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사랑하는 내 아들, 영석이에게

2016-11-19

 

"2014년 4월 16일, 너와 생이별을 겪었지만 매일 매일 이쁜 아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사랑하는 아들, 받아보고 있는거니??

 

하루하루 눈 깜빡임에도 늘 이쁜 아들이 함께하고 있지. 예쁜 모습이 그대로인데 얼마나 컸을까? 졸업도, 생일도, 군대도, 대학캠퍼스도, 미래도, 꿈도 다 사라진 내 새끼에게 친구들 졸업하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오늘(19일)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님이 광화문광장 무대에 올라 아들에게 보내온 편지를 읽었습니다. 아래는 낭독한 편지 전문입니다.

====================================

 

 

사랑하는 내 아들, 영석에게

 

 

718일째,

이쁜 아들, 꽃이 피고 지고 네가 별이 되고난 후의 세상은 아름다울 수가 없어. 이 세상에 존재하며 함께했기에 행복했는데 이젠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네가 있는 그곳은 어떤 곳일까? 엄마도 가고 싶어. 너를 볼 수 있는 길은 그곳밖에 없구나. 기다려 줄거지? 엄마 아빠가 함께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한발, 한발 열심히 갈게.

네가 있어서 행복했던 엄마가, 넘 보고 싶은 내 이쁜 아들에게

 

804일째,

날 새며 농성 중에 805일 되버렸네. 이쁜 아들 혼자 두고 엄마 아빠 장례식장 농성장 이렇게 하고 있는 지금 현실도 믿기지 않아. 이쁜 아들 없는 세상살이가 무의미해.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이쁜 아들 만나는 날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할텐데... 힘내자 이쁜 아들! 흘러간 시간만큼 널 만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진다. 어여 이쁜 아들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혼자 보내서 미안해. 늘 가슴에 네가 있으니 심장 멈추는 날 함께 있을 그날 기다리며 하루하루 힘낼게. 진상규명 그날까지 힘내자. 이쁜 아들 사랑해!

 

947일째,

수능 보는 날이구나. 2016년 11월17일이야~ 근데 엄마는 2014년4월16일 그대로 살아 있기만을, 돌아오길.....

간절한 엄마인데 현실은 엄마가 널 찾아가야하는구나. 애기방에 양복 한 벌 선물했는데 입고 멋진 모습으로 꿈속에서라도 웃고 있는 모습 보고 싶어. 그리워하면 할수록 미안하구나. 미안해 이쁜 아들. 수능 또 한번 지났다.

 

2014년 4월 16일, 너와 생이별을 겪었지만 매일 매일 이쁜 아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사랑하는 아들, 받아보고 있는거니??

 

하루하루 눈 깜빡임에도 늘 이쁜 아들이 함께하고 있지. 예쁜 모습이 그대로인데 얼마나 컸을까? 졸업도, 생일도, 군대도, 대학캠퍼스도, 미래도, 꿈도 다 사라진 내 새끼에게 친구들 졸업하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예쁜 옷, 양말, 속옷ᆞ....늘 주말에는 영화같이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여행도 좋아했는데....

사계절 모두 아픔으로 돌아오고 엄마에게 재잘거리며 뽀뽀해주던 아이,

힘들 때 어깨다리 주물러 주던 아이,

‘사랑해 어머니 최고’ 항상 칭찬을 주고받던 내 하나뿐인 아이,

내 머리카락 자랄 때마다 손톱 발톱은 왜 그리 자라는지, 이쁜 아들이랑 한날 같이 잘라주며 씻고 나오면 냄새 맡고, 놀려대며 깔깔거리던 내 새끼,

음식하고 있으면 맛봐주며 칭찬해주고 설거지도 함께하던 아들,

가족들 앞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내 이쁜 아들,

맛있는 것도 한입, 한입 입에 넣어주며 용돈 아껴 엄마아빠 할머니 선물해주던 자상한 아들, 비밀 없이 얘기 나누며 피부에 신경쓰던 아들, 잘 자고 운동 좋아하던 아이,

 

내 꿈은 이쁜 아들이 외아들이라 장가 빨리 보내고 손주 많이 보는 것이었는데 그 흔한 노후도 아이가 좋아하는 미래도 없어졌어. 엄마로 자식이 잘되는 모습 보는 것조차도 허락치 않은 이 정부에 한없이 외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소소한 일상 얘기하는 모습 행복한 모든 일에 부러워하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에서 젤 불쌍한 국민이 돼버렸어. 진실 규명하는 날, 이쁜 아들 만나는 그 날까지 바꿔야할 대한민국, 이 땅에서 태어나 이쁜 아들과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서 행복한 엄마는 이제 이 땅에 이쁜 아들을 묻었고, 엄마도 대한민국에서 살다 아들 곁에 가려면 좋은 나라로 바꿔야 살아갈 수 있을텐데...

 

지금 현실은 온 나라의 국민이 분노하고 있어. 민심을 저버리고 생명을 저버린 정부는 이제 끝나야해. 다시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으로 걷고 뛰어가고 있어. 청소년 보기에도 부끄럽다. 정신 차리고 엄마가 버텨서 이겨낼게. 다시 만나는 날 꼭 안고 놓지 않을게.

 

미안하다 이쁜 아들! 늘 사랑해! 거기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내주길 바랄게. 다시 한자리에 친구들이 다 모여 쉴 수있게 노력할게.

사랑해 이쁜 내 아들, 영석아~~

 

주인 잃은 교복, 생활복, 드라이기, 면도기.

교복 다리던 엄마는 다리미를 다시는 못 만지고 있어

 

아직도 세월호엔 9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언제쯤 가족 품에 안길 수 있을까? 304명의 유품도 그 속에서 주인을 기다립니다.

 

 

 

 

 

 

 

* 위 사진은 오늘 오후 2시 서울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세월호가족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