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체/연대세월호 가족들이 주저앉았던 그 길목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주저앉았던 그 길목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있습니다.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습니다. 지금 즉시, 대통령의 지시로 수색이 재개되어야 합니다. 아래는 어제(26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개최한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어제 기자회견에는 홍영미 4.16가족협의회 심리생계지원분과장, 재욱 어머님이 함께 했습니다. 

 

 

 

기/자/회/견/문

 

 박근혜-황교안 정부가 자행한 제 2의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후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제대로 된 수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10일(수) 새벽 4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선사 폴라리스쉬핑은 가족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집중수색에서 통항수색으로 수색방식을 전환했습니다. 통항수색은 사실상 수색종료와 다름없습니다.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 일동은 새정부에게 하루라도 빨리 집중수색을 재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찾지 못한 구명벌 1척을 조속히 수색해주십시오.

 

 생존전문가들은 구명벌 위에서 2~3개월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수색재개로 우리 선원들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문재인 새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저희 스텔라데이지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50여일을 버틴 선원들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사를 오가며 싸우고 있을 선원들을 꼭 찾아주십시오.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께 면담을 요청드립니다. 금주 중으로 가족과 공식 면담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정부부처와 선사 폴라리스쉬핑에 다시 한 번 구체적 수색요청을 합니다. 해류분석전문가를 통해 특정화된 구명벌 표류 추정위치에 집중 구조작업이 시급히 시작돼야 합니다. 요청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고 선박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5월초 수색에 참여했던 구난선 3척을 즉각 재투입하고, 폴라리스 쉬핑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상선들을 수색에 즉시 투입해야 합니다.

2. 해양수산부는 수색해역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수색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아라온호/온누리호 등 국가소유 선박을 수색에 즉각 투입해야 합니다.

3. 외교부는 모든 외교채널을 적극 가동하여 국외 인공위성 뿐만 아니라 사고해역 인접국가의 초계기 및 군함, 헬기, 드론 등 동원 가능한 수색자원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지점 인근 무인도를 적극 수색하도록 모든 외교력을 가동해야 합니다.

 

 정부부처는 계속해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두 달 동안 구명벌에서 구조를 기다릴 저희 가족들을 찾아달라고 외쳐왔습니다.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희를 만나주세요.

 

 공식 면담을 통해 정부부처가 수색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5월 26일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 일동

 

 

홍영미 님(4.16가족협의회 심리생계지원분과장, 이재욱 군 어머니) 발언문

 

 비참하고 참담합니다.

 

 자식을, 가족을 애타게 찾고있는 이들이 또 거리로 나왔습니다. 피가 마르고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2014년 그때 우리세월호 가족들이 좀 더 피터지게 싸웠더라면 이런 상황이 안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도 생깁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세월호참사 이전과 이후가 바뀐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건입니다. 황교안 체제의 해수부 ㆍ외교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책임감 없고, 국민을 업수이 여기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초기구조와 수색에 실패했고 , 수색과정을 가족들에게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채 두달이 되지도 않았는데 보상문제를 운운했습니다. 그런 황교안 정부를 보면서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의 태도는 전혀 변함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리라는 확신과 함께 현정부에 감히 요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구조 수색작업에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현정부의 적극적인 재난대처능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지난 3년  촛불을 들고 사람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국민들의 바람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길이기도 할것입니다.

 

 아울러  재난대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여 이런 참사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감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복되는 재난은 국가의 직무유기라는 것을 통감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미수습자분들이 3년이란 인고 끝에 갈갈이 찢긴 가슴으로 가족들 품에 돌아오고 있습니다.  5.18 민주열사께서 37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께 감히 말씀 드립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요.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십시요.


 아직 여러분의 가족들이 망망대해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반드시 만날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티고 기다리며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간절한 염원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할것입니다. 힘내십시요. 감사합니다.

 

 

 

 

황필규 님(대한변협 변호사) 발언문

 

1.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은 ‘재난’입니까?

재난안전법령에 의하면 ‘재난’인 해상사고는 국가 또는 지자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해상사고로 정의됩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은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해상사고입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사안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을 ‘재난’으로 본다면 전 대통령, 청와대, 국무총리실 이후 모든 관련 부처는 법령에 규정된 관련 조직의 구성, 운영 등 국민의 안전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폴라리스쉬핑 서울 본사와 부산 해사본부에 압수수색이 있었습니다. 침몰사건 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관련 부처들에 압수수색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이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해상사고, 재난이 아닌 해상사고라면, 24명 정도면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 없다면 도대체 몇 명이 죽을 위기에 있어야 ‘재난’이 될 수 있는지 정부를 밝혀야 합니다. 재난이 아니면 여러분이 아시는 재난안전법, 해양선박사고 위기관리표준매뉴얼 등은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양사고 등의 수습에 관한 규정 등 법령이 아닌 훈령 정도가 있고 이마저도 국내 상황에 국한됩니다. 즉 해외 해상에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긴급대응시스템이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정부는 예상되는 재난에 대한 재앙 수준의 준비를 해왔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을 통해 그 재앙은 반복 실습하고 있습니다.

 

 

2.

 

 정부는 한 번도 피해가족, 국민, 언론을 대상으로 어떤 법령, 지침, 매뉴얼에 근거 해 누가 어떤 책임이 지며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한 적이 없고 피해가족들의 이러한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실상의 수색 중단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아무런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폴라리스쉬핑 측과 우루과이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는 중요한 책임과 결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거짓말도 정도가 있습니다. 특히 여러 생명을 구할 것이냐가 이야기되는 상황에서의 그러한 거짓말은 잔인한 국가폭력일 수 있습니다.

 

 해수부는 사건 다음날인 4월 1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종합상황실에 해사안전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괄반·상황반·사고조사반·공보지원반 20으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외교부도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긴급 가동했다고 합니다. 며칠 후 외교부 측은 외교부 차관급 종합상황대책반이 꾸려져 외교부와 해수부, 국방부 등이 종합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선 후 청와대는 해양수산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사고대책반을 꾸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까지 방식이 변경되었을 뿐 수색구조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존재했던 혹은 새롭게 꾸려진 온갖 대책반들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떤 일들을 했었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피해가족들, 국민들, 언론은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국가의 행정은 신속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위기상황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신속하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못했습니다. 선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사실상 수색 종료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재난상황에서 피해자들과의 소통 실패는 피해자들에게 2차, 3차의 가해를 입히고, 결국 ‘사고’를 ‘참사’로 만들어버리게 됩니다.

 

 

3.

 

 정부는 피해가족들의 실질적인 수색구조 재개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 과도한 예산을 이야기합니다. 이미 이만큼 자원을 투여한 경우도 없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노후 선박의 방치는 여러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었고, 국가적 예산과 인력, 사회적 에너지,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의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신속한 초동대응의 실패와 종합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수색구조 작업은 두 달 가까이 국력을 낭비하게 하였고, 피해가족들을 죽을 것 같은 고통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엄청난 국가적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었습니다.

 

 피해가족들의 주장은 당연하게도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를 이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낭비의 고리를 끊고 억울한 생명을 구하고 더 이상 국가의 예산이나 인력,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의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멈춘다면 재난상황 때마다 다수의 생명을 방치하고 수백, 수천억원을 낭비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왔던 기존 정부가 또다시 그 낭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는 생명을 존중하고 구하자고, 위기를 더 이상 낭비하지 말자고 피해가족들을 절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망망대해에서 가족들을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22명의 실종자들, 두 달 가까이 그곳에서 버티면서, 국가에게, 정부에게, 국민들에게, 가족들에게 이제는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실천하자고, 재난을 참사와 재앙으로 만드는 악의 고리를 끊자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