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4.16시민활동가 100인 워크숍 현장스케치
- 일시: 2026년 8월 29일(토) ~ 8월 30일(일), 1박 2일
장소: 경기도 안산 호텔 스퀘어 2층 그랜드볼룸
주최: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
참석: 전국 4.16 시민활동가 및 피해자 가족 100여 명
100인워크숍 자료집 PDF 다운로드

우리는 ‘곁’에서 ‘겹’을 이루는 사람들
4.16운동이 새로운 과제와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워크숍에 모여 고민을 나누고 다음 길을 찾아왔습니다. 2022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직후 열린 100인워크숍 이후 4년 만에, 전국의 4.16시민활동가와 피해자 가족들이 다시 안산에 모였습니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 기록물 공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고,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밝혀야 할 진실과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번 100인워크숍은 지난 활동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피해자 가족의 ‘곁’에서 더 넓고 단단한 ‘겹’을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1일차 | 8월 29일
1부. 우리활동 자랑마당


오후 2시,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 겸 상임집행위원장의 사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은 안산이 슬픔의 공간에서 치유와 기억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2026년 5월 통과된 생명안전기본법을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일구어낸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단단한 숲이 되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격려했습니다.

이태호 4.16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2년 동안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안전할 권리를 실현하는 권리의 옹호자이자 다른 재난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주체로 성장해왔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달라진 역할을 어떻게 우리 4.16운동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지가 워크숍의 주제아 맞닿아 있다며, 10주기를 계기로 마련한 4대 비전인 기억공동체 강화, 진상규명 완수, 재난참사 피해자 연대, 생명안전운동 확장을 어떻게 실천할지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특별한 손님도 함께했습니다. 세종시민모임 회원으로 참석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곁에 서 있는 이들이 많을수록 사회안전망이라는 겹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생명 존중의 가치가 교육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름 대신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가슴에 붙이고 서로를 소개했습니다. 자신을 ‘그림자’라고 표현한 김영숙 4.16세종시민모임 회원, 경계에 선 사람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에서 ‘제3세계 바깥 양반’을 선택한 한량 4.16청년모임 활동가,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을 향해 대학생들과 함께 날아오르겠다는 경기평화나비 김원 활동가까지. 각자의 이름표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분위기가 한층 가까워진 뒤에는 ‘지역·단체별 자랑 릴레이’가 시작됐습니다. 세종, 대구, 전북, 서울, 충북, 광주, 안산 등 전국의 활동가들이 거리 선전전과 노란리본 공방, 청소년 모임, 다국어 재난안전 방송, 대구지하철 참사와 오송 참사 등 다른 재난 피해자들과의 연대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활동가, 평화·안전 운동에 새롭게 합류한 청년들, 5년 동안 주말마다 참사 기록을 함께 읽고 토론해 온 공부모임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이어온 활동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서로의 ‘곁’이 되고 있는지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부의 닫는 순서로 대구 활동가들의 선창에 따라 평등, 경어 사용, 다양성 존중을 담은 ‘1박 2일 약속문’을 함께 제창했습니다.

2부. 겹을 만드는 공론장
짧은 휴식 후, 정옥다예 4.16연대 사무처 활동가의 진행으로 이번 워크숍의 핵심토론 프로그램인 ‘겹을 만드는 공론장’이 시작됐습니다. 토론에 앞서 세 차례의 의제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지난 12년 동안 만들어낸 법·제도의 변화를 짚었고, 오민애 4.16연대 진상규명위원장(민변 세월호TF)은 사참위 종료 이후 불처벌의 한계와 국정원 정보공개 TF 가동 등 미공개 자료 분석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랑희 4.16연대 안전사회위원장(인권운동공간 활)은 위험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생명안전기본법 시행령 제정 과제, 지역에서 일상 속 안전 감수성을 높이고 지방정부의 변화를 견인해야 할 실천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발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10개 조로 나뉘어 토론했습니다 홀수 조는 ‘진상규명’, 짝수 조는 ‘안전사회’를 주제로 약 한 시간 동안 토론했습니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현장에서 듣는 말들은? —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들
진상규명을 토론한 조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장벽은 “진상규명은 이미 다 끝난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인식과 무관심이었습니다. 참사 초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침몰 원인 역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 처벌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과학적 원인을 둘러싼 내부의 이견도 남아 있고 전체적인 진상규명에 관해 시민들에게 설명할 공통의 논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이 보유한 핵심 자료 상당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온 활동가들의 피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관 주도 조사의 한계를 넘어 ‘시민과 피해자가 주도하는 진상규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특히 국정원·군·대통령기록물 등 공개되지 않은 참사 당일 자료를 확보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흩어진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민간 차원의 전문 기록분석팀을 지속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공소시효와 별개로 책임자들의 사법적·사회적 책임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와 현행 법제도의 한계 역시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활동가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참가자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질문을 계속 개발하기 ▲왜곡된 정보 바로잡기 ▲방대한 조사보고서를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바꾸기 ▲지역과 소속 단체에서 진상규명 공부모임 만들기 ▲기록 공개 촉구 서명과 캠페인 진행하기 ▲책임자 처벌 실태 알리기 등을 제안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가 현재의 다른 재난·참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아 알리는 활동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진상규명을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는 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재난을 이해하고 예방하는 문제로 확장하자는 제안입니다.

법이 만들어진 다음, 무엇을 해야 할까 — 생명안전기본법과 지역의 과제
안전사회를 주제로 토론한 조에서는 2026년 5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반기면서도 법 제정과 시민들의 일상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안전권의 주체가 ‘모든 사람’이 아닌 ‘국민’으로 규정되면서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외국인 등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법이 생겼으니 이제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인식도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정작 많은 시민은 생명안전기본법의 존재나 자신에게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참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아동·청소년 등 미래 세대와 어떻게 만나고 안전 감수성을 함께 키워갈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향후 6개월 안에 진행될 시행령 제정 과정에 피해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제시됐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상설적·독립적 조사기구의 독립성과 예산, 피해자 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시민사회가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동시에 추상적인 법의 내용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안전교육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습니다. 국가 중심의 거대 담론을 우리 동네와 마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가자들은 지자체 밀착형 생명안전 조례 제정·정비 운동을 통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끌어내고, 이를 지속할 지역의 주체가 생명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아이디어도 쏟아졌습니다. ▲활동가와 주민이 함께 지역의 취약구역을 직접 조사해 공동체 감수성을 키우고 재난약자를 고려한 마을 안전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시민과 피해자의 경험을 모은 지역 공청회와 조례 제정 운동, ▲지역 순회 안전교육 워크숍, ▲세월호의 교훈과 재난인권의 가치를 학교 교육에 담기 위한 기억·안전교육 확대도 제안됐습니다. ▲지역의 소규모 산업재해 현장, 기후재난 취약계층, 외국인 공동체 등과 직접 만나 생명안전을 매개로 새로운 이웃과 연대를 만드는 활동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안전사회는 하나의 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연결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때 만들어진다는 데 참가자들의 생각이 모였습니다.


“부드럽고 신선한 질문으로, 이웃에게 알리는 사람으로”
조별 발표가 끝난 뒤 세 명의 발제자가 토론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랑희 안전사회위원장은 지난 12년의 세월호 운동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공동체적 감각이 자리 잡았다며, 처음 가는 안전사회의 길인 만큼 긴 호흡으로 서로를 지키며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민애 진상규명위원장은 “진상규명이 다 끝난 것 아니냐”는 대중의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의 온도차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자료 분석 결과를 시민들에게 전달할 때 복잡한 법률 언어보다 쉽고 친근한 언어, 그리고 ‘부드럽고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100인워크숍’이라는 이름에는 피해자 가족의 곁에서 세상을 바꾸는 100명의 연대 주체가 모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적 성과를 실제 변화로 만드는 것은 결국 각자의 지역과 일상에서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알리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론장 마지막에는 박성현 4.16재단 사무처장이 4.16생명안전공원의 2027년 준공·2028년 개소 로드맵과 팽목항 기억공간 추진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변상금 문제에 대한 대응 상황을 알리고, 매주 이어지는 기도회와 수요일 약속문화제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긴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3부. 노란빛 문화제
낮 동안 이어졌던 공론장의 열기가 저녁에는 서로에 대한 따듯함으로 이어지는 시간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임병광 4.16재단 나눔사업2팀장의 사회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동아리 ‘두때날’의 힘찬 연주로 로 ‘노란빛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난타의 둥둥 소리에 맞추어 참가자들도 노란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했습니다.

김종기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2-1반 김수진 아빠)은 참사 이전에는 ‘내 아이’와 ‘나’를 먼저 생각했지만, 참사 이후 ‘우리 아이’와 ‘우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이 이렇게 곁을 지켜주고 있는데 저희 가족들이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라며 끝까지 함께 걷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우리활동 자랑마당’ 투표 시상식도 열렸습니다. 많은 응원을 받은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대구 4.16연대, 4.16세종시민모임에게는 ‘98년 뒤면 100년산 와인’이 선물로 전달됐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2019년 광주 세월호 기억공간 공연을 시작으로 팽목항을 지켜온 ‘밴드 언제나 봄’이 맡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를 만들고 함께 춤추며 첫날의 마지막 시간을 즐겼습니다.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하자.”
함께 구호를 외치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2일차 | 8월 30일
심리안정화 프로그램
둘째 날은 신정식 강사와 함께하는 심리안정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은 그림책과 워크시트를 활용해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봤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거나,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몸을 뻗는 활동을 통해 몸과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나는 나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1박 2일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인사는 김순길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이 나눠주셨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이 자리의 활동가들이 각 지역으로 돌아가 4.16운동의 ‘전도사’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다음에는 한 사람씩 더 손잡고 와 2년 뒤 200인워크숍으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경기평화나비 활동가 이수정 님의 소감도 이어졌습니다. 사회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전국 단위의 연대 자리가 처음이었다는 수정 활동가는 “이 자리에 와서 마주했던 모든 매 순간이 단순히 나의 우연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내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 따뜻한 자리들이 나를 앞으로 가야 할 정의롭고 올바른 길로 든든히 이끌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도 건강한 얼굴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다시, 약속을 품고 각자의 자리로
4년 전 100인워크숍 이후, 다시 100명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단단하게 모였습니다. 우리가 처음 이 길을 나설 때 가졌던 다짐, "가족협의회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고 평화적으로 끈질기게 연대하겠다"는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월호의 교훈을 따라, 나와 이웃의 일상이 실제로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고 있습니다.
1박 2일 동안 나눈 질문과 이야기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읽고, 누군가는 이웃에게 알리고, 누군가는 지역의 안전을 살피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의 손을 잡을 것입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곁’이 되고, 그 곁들이 만나 더 넓은 ‘겹’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활동가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여러분, 1박 2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 4.16시민활동가 100인 워크숍 앨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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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시민활동가 100인 워크숍 현장스케치
장소: 경기도 안산 호텔 스퀘어 2층 그랜드볼룸
주최: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
참석: 전국 4.16 시민활동가 및 피해자 가족 1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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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곁’에서 ‘겹’을 이루는 사람들
4.16운동이 새로운 과제와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워크숍에 모여 고민을 나누고 다음 길을 찾아왔습니다. 2022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직후 열린 100인워크숍 이후 4년 만에, 전국의 4.16시민활동가와 피해자 가족들이 다시 안산에 모였습니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 기록물 공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고,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밝혀야 할 진실과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번 100인워크숍은 지난 활동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피해자 가족의 ‘곁’에서 더 넓고 단단한 ‘겹’을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1일차 | 8월 29일
1부. 우리활동 자랑마당
오후 2시,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 겸 상임집행위원장의 사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은 안산이 슬픔의 공간에서 치유와 기억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2026년 5월 통과된 생명안전기본법을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일구어낸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단단한 숲이 되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격려했습니다.
이태호 4.16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2년 동안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안전할 권리를 실현하는 권리의 옹호자이자 다른 재난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주체로 성장해왔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달라진 역할을 어떻게 우리 4.16운동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지가 워크숍의 주제아 맞닿아 있다며, 10주기를 계기로 마련한 4대 비전인 기억공동체 강화, 진상규명 완수, 재난참사 피해자 연대, 생명안전운동 확장을 어떻게 실천할지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특별한 손님도 함께했습니다. 세종시민모임 회원으로 참석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곁에 서 있는 이들이 많을수록 사회안전망이라는 겹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생명 존중의 가치가 교육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름 대신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가슴에 붙이고 서로를 소개했습니다. 자신을 ‘그림자’라고 표현한 김영숙 4.16세종시민모임 회원, 경계에 선 사람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에서 ‘제3세계 바깥 양반’을 선택한 한량 4.16청년모임 활동가,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을 향해 대학생들과 함께 날아오르겠다는 경기평화나비 김원 활동가까지. 각자의 이름표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분위기가 한층 가까워진 뒤에는 ‘지역·단체별 자랑 릴레이’가 시작됐습니다. 세종, 대구, 전북, 서울, 충북, 광주, 안산 등 전국의 활동가들이 거리 선전전과 노란리본 공방, 청소년 모임, 다국어 재난안전 방송, 대구지하철 참사와 오송 참사 등 다른 재난 피해자들과의 연대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활동가, 평화·안전 운동에 새롭게 합류한 청년들, 5년 동안 주말마다 참사 기록을 함께 읽고 토론해 온 공부모임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이어온 활동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서로의 ‘곁’이 되고 있는지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부의 닫는 순서로 대구 활동가들의 선창에 따라 평등, 경어 사용, 다양성 존중을 담은 ‘1박 2일 약속문’을 함께 제창했습니다.
2부. 겹을 만드는 공론장
짧은 휴식 후, 정옥다예 4.16연대 사무처 활동가의 진행으로 이번 워크숍의 핵심토론 프로그램인 ‘겹을 만드는 공론장’이 시작됐습니다. 토론에 앞서 세 차례의 의제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지난 12년 동안 만들어낸 법·제도의 변화를 짚었고, 오민애 4.16연대 진상규명위원장(민변 세월호TF)은 사참위 종료 이후 불처벌의 한계와 국정원 정보공개 TF 가동 등 미공개 자료 분석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랑희 4.16연대 안전사회위원장(인권운동공간 활)은 위험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생명안전기본법 시행령 제정 과제, 지역에서 일상 속 안전 감수성을 높이고 지방정부의 변화를 견인해야 할 실천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발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10개 조로 나뉘어 토론했습니다 홀수 조는 ‘진상규명’, 짝수 조는 ‘안전사회’를 주제로 약 한 시간 동안 토론했습니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현장에서 듣는 말들은? —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들
진상규명을 토론한 조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장벽은 “진상규명은 이미 다 끝난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인식과 무관심이었습니다. 참사 초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침몰 원인 역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 처벌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과학적 원인을 둘러싼 내부의 이견도 남아 있고 전체적인 진상규명에 관해 시민들에게 설명할 공통의 논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이 보유한 핵심 자료 상당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온 활동가들의 피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관 주도 조사의 한계를 넘어 ‘시민과 피해자가 주도하는 진상규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특히 국정원·군·대통령기록물 등 공개되지 않은 참사 당일 자료를 확보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흩어진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민간 차원의 전문 기록분석팀을 지속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공소시효와 별개로 책임자들의 사법적·사회적 책임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와 현행 법제도의 한계 역시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활동가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참가자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질문을 계속 개발하기 ▲왜곡된 정보 바로잡기 ▲방대한 조사보고서를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바꾸기 ▲지역과 소속 단체에서 진상규명 공부모임 만들기 ▲기록 공개 촉구 서명과 캠페인 진행하기 ▲책임자 처벌 실태 알리기 등을 제안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가 현재의 다른 재난·참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아 알리는 활동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진상규명을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는 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재난을 이해하고 예방하는 문제로 확장하자는 제안입니다.
법이 만들어진 다음, 무엇을 해야 할까 — 생명안전기본법과 지역의 과제
안전사회를 주제로 토론한 조에서는 2026년 5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반기면서도 법 제정과 시민들의 일상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안전권의 주체가 ‘모든 사람’이 아닌 ‘국민’으로 규정되면서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외국인 등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법이 생겼으니 이제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인식도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정작 많은 시민은 생명안전기본법의 존재나 자신에게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참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아동·청소년 등 미래 세대와 어떻게 만나고 안전 감수성을 함께 키워갈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향후 6개월 안에 진행될 시행령 제정 과정에 피해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제시됐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상설적·독립적 조사기구의 독립성과 예산, 피해자 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시민사회가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동시에 추상적인 법의 내용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안전교육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습니다. 국가 중심의 거대 담론을 우리 동네와 마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가자들은 지자체 밀착형 생명안전 조례 제정·정비 운동을 통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끌어내고, 이를 지속할 지역의 주체가 생명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아이디어도 쏟아졌습니다. ▲활동가와 주민이 함께 지역의 취약구역을 직접 조사해 공동체 감수성을 키우고 재난약자를 고려한 마을 안전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시민과 피해자의 경험을 모은 지역 공청회와 조례 제정 운동, ▲지역 순회 안전교육 워크숍, ▲세월호의 교훈과 재난인권의 가치를 학교 교육에 담기 위한 기억·안전교육 확대도 제안됐습니다. ▲지역의 소규모 산업재해 현장, 기후재난 취약계층, 외국인 공동체 등과 직접 만나 생명안전을 매개로 새로운 이웃과 연대를 만드는 활동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안전사회는 하나의 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연결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때 만들어진다는 데 참가자들의 생각이 모였습니다.
“부드럽고 신선한 질문으로, 이웃에게 알리는 사람으로”
조별 발표가 끝난 뒤 세 명의 발제자가 토론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랑희 안전사회위원장은 지난 12년의 세월호 운동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공동체적 감각이 자리 잡았다며, 처음 가는 안전사회의 길인 만큼 긴 호흡으로 서로를 지키며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민애 진상규명위원장은 “진상규명이 다 끝난 것 아니냐”는 대중의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의 온도차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자료 분석 결과를 시민들에게 전달할 때 복잡한 법률 언어보다 쉽고 친근한 언어, 그리고 ‘부드럽고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100인워크숍’이라는 이름에는 피해자 가족의 곁에서 세상을 바꾸는 100명의 연대 주체가 모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적 성과를 실제 변화로 만드는 것은 결국 각자의 지역과 일상에서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알리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론장 마지막에는 박성현 4.16재단 사무처장이 4.16생명안전공원의 2027년 준공·2028년 개소 로드맵과 팽목항 기억공간 추진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변상금 문제에 대한 대응 상황을 알리고, 매주 이어지는 기도회와 수요일 약속문화제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긴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3부. 노란빛 문화제
낮 동안 이어졌던 공론장의 열기가 저녁에는 서로에 대한 따듯함으로 이어지는 시간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임병광 4.16재단 나눔사업2팀장의 사회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난타 동아리 ‘두때날’의 힘찬 연주로 로 ‘노란빛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난타의 둥둥 소리에 맞추어 참가자들도 노란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했습니다.
김종기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2-1반 김수진 아빠)은 참사 이전에는 ‘내 아이’와 ‘나’를 먼저 생각했지만, 참사 이후 ‘우리 아이’와 ‘우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이 이렇게 곁을 지켜주고 있는데 저희 가족들이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라며 끝까지 함께 걷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우리활동 자랑마당’ 투표 시상식도 열렸습니다. 많은 응원을 받은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대구 4.16연대, 4.16세종시민모임에게는 ‘98년 뒤면 100년산 와인’이 선물로 전달됐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2019년 광주 세월호 기억공간 공연을 시작으로 팽목항을 지켜온 ‘밴드 언제나 봄’이 맡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를 만들고 함께 춤추며 첫날의 마지막 시간을 즐겼습니다.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하자.”
함께 구호를 외치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2일차 | 8월 30일
심리안정화 프로그램
둘째 날은 신정식 강사와 함께하는 심리안정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은 그림책과 워크시트를 활용해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봤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거나,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몸을 뻗는 활동을 통해 몸과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나는 나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1박 2일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인사는 김순길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이 나눠주셨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이 자리의 활동가들이 각 지역으로 돌아가 4.16운동의 ‘전도사’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다음에는 한 사람씩 더 손잡고 와 2년 뒤 200인워크숍으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경기평화나비 활동가 이수정 님의 소감도 이어졌습니다. 사회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전국 단위의 연대 자리가 처음이었다는 수정 활동가는 “이 자리에 와서 마주했던 모든 매 순간이 단순히 나의 우연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내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 따뜻한 자리들이 나를 앞으로 가야 할 정의롭고 올바른 길로 든든히 이끌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도 건강한 얼굴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다시, 약속을 품고 각자의 자리로
4년 전 100인워크숍 이후, 다시 100명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단단하게 모였습니다. 우리가 처음 이 길을 나설 때 가졌던 다짐, "가족협의회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고 평화적으로 끈질기게 연대하겠다"는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월호의 교훈을 따라, 나와 이웃의 일상이 실제로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고 있습니다.
1박 2일 동안 나눈 질문과 이야기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읽고, 누군가는 이웃에게 알리고, 누군가는 지역의 안전을 살피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의 손을 잡을 것입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곁’이 되고, 그 곁들이 만나 더 넓은 ‘겹’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활동가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여러분, 1박 2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 4.16시민활동가 100인 워크숍 앨범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