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서문
기억이 더 또렷해지기를 바라며 · 2 - 김성장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그날 · 6 - 이지성
강민숙 · 수현 엄마 이영옥 · 15
강영미 · 아라 아빠 김응대 · 17
애진 아빠 장동원 · 19
강윤도 · 연화 아빠 이종해 · 21
찬호 엄마 남궁미녀 · 23
곽미영 · 세영 아빠 한재창 · 25
김광오 · 기억저장소 이지성 소장 · 27
잠수사 전광근 · 29
김미정 · 동혁 엄마 김성실 · 31
수정 아빠 김종근 · 33
김미화 · 소영 엄마 김미정 · 35
우재 아빠 고영환 · 37
김선 · 하용 아빠 빈운종 · 39
김선우 · 준혁 엄마 전미향 · 41
김성장 · 건우 아빠 김정윤 · 43
동거차도 주민 · 45
도언 엄마 이지성 · 49
수진 아빠 김종기 · 51
4·16 TV · 53
김수경 · 수현 아빠 박종대 · 55
창현 아빠 이남석 · 57
김승주 · 성호 아빠 최경덕 · 59
김윤주 · 찬호 아빠 전명선 · 61
김정혜 · 경미 엄마 전수현 · 63
준우 엄마 장순복 · 65
김효성 · 동영 아빠 김재만 · 67
동영 엄마 이선자 · 69
김희선 · 시연 엄마 윤경희 · 71
예슬 엄마 노현희 · 73
김희영 · 수연 아빠 이재복 · 75
예진 아빠 정종만 · 77
예진 엄마 박유신 · 79
남미희 · 유민 아빠 김영오 · 81
류지정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 83
지성 엄마 안명미 · 85
문명선 · 동혁 아빠 김영래 · 87
혜선 엄마 성시경 · 89
문영미 · 잠수사 공우영 · 93
도언 아빠 김기백 · 95
재강 엄마 양옥자 · 97
박행화 · 동수 아빠 정성욱 · 99
4·16합창단 박미리 · 101
배숙 · 승희 아빠 신현호 · 103
백인석 · 예은 아빠 유경근 · 105
잠수사 김상우 · 107
손종만 · 재욱 엄마 홍영미 · 109
태민 엄마 문연옥 · 111
송정선 · 예은 엄마 박은희 · 113
준영 아빠 오홍진 · 115
신지우 · 고운 엄마 윤명순 · 117
신현수 · 세희 아빠 임종호 · 119
세희 엄마 배미선 · 121
양은경 · 다영 아빠 김현동 · 123
지혜 엄마 이정숙 · 125
엄태순 · 수진 엄마 김인숙 · 127
우진영 · 동거차도 주민 여남수 · 129
동거차도 주민 이옥영 · 131
유미경 · 근형 아빠 이필윤 · 133
순범 엄마 최지영 · 135
유미희 · 동수 엄마 김도현 · 137
미지 아빠 유해종 · 139
윤은화 · 준우 아빠 이수하 · 141
휘범 엄마 신점자 · 143
윤정환 · 승묵 엄마 은인숙 · 145
이대형 · 강혁 엄마 조순애 · 147
은지 아빠 한홍덕 · 149
이도환 · 수연 아빠 이재복 · 151
잠수사 황병주 · 155
이미지 · 건우 엄마 김미나 · 159
형준 아빠 안재용 · 161
이상필 · 준영 엄마 임영애 · 163
이채경 · 웅기 엄마 윤옥희 · 167
차웅 엄마 김연실 · 169
전경희 · 윤민 아빠 최성용 · 171
준형 아빠 장훈 · 173
전선혜 · 경빈 엄마 전인숙 · 175
지현 엄마 심명섭 · 177
정상희 · 요한 엄마 김금자 · 179
창현 엄마 최순화 · 181
정진호 · 경주 엄마 유병화 · 183
조성숙 · 다혜 엄마 김인숙 · 185
주현 엄마 김정해 · 187
조원명 · 범수 아빠 김권식 · 189
소희 아빠 박윤수 · 191
영만 엄마 이미경 · 193
최성길 · 건우 아빠 김광배 · 195
중근 아빠 안영진 · 197
최우령 · 시우 엄마 문석연 · 199
예슬 아빠 박종범 · 201
최훈 · 윤희 아빠 진광영 · 203
진혁 엄마 고영희 · 205
추연이 · 호성 아빠 신창식 · 207
호성 엄마 정부자 · 209
한미숙 · 차웅 아빠 정윤창 · 211
허성희 · 혜경 엄마 유인애 · 213
혜원 아빠 유영민 · 215
홍성옥 · 성호 엄마 엄소영 · 217
성호 엄마 정혜숙 · 219
홍혜경 · 상준 엄마 강지은 · 221
황해경 · 준민 엄마 김혜경 · 223
함께하는 목소리 · 224
작가의 말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가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전 국민이, 동시에, 그걸 보았다. 우리 모두 가만히 있었다. 발을 구르거나 소리만 지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각자의 몸뚱이를 스스로 두들기며 보고 있었다. 몸을 쥐어짜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텔레비전 앞에서 서성이며, 두 눈으로 생생하게 지켜보며, 우리도 가라앉고 있었다. 차가운 그 바다 속 으로 우리 모두 침몰했다. 304명 중 250명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린 생명들이었다. 모든 생명이 귀하지만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는 우리를 더 아프게 했다. 이제 막 자아를 형성하고 세계를 향하여 솟구칠 준비를 하는 학창 시절 마지막 여행길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다니.
8년!
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더불어숲〉 회원들 몇몇. 모두 신영복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막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 서울·인천·부산·세종·대전·청주·수원·군산·논산·양평·공주 등, 아르헨티나에 파견교사로 나가 있는 분도, 어린 시절 미국서 살다 한국에 와 대학을 다니는 학생도 참여했다. 글씨보다 마음을 보태기 위해 함께했다. 그중 일부는 2019년 4·16 5주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때보다 규모가 커지고 〈4·16기억저장소〉가 중심에서 이번 일을 이끌었다. 4·16 참사 유족과 관련자들의 구술증언록인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작가 55명이 읽고 100점의 작품을 모아 냈다. 『그날을 말하다』는 4·16기억저장소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 2015년 6월부터 4년간에 걸쳐 진행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구술증언 사업의 결과물이다. 피해자 가족 88권, 잠수사 4권, 동거차도 어민 2권, 유가족 공동체 단체 6권 등 100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그동안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참사 발생 직후 팽목항과 진도, 바다에서의 초기 상황에 관한 중요한 증언이 포함되어 있다. 손글씨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날을 말하다』를 읽고 그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고, 안산 〈4·16 기억저장소〉와 단원고를 답사했다.
여기에 더해 신영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더불어숲〉과 〈4·16연대〉가 후원에 참여함으로써 전시가 더욱 중층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후 박재동 화백의 그림과 함께 신영복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씨를 썼는데 제자들이 그 뜻을 배워 잇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 맞추어 출간되는 이 책은 자료로서도 대중적 공간에 늘 노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걷는사람〉은 우리와 함께 2019년에 신경림·나희덕·함민복 등 38명 시인들의 시를 36명의 작가들이 써서 전시하고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 없다』를 펴낸 바 있다.
한편, 작품 제작의 관건이었던 패널을 직접 제작하여 후원해 주신 〈잼에스디〉를 기록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용인에서 세종까지 먼길을 오가며 패널 마무리 작업을 해 주셨다.
안산을 시작으로 대전·세종·옥천·부산·서울 등에서 전시를 확정했고 세월호 출발지이자 일반 이 있는 인천,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있는 도시 목포, 그리고 세월호 항해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제주에서 전시가 이 뤄지길 바란다. 광주 등 다른 지역도 논의 중이다. 이 책이 나올 즈음에는 더 많은 지역이 추가되길.
회원들이 스스로 작품 완성까지의 비용을 기부하고 많은 시간 몰두하여 빚어낸 전시이다. 글씨를 쓰는 시간, 그 시간 만큼은 작가들이 유족의 마음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픔과 통곡과 의문과 그리고 앞으로 긴 동행의 내일을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으리라 믿으며….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2년 봄, 세종에서
김성장 두 손 모아
출판사 리뷰
4·16 세월호 참사 8주기
55명의 작가가 붓으로 쓴 ‘그날’
『그날을 쓰다』 출간
4·16 세월호 참사, ‘그날’을 기록하는 55인
-잊지 않으려 두 손으로 쓰고 그린 100개의 기억
걷는사람 테마시선의 여덟 번째 도서로 『그날을 쓰다』(김성장 외)가 출간되었다. 『그날을 쓰다』는 2022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기리기 위해 기획된 도서로, 4·16기억저장소(소장 이지성, 도언 엄마)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55명의 작가들이 읽고 100점의 작품을 붓으로 써서 펴낸 전시 〈그날을 쓰다〉를 한 권의 도서로 엮어낸 책이다. 손글씨 작가들은 전시를 위해 『그날을 말하다』를 읽고 그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고, 안산 〈4·16기억저장소〉와 단원고등학교를 답사했다. 전시 〈그날을 쓰다〉는 2022년 4월 1일 안산을 시작으로 대전·세종·옥천·부산·서울 등 전국을 거쳐 순회할 예정이다.
55인의 참여 작가는 신영복 한글 민체를 공부하는 사람들로,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사단법인 더불어숲〉 글씨모임 서여회(書如會) 회원들이다.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막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서문-기억이 더 또렷해지기를 바라며」)이 세월호 참사,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저마다의 마음을 보탰다.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고 말하지만, 두 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실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4·16기억저장소 이지성 소장은 서문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그날」을 통해 “항상 마음 내어 주시고, 힘들고 지쳐 쓰러져 있을 때 묵묵히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날의 아픔과 분노, 슬픔을 기억하고 함께 행동함으로써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밝은 빛으로 되살아나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꼭 이루어질 거라고” 말한다.
“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는 서문처럼, 55인의 작가들이 글씨를 담아낸 기간은 “아픔과 통곡과 의문과 그리고 앞으로 긴 동행의 내일을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는 일, 그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 것이다.
목차
기억이 더 또렷해지기를 바라며 · 2 - 김성장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그날 · 6 - 이지성
강민숙 · 수현 엄마 이영옥 · 15
강영미 · 아라 아빠 김응대 · 17
애진 아빠 장동원 · 19
강윤도 · 연화 아빠 이종해 · 21
찬호 엄마 남궁미녀 · 23
곽미영 · 세영 아빠 한재창 · 25
김광오 · 기억저장소 이지성 소장 · 27
잠수사 전광근 · 29
김미정 · 동혁 엄마 김성실 · 31
수정 아빠 김종근 · 33
김미화 · 소영 엄마 김미정 · 35
우재 아빠 고영환 · 37
김선 · 하용 아빠 빈운종 · 39
김선우 · 준혁 엄마 전미향 · 41
김성장 · 건우 아빠 김정윤 · 43
동거차도 주민 · 45
도언 엄마 이지성 · 49
수진 아빠 김종기 · 51
4·16 TV · 53
김수경 · 수현 아빠 박종대 · 55
창현 아빠 이남석 · 57
김승주 · 성호 아빠 최경덕 · 59
김윤주 · 찬호 아빠 전명선 · 61
김정혜 · 경미 엄마 전수현 · 63
준우 엄마 장순복 · 65
김효성 · 동영 아빠 김재만 · 67
동영 엄마 이선자 · 69
김희선 · 시연 엄마 윤경희 · 71
예슬 엄마 노현희 · 73
김희영 · 수연 아빠 이재복 · 75
예진 아빠 정종만 · 77
예진 엄마 박유신 · 79
남미희 · 유민 아빠 김영오 · 81
류지정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 83
지성 엄마 안명미 · 85
문명선 · 동혁 아빠 김영래 · 87
혜선 엄마 성시경 · 89
문영미 · 잠수사 공우영 · 93
도언 아빠 김기백 · 95
재강 엄마 양옥자 · 97
박행화 · 동수 아빠 정성욱 · 99
4·16합창단 박미리 · 101
배숙 · 승희 아빠 신현호 · 103
백인석 · 예은 아빠 유경근 · 105
잠수사 김상우 · 107
손종만 · 재욱 엄마 홍영미 · 109
태민 엄마 문연옥 · 111
송정선 · 예은 엄마 박은희 · 113
준영 아빠 오홍진 · 115
신지우 · 고운 엄마 윤명순 · 117
신현수 · 세희 아빠 임종호 · 119
세희 엄마 배미선 · 121
양은경 · 다영 아빠 김현동 · 123
지혜 엄마 이정숙 · 125
엄태순 · 수진 엄마 김인숙 · 127
우진영 · 동거차도 주민 여남수 · 129
동거차도 주민 이옥영 · 131
유미경 · 근형 아빠 이필윤 · 133
순범 엄마 최지영 · 135
유미희 · 동수 엄마 김도현 · 137
미지 아빠 유해종 · 139
윤은화 · 준우 아빠 이수하 · 141
휘범 엄마 신점자 · 143
윤정환 · 승묵 엄마 은인숙 · 145
이대형 · 강혁 엄마 조순애 · 147
은지 아빠 한홍덕 · 149
이도환 · 수연 아빠 이재복 · 151
잠수사 황병주 · 155
이미지 · 건우 엄마 김미나 · 159
형준 아빠 안재용 · 161
이상필 · 준영 엄마 임영애 · 163
이채경 · 웅기 엄마 윤옥희 · 167
차웅 엄마 김연실 · 169
전경희 · 윤민 아빠 최성용 · 171
준형 아빠 장훈 · 173
전선혜 · 경빈 엄마 전인숙 · 175
지현 엄마 심명섭 · 177
정상희 · 요한 엄마 김금자 · 179
창현 엄마 최순화 · 181
정진호 · 경주 엄마 유병화 · 183
조성숙 · 다혜 엄마 김인숙 · 185
주현 엄마 김정해 · 187
조원명 · 범수 아빠 김권식 · 189
소희 아빠 박윤수 · 191
영만 엄마 이미경 · 193
최성길 · 건우 아빠 김광배 · 195
중근 아빠 안영진 · 197
최우령 · 시우 엄마 문석연 · 199
예슬 아빠 박종범 · 201
최훈 · 윤희 아빠 진광영 · 203
진혁 엄마 고영희 · 205
추연이 · 호성 아빠 신창식 · 207
호성 엄마 정부자 · 209
한미숙 · 차웅 아빠 정윤창 · 211
허성희 · 혜경 엄마 유인애 · 213
혜원 아빠 유영민 · 215
홍성옥 · 성호 엄마 엄소영 · 217
성호 엄마 정혜숙 · 219
홍혜경 · 상준 엄마 강지은 · 221
황해경 · 준민 엄마 김혜경 · 223
함께하는 목소리 · 224
작가의 말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가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전 국민이, 동시에, 그걸 보았다. 우리 모두 가만히 있었다. 발을 구르거나 소리만 지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각자의 몸뚱이를 스스로 두들기며 보고 있었다. 몸을 쥐어짜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텔레비전 앞에서 서성이며, 두 눈으로 생생하게 지켜보며, 우리도 가라앉고 있었다. 차가운 그 바다 속 으로 우리 모두 침몰했다. 304명 중 250명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린 생명들이었다. 모든 생명이 귀하지만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는 우리를 더 아프게 했다. 이제 막 자아를 형성하고 세계를 향하여 솟구칠 준비를 하는 학창 시절 마지막 여행길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다니.
8년!
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더불어숲〉 회원들 몇몇. 모두 신영복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막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 서울·인천·부산·세종·대전·청주·수원·군산·논산·양평·공주 등, 아르헨티나에 파견교사로 나가 있는 분도, 어린 시절 미국서 살다 한국에 와 대학을 다니는 학생도 참여했다. 글씨보다 마음을 보태기 위해 함께했다. 그중 일부는 2019년 4·16 5주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때보다 규모가 커지고 〈4·16기억저장소〉가 중심에서 이번 일을 이끌었다. 4·16 참사 유족과 관련자들의 구술증언록인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작가 55명이 읽고 100점의 작품을 모아 냈다. 『그날을 말하다』는 4·16기억저장소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 2015년 6월부터 4년간에 걸쳐 진행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구술증언 사업의 결과물이다. 피해자 가족 88권, 잠수사 4권, 동거차도 어민 2권, 유가족 공동체 단체 6권 등 100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그동안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참사 발생 직후 팽목항과 진도, 바다에서의 초기 상황에 관한 중요한 증언이 포함되어 있다. 손글씨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날을 말하다』를 읽고 그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고, 안산 〈4·16 기억저장소〉와 단원고를 답사했다.
여기에 더해 신영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더불어숲〉과 〈4·16연대〉가 후원에 참여함으로써 전시가 더욱 중층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후 박재동 화백의 그림과 함께 신영복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씨를 썼는데 제자들이 그 뜻을 배워 잇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 맞추어 출간되는 이 책은 자료로서도 대중적 공간에 늘 노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걷는사람〉은 우리와 함께 2019년에 신경림·나희덕·함민복 등 38명 시인들의 시를 36명의 작가들이 써서 전시하고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 없다』를 펴낸 바 있다.
한편, 작품 제작의 관건이었던 패널을 직접 제작하여 후원해 주신 〈잼에스디〉를 기록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용인에서 세종까지 먼길을 오가며 패널 마무리 작업을 해 주셨다.
안산을 시작으로 대전·세종·옥천·부산·서울 등에서 전시를 확정했고 세월호 출발지이자 일반 이 있는 인천,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있는 도시 목포, 그리고 세월호 항해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제주에서 전시가 이 뤄지길 바란다. 광주 등 다른 지역도 논의 중이다. 이 책이 나올 즈음에는 더 많은 지역이 추가되길.
회원들이 스스로 작품 완성까지의 비용을 기부하고 많은 시간 몰두하여 빚어낸 전시이다. 글씨를 쓰는 시간, 그 시간 만큼은 작가들이 유족의 마음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픔과 통곡과 의문과 그리고 앞으로 긴 동행의 내일을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으리라 믿으며….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2년 봄, 세종에서
김성장 두 손 모아
출판사 리뷰
55명의 작가가 붓으로 쓴 ‘그날’
『그날을 쓰다』 출간
4·16 세월호 참사, ‘그날’을 기록하는 55인
-잊지 않으려 두 손으로 쓰고 그린 100개의 기억
걷는사람 테마시선의 여덟 번째 도서로 『그날을 쓰다』(김성장 외)가 출간되었다. 『그날을 쓰다』는 2022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기리기 위해 기획된 도서로, 4·16기억저장소(소장 이지성, 도언 엄마)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55명의 작가들이 읽고 100점의 작품을 붓으로 써서 펴낸 전시 〈그날을 쓰다〉를 한 권의 도서로 엮어낸 책이다. 손글씨 작가들은 전시를 위해 『그날을 말하다』를 읽고 그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고, 안산 〈4·16기억저장소〉와 단원고등학교를 답사했다. 전시 〈그날을 쓰다〉는 2022년 4월 1일 안산을 시작으로 대전·세종·옥천·부산·서울 등 전국을 거쳐 순회할 예정이다.
55인의 참여 작가는 신영복 한글 민체를 공부하는 사람들로,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사단법인 더불어숲〉 글씨모임 서여회(書如會) 회원들이다.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막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서문-기억이 더 또렷해지기를 바라며」)이 세월호 참사,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저마다의 마음을 보탰다.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고 말하지만, 두 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실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4·16기억저장소 이지성 소장은 서문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그날」을 통해 “항상 마음 내어 주시고, 힘들고 지쳐 쓰러져 있을 때 묵묵히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날의 아픔과 분노, 슬픔을 기억하고 함께 행동함으로써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밝은 빛으로 되살아나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꼭 이루어질 거라고” 말한다.
“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는 서문처럼, 55인의 작가들이 글씨를 담아낸 기간은 “아픔과 통곡과 의문과 그리고 앞으로 긴 동행의 내일을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는 일, 그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