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활동 소식[활동보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의 기록, “끝이 아니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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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의 기록, “끝이 아니라 시작”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그 아픈 시간을 기억하고 함께하기 위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추모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추모식 전날인 12월 28일, 참사의 비극을 잊지 않은 시민들과 산업재해 및 재난 피해자들이 한뜻으로 '동행버스'에 올랐습니다.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무안공항에는 지난 1년 동안 차가운 공항을 지키며 진실을 기다려온 유가족들의 셸터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공항 1층 로비에는 돌아오지 못한 179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179개의 캐리어 조형물이 설치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가방들은 그날의 참혹함을 침묵으로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도착 직후, 우리는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향해 '진실의 길, 순례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기장을 든 유가족들의 뒤를 따라 2.3km를 걸어 마침내 도착한 사고 현장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파란 리본이 거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철조망 너머로는 사고의 피해를 키웠던 둔덕과 로컬라이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내야 했던 참사의 현장 앞에서 유가족들은 "꿈에서라도 만나자"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늘에 올렸습니다.

그날 저녁 무안공항 2층에서 열린 '추모의 밤'은 재난 피해자들의 슬픔이 서로에게 공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센터장의 진행 아래, 유가족들과 여러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특히 희생자의 동료들로 구성된 클레트릭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추모곡과 '네버엔딩 스토리'가 흐를 때, 연주자들의 목이 메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함께 숨죽여 울었습니다.

이날 2.18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윤석기 위원장님의 연대 발언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와 2024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는 모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가 사고조사를 맡았었습니다. 윤 위원장님은 22년 전 항철위와의 첫 간담회를 회상하며, 사고 조사의 '독립성'과 '피해자 참여'가 왜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인지를 강조했습니다. 당시 화재 전문가 한명 없이 조사를 끝내려 했던 항철위에 맞서 싸우고, 국과수의 감사 이후에 지하철역 농성 등을 통해 추가 실종자를 찾는 등 독립성이 부족했던 당시 조사위원회의 한계를 유가족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와 양심적인 전문가의 고발로 바로잡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지난 1년간 공항을 지켜온 유족들에게 "정말 잘하셨다, 끝까지 이곳을 지켜내야 한다"는 진심 어린 격려를 전했습니다. 이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지만, 그 이후 피해자에게는 "질문하는 자"로서의 숙명이 주어진다 말씀하셨고 숨져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소명을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님도 연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태원참사 이후에도 참사가 반복되어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우리는 반드시 “왜 우리가 죽어야만 했나요?”라는 피해자의 질문에 답을 찾을 것이며 진실을 찾는 길에 함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10시, 무안공항에서 공식적인 1주기 추모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세월호참사 피해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지키며 헌화에 동참했습니다. 첼로의 깊은 선율이 슬픔을 어루만지는 가운데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현장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부 인사가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조문을 통해 정부를 대표하여 깊은 사죄를 전하며, 조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철저한 원인 규명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1년이 지났음에도 “책임자 처벌 0건, 정보공개 0건”이라며, 말뿐인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약속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위로의 말과 함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지난달 22일에 출범한 여객기 참사 국조특위는 여야 합의로 구성돼 40일간 운영될 예정입니다. 현장에는 진실규명 약속을 위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추모 공연 <집으로 오는 길>이 펼쳐지는 동안 공항 안은 유가족들의 오열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다"는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메시지가 모두의 가슴을 저미게 했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세월호, 이태원, 가습기살균제, 삼풍백화점 등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재난 피해자 가족들은 무안공항 유족들의 손을 맞잡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가족을 잃었지만, 지난 1년을 지나며 179명의 유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1주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김유진 대표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습니다. 참혹한 이별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피해자의 알권리와 참여권이 당연한 권리가 되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179분의 명복을 빌며, 그분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끝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의 밤에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선언한 선언문을 덧붙입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선언

참사는 국가가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을 방기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반복된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참사를 통해 경고되었음에도 바뀌지 않은 한국 사회의 구조가 다시 만들어낸 비극이다.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광주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로, 대구지하철과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인천 인현동 상가, 제천 스포츠센터, 부천호텔 화재로,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로, 이태원과 오송지하차도, 아리셀,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에서 그리고 가습기살균제로 소중한 이와 삶을 잃은 재난피해자들이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상실을 겪었지만, 참사 이후 마주한 국가는 언제나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국가는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고, 사고 이후에는 책임을 축소했으며, 진실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기다리라고 말해왔다. 시간이 흐르면 문제는 해소될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시간은 증명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참사는 망각에 묻힌다는 것을.

우리는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또 하나의 실패한 참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미 이 길을 지나온 피해자들로서, 지금 이 참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요구한다.

하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인간의 생명과 안전, 존엄은 어떤 비용 논리나 행정 편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일차적 책임 주체임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앞에서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둘. 예방 가능했던 참사에 대한 책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 있었던 위험이 누적된 결과이다. 위험을 방치한 결정과 제도, 관리·감독 실패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셋. 진실을 알 권리와 참여의 권리
피해자는 사고의 원인, 대응 과정, 판단의 전 과정에 대해 알 권리를 가진다. 모든 정보는 예외 없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진실을 가리는 어떠한 은폐와 왜곡도 용납될 수 없다. 피해자는 진상조사, 수습, 제도 개선의 전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넷. 독립적이고 공정한 진상규명
책임 가능성이 있는 국가기관이 스스로를 조사하는 방식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진상조사기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피해자가 추천한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방식의 피해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섯. 책임의 명확화와 처벌
실무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정의도 세울 수 없다. 국가는 책임자를 끝까지 밝혀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공식적인 사과와 합당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여섯.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
국회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정권과 부처로부터 독립된 상설 재난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재난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일곱. 치유와 회복의 권리
피해자는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치유와 회복을 위한 책임 역시 국가에 있다.

여덟. 기억하고 기록할 권리
기억은 참사의 재발을 막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국가는 재난의 발생부터 치유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여 영구히 보존해야 하며, 추모 공간과 교육을 통해 참사의 교훈이 공동체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이어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 선언을,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고서야 이 자리에 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한다.
이것은 우리가 겪었던 국가의 부재와 부인을 여러분이 혼자 견디지 않도록 건네는 경험의 기록이며, 우리는 함께 끝까지 묻고 요구하겠다는 약속이다.
또한 우리는 이 선언을 국가에도 전한다. 더 이상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이번만큼은 책임을 다하라는 강력한 요구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진실은 저절로 드러나지 않으며, 정의는 기다림 속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므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다시 한 번 국가의 무책임 속에 봉인되지 않도록, 이 선언을 시작으로 함께 요구하고, 연대하며, 행동할 것이다.


2025년 12월 28일

2.18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4.16세월호 참사, 6.9광주 학동 참사, 7.15오송지하차도 참사, 7.18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10.29이태원 참사, 10.30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12.21제천화재 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부천화재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피해자 일동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