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참사 3년, 시민을 기록하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판형 : 152(가로)×225(세로) / 올컬러
면수 : 292쪽
정가 : 16,500원
기획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지은이 : 정원선, 배영란
펴낸일 : 2017. 4. 16.
ISBN : 978-89-90978-98-1
펴낸곳 : 해토
| 책 소개 |
세월호참사와 함께한 시민들의 3년(2014~2017)을 기록한 인터뷰집.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기획한 첫 번째 책으로 사무원이자 희생자 초상화가 최강현씨, 음악가이며 기독교인인 김환희씨, 팽목항 자원봉사자 국슬기씨,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황용운씨,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이경숙씨,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가족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씨, 유가족들 도우미이자 (현)청년당 공동위원장 김수근씨, 세월호 법률대리인이며 ‘거리의 변호사’였던 (현)국회의원 박주민씨,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이명희 박기일 부부 등 시민 10여명이 희생자 유가족들과 더불어 ‘길거리에서 보낸 3년간’을 담았다. 이 글은 무명의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대의 기록이기에 앞서, 고통에 처한 한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기꺼이 손을 내밀고 부둥켜안은 범상하고 보편적인 고백담이다. 다음카카오의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인 ‘같이 가치’(https://together.kakao.com)를 통해 네티즌 5천여 명의 후원을 받았으며, 2017년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콘텐츠 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 출판사 리뷰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공식 발간한 최초의 세월호참사 도서
2017년 3월 31일,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뉴스에서는 ‘침몰 3년 만에 마지막 여정을 끝’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목포신항에서 배를 기다리던 미수습자와 희생자 유가족, 시민들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이하 ‘가협’)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이하 ‘4.16연대’)가 거듭 밝혔듯이 세월호 노정의 진정한 끝이란 ‘온전한 인양’, ‘미수습자 수습’,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 인 까닭이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분향소를 찾아주고 집회에서 함께하며 광장으로 마음을 모아주시는 국민들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해 왔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번에는 우리가 시민들을 기록해 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광화문에서, 국회에서, 정부청사 앞에서, 동거차도에서,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이 삭발과 삼보일배, 농성과 노숙과 단식을 잇달아 벌이며 눈물을 쏟아낼 때, 그 곁에는 언제나 이름 모를 이웃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세월호참사는 남의 일, 나와는 무관한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피켓을 들고, 비바람 속에서 전국을 행진하며 실상을 알리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서명을 받고, 밤늦도록 말없이 노란 리본을 접고 또 접으며,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앞에서 목이 쉬어라 진상규명을 외친 수많은 사람들은 지난 3년간 유가족들과 넓은 의미의 ‘대가족’이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 전국의 대표적인 세월호 ‘시민 자원봉사자’ 10여명의 이야기를 추려낸 인터뷰집이다.
2014년 3월까지는 그저 사무원이고, 음악가였으며, 학원강사였고, 회사원이며, 고등학생이었고, 자영업자였으며, 동네의 자발적 활동가였고, 변호사였던 평범한 이웃들은 참사를 접한 뒤 개인의 울타리를 벗어나 헌신적으로 세월호 활동에 나섰다. 그들은 밤잠을 줄여 희생자의 초상을 그렸고, 서명을 받으러 곳곳을 전전했으며,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구조활동을 지원하며 밤을 지새웠고, 제주도에 기억공간을 만들었으며, 광장에서 노래했고, 지역에서 추모를 이끌었다. 유족들이 기자회견, 항의집회, 철야농성 때마다 늘 곁에 있었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으며, 법률대리인으로 권력과 정면으로 맞붙었고, 동네에서 주민들과 촛불을 들었다. 유가족들이 물대포를 맞으며 방패에 가로막히고, 정부와 국회에서 번번이 진상규명 활동이 좌절되는 동안에도 그들은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때로는 정보기관의 사찰을 받고 경찰에 고발을 당하며 재판에 회부되면서도 그들은 유가족들 곁을 지켰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단순히 세월호 자원봉사자들의 기록이라기보다, 지난 3년간 한국사회의 시대화(時代畫), 시민들의 삶으로 점묘한 일종의 ‘게르니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잇는 세 번째 책
2015년 4월에는 희생자 아빠엄마들의 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됐고, 2016년 4월에는 생존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의 기록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발간됐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그 뒤를 이어 일반 시민들을 기록했다. 부모-친구와 형제자매-시민으로 이어지며 연대의 고리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앞의 두 책이 작가기록단에 의해 출간된 것에 비해 이번 책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공식적으로 이 땅에 내놓는 첫 번째 책이란 의의를 가진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함께 해준 시민들이 ‘정말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며, 그래서 ‘우리 세월호 가족은 버틸 수 있었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더 크게 나아가고자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거대한 촛불의 항쟁으로 광화문 416광장을 천만의 촛불 광장으로 만들어온 그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추천사를 통해 밝혔다. 제목의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단지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으레껏 건네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시민들에게 약속하는 다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서로를 잊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무시하지 않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가자는 염원이기도 하다.
‘헬조선’ 대한민국, 극악무도한 자본주의 세상도 결국은 공동체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의 풍경은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일상으로 아주 많이 변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복지국가로 향해가는 것 같던 이 배는 결국 약자의 희생을 성장의 볼모로 삼는 ‘헬조선’, ‘재난 자본주의’로 표류해 가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2016년 가을부터 명백히 거꾸로 돌고 있던 시계바늘을 되돌리고자 광장에 나섰고, 결국 의회와 헌재의 추인을 받으며 명예혁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바늘구멍과 같은 청년 취업난, 끝 간 데 없이 내몰리는 중장년의 생존 투쟁, 헤어 나올 수 없는 가난을 자살로 탈출하는 노인들의 풍경은 이 극악무도한 자본주의가 간단히 희망을 약속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시민들이 일상과 생활의 영역에서, 동네와 지역의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범위를 넓혀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참사가 한국사회에 일깨워 준 것은 이 세상이 결국 하나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날 TV 생중계로 침몰을 지켜본 국민들이나 끝까지 이를 외면하고 덮으려만 했던 대통령과 집권여당도 결국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탄핵집회에서 매번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소개될 때마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열띤 박수와 성원을 보냈다. 전국의 광장은 정치의 시간을 다시 2014년 4월로 거슬러 지정했으며, 탄핵 결정과 동시에 세월호는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 왔다. 파편화된 것처럼 보이던 정치와 경제와 지역과 일상은 모두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다. 2017년 대한민국은 엄연한 공동체이며, 그 공동체의 동력은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바로 시민임을 모두가 확인했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시민 개개인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맞닥뜨리며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섬세하게 살펴가는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그저 타인의 운명으로 치부하지 않고, 나서고, 연대해 불의를 멈춰 세우는 일이 시민의 책무이며 민주주의의 학습이고 인간적인 성장임을 인터뷰 가운데 은은하게 밝힌다. 위인들의 각별한 업적이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만인보(萬人步)가 서로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원동력임을 시나브로 방증한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재지 않고”(김환희), “제가 잘 하는 게 그거거든요. 머릿수 채우는 거. 박수치는 거.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뿐이에요.”(이 경숙), “피켓을 들면 그걸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발발발 떨면서 몇 시간이라도 들고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정유라), “당사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데 , 내가 ‘언제까지 해볼게’는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이명희),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해야죠.”(국슬기) 책에서 시민들은 고백한다.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거창하다면 거창한 말들을. 어쩌면 참 당연한 것 같은 그들의 말은 그러나 참사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겁박하며 따돌림하는 현실에서 새롭고 또 특별하게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광장에 모여 다 같이 꿈꾸었던 세상은 그런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현실의 지평에서 실현되고 확인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사회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광장에 모였던 염원들이 정당정치의 구심력에 의해 다시 개별화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시민들에게 묻는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냐고. 그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외면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주위를 밝히고 싶었던 게 아니었냐고.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2014년 그날 이후 ‘아무 것도 안 할 순 없어서’ 개인의 껍질을 깨고 광장에 나섰던 무명 씨앗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결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시민 사회의 약속
故 김관홍 잠수사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렇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그래서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저마다 한 자루씩 촛불을 들고 ‘뒷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작고 약한 사람들이지만, 굳세고 단단한 결심으로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 섰다. 가진 것도 많지 않고, 건강하지도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려고 했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서울에서, 제주에서, 대구에서, 번화가에서, 또 지역에서 그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들불이 되고자 했다. 그 빛들로 덧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을 기리며 아울러 아프고 고립된 피해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기에.
우리는 모두 세월호 유가족이며, 슬픔이든 분노든 외면이든 멸시든 국민의 모든 반응은 우리가 여전히 세월호 트라우마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그 일희일비 속에 희망은 있을까.
이 책은 촛불 시민들이 김관홍 잠수사로부터 이어받은 ‘뒷일’의 기록이며, 또한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아래로부터의 대답이기도 하다.
| 기획자, 저자 소개 |
[기획]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 세월호참사 후 저희 피해자와 가족들은 온전한 선체인양, 미수습자 완전수습, 철저한 진상규명 및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약칭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우리는 4.16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강력한 책임자 처벌,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참사 재발방지대책 수립,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대한민국 건설만이 304명의 죽음을 거룩한 희생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반드시 이루어내기 위해 이전 참사의 피해자들은 물론 4.16참사의 의미를 공감하는 모든 국민, 해외교민들과 함께 외치고 행동할 것입니다.
4.16연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과 시민이 함께 회원이 되어 만든 단체입니다. 4.16연대는 현재 9천여 회원이 같이하고 있습니다.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4.16연대는 4.16세월호참사 문제의 해결이 장기적 상황이 되어도 버티며 끝내 이겨낼 수 있도록 2015년 6월에 결성되었습니다. 4.16연대는 피해자 가족을 돕고 함께 진상규명, 인양, 피해자 권리회복, 안전사회를 위한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또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참사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는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받들어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세상을 바꿔내기 위해 민주민생인권의 회복을 위한 연대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지은이]
정원선
그날 가라앉던 배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시 전문 에세이스트로 2010년 <제주 風景話>, 2013년 <전주 낭독>, 2015년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등의 책을 냈다.
배영란
아이들을 구조하지도 못하고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못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 곁에서 함께 서 있고 함께 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광장에서 기록하는 글 쓰는 노동자.
| 목차 |
들어가며
산도르 마라이 소설 <열정>의 한 대목
1. 그려보면 아이들이 다 예뻐요
희생자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 사무원 _ 최강현
2. 아줌마, 나는 그냥 아줌마예요
‘범생이’를 벗어던진 음악가, 기독교인 _ 김환희
3. 안 끝났으니까
팽목항 자원봉사자, 수도권 지하철역 서명지기 _ 국슬기
4.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_ 황용운
5.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광화문에서 노래하는 소녀_ 장한나
6. 그때도 저는 엄마니까요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_ 이경숙
7. 잊지 않을게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가족 _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
8. 나오십시오
청년당 공동준비위원장 _ 김수근
9.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거리의 변호사’였던 국회의원 _ 박주민
10. 집 앞이 곧 광장이지요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_ 이명희 박기일 부부
추천사
2014년 4월 16일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_ 전명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2학년 7반 故 전찬호 군의 아버지)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_ 전인숙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단원고 2학년 4반 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세월호 분투기(奮鬪記) _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나오며
에필로그
| 책 속에서 |
“제가 뭐라고……. 그냥 그게 되든 안 되든 부딪혀 봐야지 요만큼이라도 변하는 것 같아요. 싸워서 이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 번 이겨본 사람은 그 기억을 가지고 다른 일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이길 때까지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봤다시피 기득권은 금방 바뀌지 않아요.”(56쪽, “아줌마, 나는 그냥 아줌마예요” ‘범생이’를 벗어던진 음악가, 기독교인 김환희)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신할 사람이 없었으니까.”(72쪽, “안 끝났으니까” 팽목항 자원봉사자, 수도권 지하철역 서명지기 국슬기)
“저는 사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거든요. 저는 다만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 말은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어떻게든 실천해야 행복하단 거예요. 아이들이 헛되이 죽었는데, 그 뒤로 우리가 명확한 진전을 이뤘나요? 아니잖아요. 3년째 유가족이 길에서 물대포를 맞고 있잖아요. 방법을 만들어야죠. 모르고 오해하고 안 듣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하고 공감을 끌어내야죠. 동정이나 비난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어떻게든 해야죠.”(95~96쪽,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황용운)
“그냥 제가 잘 하는 일 하는 거예요. 내가 오려면 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 올 여건이 안 되면 와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서 오구요. 주말마다 열리는 추모 문화제도 참석자가 많지 않으면 유가족들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도봉모임도 그런 마음이거든요. 참사 2주기 때도 비가 억수같이 퍼붓었는데 시민들이 광화문에 많이 오셨잖아요.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지, 나라도 가야겠다. 남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147~148쪽, “그때도 저는 엄마니까요”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이경숙)
“저희가요. 시간도 없고, 건강하지도 못해요. 없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상처도 많구요. 자존감도 낮구요. 우리가 가진 건 마음밖에 없잖아요. 마음이 가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내 마음을 다해 행동하는 것밖에 못하는 거예요. 계산 같은 거 없어요. 못 해요.”(174쪽, “잊지 않을게” ‘엄마의노란손수건’ 회원가족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
“얼핏 보면 세월호참사는 아주 예외적인 사람들에게 일어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인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 참사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가치관과 제도의 문제거든요. 내버려 두면 같은 일이 또 반복돼요.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는 거죠. 유가족들이 불쌍해서 동정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거. 사회 전체의 일이고 또 나의 일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게 힘들 지도 않을 거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242쪽,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거리의 변호사’였던 국회의원 박주민)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아침에 (세월호)피켓이라도 들어야겠다. 한 며칠간이라도. 1주기까지만이라도’ 그래서 딸들하고 제가 그랬어요. ‘며칠만 하려면 하지 마’, ‘그런 사람은 대한민국에 널렸어’”(249쪽, “집 앞이 광장이지요”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이명희 박기일 부부)
[추천사3 전문]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세월호 분투기(奮鬪記)
박래군(4.16연대 공동대표)
2014년 4월 16일은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 누가 그날의 기억을 모른다고 할까? 청와대에 있던 전 대통령 외에는 이 나라 국민이라면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졌던 많은 날들 동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기에 다시 세 번째 봄이 찾아왔어도 세월호는 묻히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악착같이 묻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월호가 그 정권을 끌어내렸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게 되었던 때부터,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뭐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다.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재지 않고.”(김환희)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집회에도 나가 보지 않던 사람들이 세월호를 겪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들고, 리본을 만들고, 주말 집회와 문화제마다 나가고…. “제가 제일 잘하는 게 그거거든요. 머릿수 채우는 거, 박수치는 거.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뿐이에요.”(이경숙) 직장을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지치고 힘든데도 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이런 마음들이 이어져서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비가 오면 저희는 원피스 품속으로 서명지를 집어넣었어요. 젖을까 봐. 저희도 그걸 생명처럼 다뤘어요. …그리고 피켓을 들면 그걸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발발발 떨면서 몇 시간이라도 들고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정유라) 누가 시켜서는 못할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6백5십만 명의 서명으로 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정부가 특별법에 의해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그것으로 정권의 의도가 먹힐 것 같았지만, 우리가 같이 보았듯이 되레 그 정권이 망하고 말았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세월호참사다.
너무 괴롭고 죄스러워서 광화문 광장에 나오고, 팽목항까지 먼 길을 걸어간다. 나보다 더 아픈 자식 잃은 당사자들이 앞에 서 있는데 나의 힘듦과 아픔은 비할 수가 없다. “바다를 향해서 즉석 밥도 올려놓고 콜라도 올려놓고 과자도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애들 사진 세워두고 거기다 아버지가 절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데, 아...(탄식) 마음이 너무...(말을 잇지 못한다)”(최강현) 애비가 먼저 간 자식의 영정 앞에 절을 하는 모습, 아들딸을 잃은 그들이 삭발까지 하는 모습을 울면서 보아야 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당사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데, ‘내가 언제까지 해볼게’ 는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이명희) 그래서 3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고 있다. 이제 지겹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해야죠.”(국슬기)
“결국, 다 죽고 시신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지하철에서도 울고, 교복 입은 학생들만 봐도 울고….”(황용운) 울고만 있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황 씨는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목적지인 제주도로 옮겨서는 기억공간을 만들어 운영한다. 힘들기만 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유가족분들껜 죄송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장소가 살아갈 힘을 줘요. 우리 모두가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나는 내가 아니고 너구나. 저 아이도 내 자식이고 저 엄마도 내 엄마고. 우리가 그런 느낌을 어디서 받아 봐요?”(정유라) 이런 공감과 연대감을 얻는다. ‘돈 중심의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만 알기를 강요받아왔던 사람들이 깨어나 세상은 서로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거기서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깨어난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겨울의 광장에서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닐까? 주권자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탄생과정을 이 책은 고스란히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고 이 사회에 축적되어가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이다. 민주주의는 새로워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다짐을 한다.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래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눈물을 멈추라고 강요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장한나) 어찌 이런 바람이 장한나 만의 바람일까? 이런 소망을 공유한 사람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어둡지 않다. 아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세월호이고, 이 배가 침몰했을 때 구조해줄 국가가 아직은 없을지 몰라도, 광장을 지키고, 거리에 서고, 같이 울고, 같이 외치던 사람들이 있어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별이 된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을 잃고 우는 당사자들의 손을 잡고, 그 손 놓지 않고 가는 길이 벌써 3년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아니 세계 곳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다. 평소 큰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어서 더 큰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은 보편성이 있다. 그 울림만큼의 감동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감을 준다. 이렇게 내 마음처럼 생각하고 움직여온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다시 몸과 마음을 앓아야 하는 봄이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봄이다. 아직은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처벌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아무 것도 해냈다고 생각지는 말자. 서로 기대며 손잡은 시간이 있어서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고 서러운 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 작업을 촉발하기에 이 책은 부족함이 없다.

세월호참사 3년, 시민을 기록하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판형 : 152(가로)×225(세로) / 올컬러
면수 : 292쪽
정가 : 16,500원
기획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지은이 : 정원선, 배영란
펴낸일 : 2017. 4. 16.
ISBN : 978-89-90978-98-1
펴낸곳 : 해토
| 책 소개 |
세월호참사와 함께한 시민들의 3년(2014~2017)을 기록한 인터뷰집.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기획한 첫 번째 책으로 사무원이자 희생자 초상화가 최강현씨, 음악가이며 기독교인인 김환희씨, 팽목항 자원봉사자 국슬기씨,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황용운씨,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이경숙씨,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가족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씨, 유가족들 도우미이자 (현)청년당 공동위원장 김수근씨, 세월호 법률대리인이며 ‘거리의 변호사’였던 (현)국회의원 박주민씨,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이명희 박기일 부부 등 시민 10여명이 희생자 유가족들과 더불어 ‘길거리에서 보낸 3년간’을 담았다. 이 글은 무명의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대의 기록이기에 앞서, 고통에 처한 한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기꺼이 손을 내밀고 부둥켜안은 범상하고 보편적인 고백담이다. 다음카카오의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인 ‘같이 가치’(https://together.kakao.com)를 통해 네티즌 5천여 명의 후원을 받았으며, 2017년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콘텐츠 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 출판사 리뷰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공식 발간한 최초의 세월호참사 도서
2017년 3월 31일,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뉴스에서는 ‘침몰 3년 만에 마지막 여정을 끝’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목포신항에서 배를 기다리던 미수습자와 희생자 유가족, 시민들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이하 ‘가협’)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이하 ‘4.16연대’)가 거듭 밝혔듯이 세월호 노정의 진정한 끝이란 ‘온전한 인양’, ‘미수습자 수습’,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 인 까닭이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분향소를 찾아주고 집회에서 함께하며 광장으로 마음을 모아주시는 국민들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해 왔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번에는 우리가 시민들을 기록해 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광화문에서, 국회에서, 정부청사 앞에서, 동거차도에서,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이 삭발과 삼보일배, 농성과 노숙과 단식을 잇달아 벌이며 눈물을 쏟아낼 때, 그 곁에는 언제나 이름 모를 이웃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세월호참사는 남의 일, 나와는 무관한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피켓을 들고, 비바람 속에서 전국을 행진하며 실상을 알리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서명을 받고, 밤늦도록 말없이 노란 리본을 접고 또 접으며,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앞에서 목이 쉬어라 진상규명을 외친 수많은 사람들은 지난 3년간 유가족들과 넓은 의미의 ‘대가족’이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 전국의 대표적인 세월호 ‘시민 자원봉사자’ 10여명의 이야기를 추려낸 인터뷰집이다.
2014년 3월까지는 그저 사무원이고, 음악가였으며, 학원강사였고, 회사원이며, 고등학생이었고, 자영업자였으며, 동네의 자발적 활동가였고, 변호사였던 평범한 이웃들은 참사를 접한 뒤 개인의 울타리를 벗어나 헌신적으로 세월호 활동에 나섰다. 그들은 밤잠을 줄여 희생자의 초상을 그렸고, 서명을 받으러 곳곳을 전전했으며,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구조활동을 지원하며 밤을 지새웠고, 제주도에 기억공간을 만들었으며, 광장에서 노래했고, 지역에서 추모를 이끌었다. 유족들이 기자회견, 항의집회, 철야농성 때마다 늘 곁에 있었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으며, 법률대리인으로 권력과 정면으로 맞붙었고, 동네에서 주민들과 촛불을 들었다. 유가족들이 물대포를 맞으며 방패에 가로막히고, 정부와 국회에서 번번이 진상규명 활동이 좌절되는 동안에도 그들은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때로는 정보기관의 사찰을 받고 경찰에 고발을 당하며 재판에 회부되면서도 그들은 유가족들 곁을 지켰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단순히 세월호 자원봉사자들의 기록이라기보다, 지난 3년간 한국사회의 시대화(時代畫), 시민들의 삶으로 점묘한 일종의 ‘게르니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잇는 세 번째 책
2015년 4월에는 희생자 아빠엄마들의 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됐고, 2016년 4월에는 생존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의 기록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발간됐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그 뒤를 이어 일반 시민들을 기록했다. 부모-친구와 형제자매-시민으로 이어지며 연대의 고리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앞의 두 책이 작가기록단에 의해 출간된 것에 비해 이번 책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공식적으로 이 땅에 내놓는 첫 번째 책이란 의의를 가진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함께 해준 시민들이 ‘정말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며, 그래서 ‘우리 세월호 가족은 버틸 수 있었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더 크게 나아가고자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거대한 촛불의 항쟁으로 광화문 416광장을 천만의 촛불 광장으로 만들어온 그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추천사를 통해 밝혔다. 제목의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단지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으레껏 건네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시민들에게 약속하는 다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서로를 잊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무시하지 않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가자는 염원이기도 하다.
‘헬조선’ 대한민국, 극악무도한 자본주의 세상도 결국은 공동체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의 풍경은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일상으로 아주 많이 변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복지국가로 향해가는 것 같던 이 배는 결국 약자의 희생을 성장의 볼모로 삼는 ‘헬조선’, ‘재난 자본주의’로 표류해 가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2016년 가을부터 명백히 거꾸로 돌고 있던 시계바늘을 되돌리고자 광장에 나섰고, 결국 의회와 헌재의 추인을 받으며 명예혁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바늘구멍과 같은 청년 취업난, 끝 간 데 없이 내몰리는 중장년의 생존 투쟁, 헤어 나올 수 없는 가난을 자살로 탈출하는 노인들의 풍경은 이 극악무도한 자본주의가 간단히 희망을 약속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시민들이 일상과 생활의 영역에서, 동네와 지역의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범위를 넓혀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참사가 한국사회에 일깨워 준 것은 이 세상이 결국 하나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날 TV 생중계로 침몰을 지켜본 국민들이나 끝까지 이를 외면하고 덮으려만 했던 대통령과 집권여당도 결국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탄핵집회에서 매번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소개될 때마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열띤 박수와 성원을 보냈다. 전국의 광장은 정치의 시간을 다시 2014년 4월로 거슬러 지정했으며, 탄핵 결정과 동시에 세월호는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 왔다. 파편화된 것처럼 보이던 정치와 경제와 지역과 일상은 모두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다. 2017년 대한민국은 엄연한 공동체이며, 그 공동체의 동력은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바로 시민임을 모두가 확인했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시민 개개인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맞닥뜨리며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섬세하게 살펴가는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그저 타인의 운명으로 치부하지 않고, 나서고, 연대해 불의를 멈춰 세우는 일이 시민의 책무이며 민주주의의 학습이고 인간적인 성장임을 인터뷰 가운데 은은하게 밝힌다. 위인들의 각별한 업적이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만인보(萬人步)가 서로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원동력임을 시나브로 방증한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재지 않고”(김환희), “제가 잘 하는 게 그거거든요. 머릿수 채우는 거. 박수치는 거.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뿐이에요.”(이 경숙), “피켓을 들면 그걸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발발발 떨면서 몇 시간이라도 들고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정유라), “당사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데 , 내가 ‘언제까지 해볼게’는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이명희),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해야죠.”(국슬기) 책에서 시민들은 고백한다.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거창하다면 거창한 말들을. 어쩌면 참 당연한 것 같은 그들의 말은 그러나 참사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겁박하며 따돌림하는 현실에서 새롭고 또 특별하게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광장에 모여 다 같이 꿈꾸었던 세상은 그런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현실의 지평에서 실현되고 확인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사회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광장에 모였던 염원들이 정당정치의 구심력에 의해 다시 개별화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시민들에게 묻는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냐고. 그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외면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주위를 밝히고 싶었던 게 아니었냐고.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2014년 그날 이후 ‘아무 것도 안 할 순 없어서’ 개인의 껍질을 깨고 광장에 나섰던 무명 씨앗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결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시민 사회의 약속
故 김관홍 잠수사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렇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그래서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저마다 한 자루씩 촛불을 들고 ‘뒷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작고 약한 사람들이지만, 굳세고 단단한 결심으로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 섰다. 가진 것도 많지 않고, 건강하지도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려고 했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서울에서, 제주에서, 대구에서, 번화가에서, 또 지역에서 그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들불이 되고자 했다. 그 빛들로 덧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을 기리며 아울러 아프고 고립된 피해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기에.
우리는 모두 세월호 유가족이며, 슬픔이든 분노든 외면이든 멸시든 국민의 모든 반응은 우리가 여전히 세월호 트라우마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그 일희일비 속에 희망은 있을까.
이 책은 촛불 시민들이 김관홍 잠수사로부터 이어받은 ‘뒷일’의 기록이며, 또한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아래로부터의 대답이기도 하다.
| 기획자, 저자 소개 |
[기획]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 세월호참사 후 저희 피해자와 가족들은 온전한 선체인양, 미수습자 완전수습, 철저한 진상규명 및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약칭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우리는 4.16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강력한 책임자 처벌,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참사 재발방지대책 수립,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대한민국 건설만이 304명의 죽음을 거룩한 희생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반드시 이루어내기 위해 이전 참사의 피해자들은 물론 4.16참사의 의미를 공감하는 모든 국민, 해외교민들과 함께 외치고 행동할 것입니다.
4.16연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과 시민이 함께 회원이 되어 만든 단체입니다. 4.16연대는 현재 9천여 회원이 같이하고 있습니다.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4.16연대는 4.16세월호참사 문제의 해결이 장기적 상황이 되어도 버티며 끝내 이겨낼 수 있도록 2015년 6월에 결성되었습니다. 4.16연대는 피해자 가족을 돕고 함께 진상규명, 인양, 피해자 권리회복, 안전사회를 위한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또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참사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는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받들어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세상을 바꿔내기 위해 민주민생인권의 회복을 위한 연대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지은이]
정원선
그날 가라앉던 배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시 전문 에세이스트로 2010년 <제주 風景話>, 2013년 <전주 낭독>, 2015년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등의 책을 냈다.
배영란
아이들을 구조하지도 못하고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못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 곁에서 함께 서 있고 함께 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광장에서 기록하는 글 쓰는 노동자.
| 목차 |
들어가며
산도르 마라이 소설 <열정>의 한 대목
1. 그려보면 아이들이 다 예뻐요
희생자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 사무원 _ 최강현
2. 아줌마, 나는 그냥 아줌마예요
‘범생이’를 벗어던진 음악가, 기독교인 _ 김환희
3. 안 끝났으니까
팽목항 자원봉사자, 수도권 지하철역 서명지기 _ 국슬기
4.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_ 황용운
5.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광화문에서 노래하는 소녀_ 장한나
6. 그때도 저는 엄마니까요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_ 이경숙
7. 잊지 않을게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가족 _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
8. 나오십시오
청년당 공동준비위원장 _ 김수근
9.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거리의 변호사’였던 국회의원 _ 박주민
10. 집 앞이 곧 광장이지요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_ 이명희 박기일 부부
추천사
2014년 4월 16일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_ 전명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2학년 7반 故 전찬호 군의 아버지)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_ 전인숙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단원고 2학년 4반 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세월호 분투기(奮鬪記) _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나오며
에필로그
| 책 속에서 |
“제가 뭐라고……. 그냥 그게 되든 안 되든 부딪혀 봐야지 요만큼이라도 변하는 것 같아요. 싸워서 이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 번 이겨본 사람은 그 기억을 가지고 다른 일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이길 때까지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봤다시피 기득권은 금방 바뀌지 않아요.”(56쪽, “아줌마, 나는 그냥 아줌마예요” ‘범생이’를 벗어던진 음악가, 기독교인 김환희)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신할 사람이 없었으니까.”(72쪽, “안 끝났으니까” 팽목항 자원봉사자, 수도권 지하철역 서명지기 국슬기)
“저는 사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거든요. 저는 다만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 말은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어떻게든 실천해야 행복하단 거예요. 아이들이 헛되이 죽었는데, 그 뒤로 우리가 명확한 진전을 이뤘나요? 아니잖아요. 3년째 유가족이 길에서 물대포를 맞고 있잖아요. 방법을 만들어야죠. 모르고 오해하고 안 듣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하고 공감을 끌어내야죠. 동정이나 비난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어떻게든 해야죠.”(95~96쪽,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제주도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Re:Born’ 운영자 황용운)
“그냥 제가 잘 하는 일 하는 거예요. 내가 오려면 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 올 여건이 안 되면 와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서 오구요. 주말마다 열리는 추모 문화제도 참석자가 많지 않으면 유가족들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도봉모임도 그런 마음이거든요. 참사 2주기 때도 비가 억수같이 퍼붓었는데 시민들이 광화문에 많이 오셨잖아요.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지, 나라도 가야겠다. 남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147~148쪽, “그때도 저는 엄마니까요” 회사원이자 416 약속지킴이 이경숙)
“저희가요. 시간도 없고, 건강하지도 못해요. 없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상처도 많구요. 자존감도 낮구요. 우리가 가진 건 마음밖에 없잖아요. 마음이 가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내 마음을 다해 행동하는 것밖에 못하는 거예요. 계산 같은 거 없어요. 못 해요.”(174쪽, “잊지 않을게” ‘엄마의노란손수건’ 회원가족 정유라, 목선재, 목종찬)
“얼핏 보면 세월호참사는 아주 예외적인 사람들에게 일어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인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 참사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가치관과 제도의 문제거든요. 내버려 두면 같은 일이 또 반복돼요.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는 거죠. 유가족들이 불쌍해서 동정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거. 사회 전체의 일이고 또 나의 일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게 힘들 지도 않을 거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242쪽,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거리의 변호사’였던 국회의원 박주민)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아침에 (세월호)피켓이라도 들어야겠다. 한 며칠간이라도. 1주기까지만이라도’ 그래서 딸들하고 제가 그랬어요. ‘며칠만 하려면 하지 마’, ‘그런 사람은 대한민국에 널렸어’”(249쪽, “집 앞이 광장이지요” 대구 상인동의 자발적 활동가 이명희 박기일 부부)
[추천사3 전문]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세월호 분투기(奮鬪記)
박래군(4.16연대 공동대표)
2014년 4월 16일은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 누가 그날의 기억을 모른다고 할까? 청와대에 있던 전 대통령 외에는 이 나라 국민이라면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졌던 많은 날들 동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기에 다시 세 번째 봄이 찾아왔어도 세월호는 묻히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악착같이 묻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월호가 그 정권을 끌어내렸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게 되었던 때부터,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뭐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다.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재지 않고.”(김환희)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집회에도 나가 보지 않던 사람들이 세월호를 겪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들고, 리본을 만들고, 주말 집회와 문화제마다 나가고…. “제가 제일 잘하는 게 그거거든요. 머릿수 채우는 거, 박수치는 거.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뿐이에요.”(이경숙) 직장을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지치고 힘든데도 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이런 마음들이 이어져서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비가 오면 저희는 원피스 품속으로 서명지를 집어넣었어요. 젖을까 봐. 저희도 그걸 생명처럼 다뤘어요. …그리고 피켓을 들면 그걸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발발발 떨면서 몇 시간이라도 들고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정유라) 누가 시켜서는 못할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6백5십만 명의 서명으로 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정부가 특별법에 의해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그것으로 정권의 의도가 먹힐 것 같았지만, 우리가 같이 보았듯이 되레 그 정권이 망하고 말았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세월호참사다.
너무 괴롭고 죄스러워서 광화문 광장에 나오고, 팽목항까지 먼 길을 걸어간다. 나보다 더 아픈 자식 잃은 당사자들이 앞에 서 있는데 나의 힘듦과 아픔은 비할 수가 없다. “바다를 향해서 즉석 밥도 올려놓고 콜라도 올려놓고 과자도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애들 사진 세워두고 거기다 아버지가 절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데, 아...(탄식) 마음이 너무...(말을 잇지 못한다)”(최강현) 애비가 먼저 간 자식의 영정 앞에 절을 하는 모습, 아들딸을 잃은 그들이 삭발까지 하는 모습을 울면서 보아야 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당사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데, ‘내가 언제까지 해볼게’ 는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이명희) 그래서 3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고 있다. 이제 지겹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해야죠.”(국슬기)
“결국, 다 죽고 시신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지하철에서도 울고, 교복 입은 학생들만 봐도 울고….”(황용운) 울고만 있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황 씨는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목적지인 제주도로 옮겨서는 기억공간을 만들어 운영한다. 힘들기만 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유가족분들껜 죄송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장소가 살아갈 힘을 줘요. 우리 모두가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나는 내가 아니고 너구나. 저 아이도 내 자식이고 저 엄마도 내 엄마고. 우리가 그런 느낌을 어디서 받아 봐요?”(정유라) 이런 공감과 연대감을 얻는다. ‘돈 중심의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만 알기를 강요받아왔던 사람들이 깨어나 세상은 서로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거기서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깨어난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겨울의 광장에서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닐까? 주권자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탄생과정을 이 책은 고스란히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고 이 사회에 축적되어가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이다. 민주주의는 새로워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다짐을 한다.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래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눈물을 멈추라고 강요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장한나) 어찌 이런 바람이 장한나 만의 바람일까? 이런 소망을 공유한 사람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어둡지 않다. 아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세월호이고, 이 배가 침몰했을 때 구조해줄 국가가 아직은 없을지 몰라도, 광장을 지키고, 거리에 서고, 같이 울고, 같이 외치던 사람들이 있어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별이 된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을 잃고 우는 당사자들의 손을 잡고, 그 손 놓지 않고 가는 길이 벌써 3년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아니 세계 곳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다. 평소 큰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어서 더 큰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은 보편성이 있다. 그 울림만큼의 감동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감을 준다. 이렇게 내 마음처럼 생각하고 움직여온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다시 몸과 마음을 앓아야 하는 봄이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봄이다. 아직은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처벌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아무 것도 해냈다고 생각지는 말자. 서로 기대며 손잡은 시간이 있어서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고 서러운 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 작업을 촉발하기에 이 책은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