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편지-2024년 3월] 모두 “안녕”한 곳에 닿기 위해

2024-03-14

 <모두 “안녕”한 곳에 닿기 위해>

-대구 4.16연대 신동희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 ‘안녕하십니까’ 대구 일정에 함께 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매순간 기억과 책임을 꽉 잡고 있지 못한 미안함을 함께 걷는 것으로 마음을 보탰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행진인데 걷다 보니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에 가 닿았다. 2.18대구지하철참사 기억공간에 처음 가 보았다. 2014년 4월 16일 하루는 10년이 지나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래서 2003년 2월 18일을 어떤 기억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무척 미안하다. 왜 그 때는 알지 못했을까, 지척에서 벌어진 비극과 죽음과 고통을.

“어떤 죽음은 거기에 가만히 있다”고 정세랑 작가의 어느 소설에 쓰여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참사 현장에 있으니 ”어떤 시간은 거기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게 그을린 벽, 녹아내린 공중전화, 시커먼 벽 가득 적힌 그리움과 절규, 그 모든 것에 2003년 2월 18일 그날이 새겨져 있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거리, 곳곳에 새겨진 죽음이 시커멓게 그을린 벽 위로 차올랐다.

열여덟에 머물러 있는 아이를 품에 안은 듯 아이 학생증을 목에 걸고 있는 부모님을 따라 하루를 걸었다. 이 걸음이 또 다른 아픈 곳, 억울한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은 나에게 기억, 책임, 약속을 가르쳐 주었다. 거기 가만히 남아있는 죽음, 거기 그대로 새겨진 시간에 답하는 방법은 기억, 책임, 약속이라고 되뇌어본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냐’는 차가운 질문에 ‘아직도 참사가 계속 된다’는 대답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걸어야 할 길이 있다고 답해본다. 이렇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안녕”한, 모두가 “안녕”한 곳에 닿을 거라고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