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체/연대<독자 북펀드> 김용균, 김용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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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8년 12월 10일,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그 죽음을 나의 일로 받아들인 많은 이들이 함께 싸우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한계는 있을지언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도 이어진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김용균 사망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의 내용은 참담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있지만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듯도, 전혀 변하지 않는 것도 같아 보입니다.
이 책은 김용균 씨의 죽음과 그 죽음으로 모인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설립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책으로, 김용균 씨의 죽음을 살아내고 있는 세 명의 이야기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김용균 씨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고, 김용균 씨의 주검을 발견한 ‘산재 생존자’ 이인구 씨,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산재 유가족’이면서 ‘노동운동가’가 된 김미숙 씨, 발전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로서 김용균투쟁에 깊숙이 관계해온 이태성 씨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 책은 김용균 씨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싸움을 보여주며, 산재가 한 노동자와 한 사업주 사이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나아가 그 죽음을 각각의 방식으로 겪어내는 이 셋의 이야기 역시 피해자이자 생존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여전히 외쳐야 하는 현실, 비정규직 규모가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현실, 위험과 죽음이 외주화된 현실 앞에서는 우리가 살아남은 김용균들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는 데, 우리가 무감각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이 책이 작은 역할이나마 하기를 기대합니다.


기획의 변

“언제나 ‘진행 중’인 이야기이기를 바라며”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하며 하고 싶은 얘기,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건들이 참 많았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낼 수 없고, 쏟아낸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과 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이야기의 출발은 ‘김용균’입니다. 김용균이 변화시킨 사회와 사람들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로 세상과 만나자는 숙제를 남기고 이 책을 냅니다.
우리는 김용균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처음 발생한 산재 사망사건이 아닌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연대가 가능했을까?”
“김용균의 죽음이 주변 사람들과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개인인 우리들은 그 이후 또 다른 김용균들의 소식을 들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죽음이 만연해 무감각해져버린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이고 이것을 바꿔 가는 게 가능할까?”
누구나 알 것 같은 김용균투쟁을 다시 훑어가며 이야기를 나눌 저자 세 명은 우연히 모였습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의 만남 자리에서 김용균재단의 책 기획 내용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긴 고민 없이 용감하게 책을 같이 쓰자고 권미정이 제안하고 림보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둘만 쓰자니 부족한 듯할 때, 싸우는 사람들과 엮이고 싶어 하던 희음이 합류합니다. 기획안을 놓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이리저리 바꾸고 빼고 덧붙이고 하면서 지금의 책이 되었습니다. 물론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느냐”, “누가 읽었으면 좋겠냐”, “이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냐”는 편집자의 질문은 마지막까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특별히 나쁜 사업주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도, 착한 노동자를 보여주고 싶은 것도, 산재 사망 노동자의 억울함과 무결함을 주장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사업주 중에서도 정말 착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노동자 중에서도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는 구조와 권한의 문제입니다. 사회구조 속 노동자와 기업주의 권한 차이, 위험의 외주화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 불안정 노동자를 더 늘리기만 하는 정부 정책. 그런 조건에서 기업은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를 지출 비용으로만 인식하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재입니다. 그래서 김용균의 산재 사망사고가 사건이 되고 투쟁한 일이, 나와 상관없는 먼일이 아니라 내 가까운 이웃 ‘김용균’의 이야기라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 분, 이인구, 김미숙, 이태성의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비슷한 조건에 놓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산재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사망한 노동자만이 피해자가 아닙니다. 남겨진 피해자들,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세 분을 통해 담았습니다. 싸움의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김용균의 주검을 발견한 동료이자 선배로 트라우마와 싸우며 함께 살아가는 이인구 님. 세상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싸우며 일상을 새로 만들어가는 김미숙 님. 일터에서 자본과 대면하여 싸워가며 노동자 투쟁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확장해가는 이태성 님. 이들은 김용균 사건의 피해자이자 김용균 사건이 변화시킨 이들입니다. 세 사람이 책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그들이 계속 싸울 수 있었던 건 그 곁에서 여러 모습으로 함께 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우리 모두의 싸움이었다고 서로 끄덕이며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여러분이 세상은 바뀌고 있고, 더딘 과정이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우리는 사실을 기억하고, 기억을 나누고 행동하면서 같이 가자고 얘기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 행동이 언제까지나 ‘진행 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은이들이 독자들께

“같이 대항하여 모두를 위한 새 길을 열기를”_권미정

내 곁의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산업재해를 당하면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은 끝없는 후회로 괴롭습니다. 오늘 아침 웃어줄걸, 취업하기 힘들다 할 때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할걸, 일이 힘들다 할 때 그만둬도 된다고 말할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벌어지는 재해지만, 그 피해와 고통을 감당하는 건 피해자, 지인, 가족, 동료들입니다. 산재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 사고 사진과 CCTV를 보다가 “형체가 사라지는, 발버둥 치는 모습”에 가족들은 까무러치고 동료, 지인들에게서는 오열과 분노가 터져 나옵니다. 피해자와 관계가 없던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어 박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에는 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제발 저 순간을 채 느끼지 못하고 죽음을 맞으셨기를…….’
고통스러운 일은 회피하고 싶기도 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용납하기 어려운 일은 회피할 수도 없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된 남은 이들은 고통을 품고 싸워갑니다. 싸우며 자기 삶의 주체가 되고, 거대한 자본에 맞서 노동자·시민의 연대로 세상을 조금씩 뒤집어갑니다.
김용균투쟁이 만들고 열어간 길을 넓히면서, 더 많은 곳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우리를 비춰봐도 좋겠습니다. 그/그녀의 길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는 알지 못하지만 되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한번 자기 삶의 주인이 되면 다른 삶을 살기가 고통스러우니까요.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를 짓밟고 경쟁하며 이기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연대하며 같이 대항해야 함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금 그 길의 어딘가에 서 있는 여러분도 끝까지 같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기”_림보

오래전 어느 미사 시간 신부의 강론 중에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거나, 그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때라, 그 말이 꽤 충격적이었다.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데 그게 죽는 과정이라니……. 애쓰고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일까,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살라는 말일까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이 말을 듣고부터 ‘죽음’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조심스러웠다. 불가항력이기도 하고, 삶의 연장이기도 하고, 종결이기도 한 것이 죽음이라면, 많이 슬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죽음과 애도, 추모와 기억이라는 말들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죽음은 너무 기가 막히거나 억울하다. 마음이 무너지는 소식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듣는데 자꾸 무뎌지는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 죽음을 살아서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그런 죄책감을 조금 덜기 위한 노력 한 조각쯤 되겠다.
동료나 가족이 일터에서 죽는 일이 너무 흔해서 걱정인데, 죽은 이의 가족과 동료들이 그 죽음을 겪고 통과하는 과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거대한 재난과 참사가 이어지는 이 사회에서는 죽지 않고 살았으니 다행이라며 잊히는 사람이 또 너무 많은 것 같다.
죽지 않았고 살아 있는 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더 듣고 나누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김용균이 새삼스레 우리게 들려주는 중요한 이야기는 김용균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되살아오는 목소리를 듣는 몸들”_희음

처음엔 이 책 속에 짧게라도 김용균의 상상된 목소리를 만들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와 함께 살았고 함께 일했으며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 속에 이미 그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용균투쟁 당시 “김용균, 너는 나다”,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구호와 팻말이 수많은 사람의 손에 들렸던 것 역시 김용균 씨가 바랐던 세상을 이어서 만들어가려는 흐름에 다름 아닐 터이다. 그 걸음들 속에도 김용균의 목소리가 스며 있다.
김용균뿐 아니라 노동하는 현장에서 죽임당하고, 죽어가고 있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일하는 이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 때문에, 삶이 아닌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 국가, 전 지구적 자본주의 때문에, 계급주의와 불평등 때문에.
나는 특별히 올해 초 두 아이의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며 플랫폼 배달노동을 하다 숨진 40대 여성 라이더와 2020년 12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의 얼굴을 떠올린다. 이들은 산재 인정조차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배달노동자들의 더욱 거세진 투쟁으로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개정안이 마련되었고, 속헹 씨 또한 남은 이들의 지난한 싸움으로 최근 산재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이 모두 ‘김용균들’일 것이며, 그 뒤에 운 좋게 살아남아 이들의 없는 목소리를 들으려 애쓰며 그들이 견디고 겪어야 했던 삶을 우리 모두의 삶으로, 이 사회의 이야기로 의미화하려는 이들 역시 ‘김용균들’일 것이다. 그렇게 하여 무엇이라도 바꾸어내려는 사람들.
부족한 게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지금은 없지만 결코 없지 않았던 목소리가, 끊임없이 싸우는 산 자들의 몸에 기대어 힘 있게 되살아 오는 목소리가 담겨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책 속에서

들어가는 글: 한 사람의 죽음 이후, 삶이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애도의 말, “회사의 잘못으로 가장 소중한 이를 잃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책임이 담긴 사과,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렇게 바꾸겠습니다”라는 약속. 간단한 듯하지만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듣기 어려운 저 말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싸웠습니다. 그 지난한 싸움 끝에 비로소 저 말들을 듣게 되지만 듣는 당시에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야만 제대로 확인되는 말들입니다.
정부와 원·하청 기업의 약속을 믿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시민사회장을 치르고 난 뒤,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자는 의지와 바람을 모아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사회는 조금씩 달라져갔고 15년을 끌어왔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마침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원·하청 기업의 태도는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있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확인된 그들의 진심은 이것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잘못으로 산재가 발생했다.’
어느 죽음인들 무겁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하지만 십수 년간 한 치의 움직임도 없던 법을 바꾸고 수천, 수만의 사람들을 매일같이 거리로 나서게 할 만큼 큰 무게였던 ‘김용균’의 죽음에도 사과의 말과 약속을 뒤집어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다시금 목격하게 됩니다.
한 해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10만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합니다. 물론 드러난 재해만 그러합니다. 감춰지고 축소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일하려고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죽은 노동자는 말을 할 수 없고, 다치고 병든 노동자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노동자들의 곁에서 함께 싸우고 함께 말하는 친구와 동료, 가족은 노동자의 고통과 트라우마까지 함께 끌어안게 됩니다.
산재는 ‘기업의 살인’과도 같습니다. 죽일 결심을 해야만 살인인 것은 아닙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거나,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그 일을 지속하게 했다면 그건 살인 행위입니다. 기업은 왜 이 같은 살인 행위를 하는 걸까요? 살인 행위로서의 산업재해는 오로지 기업만의 문제일까요?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요? 산재는 왜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요? 산재가 일어나는 기업과 현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일하는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을 얻지 않고 일할 수는 없는 걸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김용균투쟁’이었습니다. 그 투쟁은 또 다른 ‘김용균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죽임당해야 했던 그들을 기억하고 또박또박 기록하는 일 또한 같은 이름의 투쟁입니다. 그 죽음들이 그 곁에 선 이들과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앞으로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 죽음 이후에도 제대로 바뀌지 않는 구조적 환경에 여전히 고스란히 노출되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자신과 동료들이 더 이상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더 드러내보려 합니다. 김용균재단은 앞으로도 ‘김용균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기억하고 나누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들의 시작입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삶이 달라진 수많은 이들 중 세 분의 이야기를 중심에 담았습니다.

주검을 발견한 동료이자 선배로 트라우마와 같이 살면서 싸우는 이인구 씨.
세상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싸우면서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김미숙 씨.
계속되는 죽음을 막아보려는 노조 동료로 일상의 싸움을 해나가는 이태성 씨.

이들의 일상은 김용균의 죽음과 함께 달라졌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비슷한 조건에 놓인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남겨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세 사람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살아가는 싸움의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그들은 김용균 사건의 피해자이자 김용균 사건이 변화시킨 이들입니다. 또 다른 김용균들도 곁에 선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놓았습니다.
산업재해는 한 노동자와 한 사업주 간의 문제가 아니고, 회사가 피해 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구조와 권한의 문제입니다. 고용구조상 약자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주체이기도 한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재 뒤에 남겨진 고통과 숙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받아 안아, 함께 나누고 풀어가고 싶습니다.

김용균재단의 노력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하고 만들어간 저자들에게도, 오월의봄의 출판 노동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이야기라는 취지를 책 만드는 과정에서도 구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세 명의 저자가 인터뷰이들을 같이 만나고 토론을 계속하면서 내용을 잡고 색깔을 맞춰갔습니다. 각자의 글을 작성하면서도 서로의 원고를 같이 수정하며 공동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인터뷰이 세 사람의 투쟁도 각자의 투쟁이면서 함께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들이 계속 싸울 수 있었던 건 그 곁에서 여러 모습으로 함께한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용균’에서 시작해 또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김용균재단의 노력이 이 사회를 한 발자국만이라도 안전과 평등의 세상으로 당겨놓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고통에만 머물 수 없기에: 산재 생존자 이인구 씨
[+함께 읽기] 석탄화력발전소 문제의 시작: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설명

2부
최소한의 것을 지키기 위해: 유가족 김미숙 씨
[+함께 읽기] 김용균투쟁 62일, 김미숙의 발언들

3부
일상이 된 싸움들: 발전 비정규직 동료 이태성 씨
[+함께 읽기] 문화활동가들의 김용균투쟁: 이사라 씨, 신유아 씨 인터뷰


기획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일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9년 10월 26일에 설립했다. ‘김용균투쟁’으로 공감대를 넓힌 위험의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노동자 권리 확보를 위한 활동을 위해 노동자·시민·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만든 곳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그 이후에도 발생하는 산재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 찾기와 피해 가족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기업의 의무이행을 위한 사회 활동, 법제도 개선 투쟁을 하고 있다. yongkyun.nodong.org.

지은이(가나다순)

권미정
경쟁과 착취로 유지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자로 존재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역노동운동과 사회변혁 활동을 해왔다. 차별·착취·불평등 구조를 없애기 위해 여기저기 힘 보태기를 하려 한다. 김용균재단을 만들 때부터 상근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뉴코아노동자들의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파업투쟁을 담은 《곰들의 434일》이 있다.

림보
‘세상이 함부로 대하는 존재’들을 편드는 사람. 모성이라는 말을 포장하려는 시도를 대체로 싫어한다. 지난 몇 년 ‘기록 활동’을 했다. 잘 받아쓰고 전하고 싶지만, 또 받아쓰는 게 고민스러워 기록을 계속할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IW31(국경 없는 모두의 바다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 International Waters31)에서 ‘보호’를 문제 삼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함께 지은 책으로 《십 대 밑바닥 노동》, 《회사가 사라졌다》가 있다.

희음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하며 글을 쓰고 모임을 조직해왔다. 평등한 관계 맺기와 상호 돌봄이 어떻게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거리 위의 싸우는 몸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함께 외치고 행진하고 노래하는 일을 즐겨한다. 소수자운동과 기후정의운동에 긴밀히 접속하고 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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