치를 우선으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피해자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고통 받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온전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여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고 참사에 대한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또한, 그에 맞는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이 만든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가족협의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했고 가족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10여년 간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사회로 향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배를 타고 가다가 그리고 길을 가다가 일상 생활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한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되는 길은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죄를 짓고도 생명에 대한 무게만큼의 처벌이 아닌 법이 제대로 없다는 이유로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자들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자고 많은 시간 노력했습니다.

우리 세월호 피해 가족들도 생명과 가치가 존중되는 법,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는 법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시민동행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위험사회라는 것을 온 국민이 인식한 참사가 세월호 참사라는 것이 생명안전 기본법을 만드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대처 방안만 담고 있을 뿐 생명안전의 가치는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합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이 되어 우리가 겪은 참사를 누군가는 겪지 않기를 바라고 시민의 안전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누구나 안전한 일상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명안전기본법은 왜 필요한가?

생명안전 기본법은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난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다시 말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 하고 수습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사고 원인과 대응의 문제점을 조사 개선하여 유사문제의 재발방지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태원참사 159명, 세월호참사 304명, 가습기살균제참사 1825명이 목숨을 잃었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붕괴참사,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등 대형재난도 계속 발생합니다. 이런 참사가 지속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안전을 소홀히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와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참사는 운 나쁜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참사를 겪은 우리 모두가 확인한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이유로 지속되는 재난참사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 생명안전 기본법에는 안전권, 피해자의권리보장, 안전 약자 보호,독립적 조사 기구, 위험에 대해 알권리,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권, 안전 영향 평가제도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저에게 생명안전기본법은 내 아이, 내 가족, 내 이웃, 우리 모두입니다.

너, 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서 국민의 생명과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생명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혹한 현장을 온 국민은 목격했고, 국가의 부재를 확인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국가를 향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습니다.

우리 유가족과 시민들은 수많은 경찰병력에 에워싸이고 차벽에 막히고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맞으며 싸워야 했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는 말도 안 되는 살인행위들이었고, 결국엔 물대포에 맞은 한분이 죽음을 맞이하는 결과를 초래 했습니다.

이후의 정권이 바뀌면서 집회현장들에서 물대포와 캡사이신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국가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월호참사와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겪으며 우리는 언제 어느 때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전사고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기후위기등 위험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 사회에서 안전한 사회,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로 가기위한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하는대로 재난 참사들을 지워버리고 참사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는 행위들을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재난참사를 막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누구의 잘못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구조적인 원인에 주목하고 안전의 주체에 피해자와 시민들이 참여를 확장하는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