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전주에서 불어온 로즈메리 향기 –권태인 신입 회원을 만나다

2022-05-16

전주에서 불어온 로즈메리 향기 –권태인 신입 회원을 만나다

올해 4월 16일경 가입한 권태인 신입 회원과 전화로 만났다. 권 회원 사는 곳이 전주여서 그랬다. 회원 가입의 직접적인 계기를 물으니 집 근처에서 노란 리본 그려진, 세월호 참사 8주기 펼침막을 만나면서였단다. 다시 봄이 오고 꽃은 피는데... 시간은 지났는데 밝혀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잊지 않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동안 마음의 짐이 좀 있었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검색해서 4.16연대 홈페이지를 찾아 회원 가입했다.

촛불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별다른 해결 소식이 없어서 ‘깝깝’했다.

“이제 윤석열 정권이네요.”

“네. 암흑기죠.”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네. 깨어있어야겠죠.”

 

권 회원은 주부로 아이 셋을 키운다. 그것도 중3, 중1, 초3의 아들 셋이라니 무난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아이들은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큰아이는 알고, 막내는 잘 모르는 거 같단다. 왜 이래야 하냐고 묻던 큰애에게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답하던 2014년이 떠오른다. ‘이러면 쓰겠냐’는 마음은 ‘이게 나라냐’던 모두의 마음이기도 했다.

권 회원은 그간 세월호 운동을 따로 해오지는 못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 차려놓은 막사에서 서명에 동참하는 정도, 도로변에 꽂혀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 정도였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는 막내가 간난쟁이여서 거리로, 광장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후에도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으면서 내내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사실 우리에게 미안함은 한 발 내어 딛게 하는 동인이 되곤 한다. 지금 가입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지를 물었다. 노무현재단과 월드비전이란다. 억울한 사람, 아픈 사람, 소외된 사람에 손 내미는 권 회원의 마음결을 알겠다. 크리스천이라서 매일 새벽예배를 다닌다는데 굳이 묻지 않아도 기도의 내용이 개인과 가정에만 머무르는 기복과 구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컸으니 성경 공부도 하고 음악 치료 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권 회원. 움직이지 못했던 마음의 빚도 이제 움직움직 털어가는 시작의 시간이다. 세월호 가족과 회원에게 하고픈 말을 물었다. 한 게 없어서 인터뷰하기도 쑥스럽다는 권 회원이 힘주어 답한다. 외롭게 싸우는 듯하지만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들,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 또한 서로 잊지 말자고 말이다.

얼마 전 ‘나를 닮은 사람들’ 꼭지에서 4.16연대 상근 활동가를 인터뷰하며 들은 내용이 떠오른다. 기억공간 이전 비용 펀딩을 하며 참여자 이름을 옮겨 적을 때였다. 처음엔 이름이 아닌, 줄임표 같은 문장부호 등으로 이체한 사람을 어찌 표기할지 실무적인 고민만 했단다. 옮겨만 적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참여자의 수가 너무 많은 것에서 뭉클한 감동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고. 그 숱한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모인 것을 보며 평소 드러나는 것,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터이다.

권 회원은 아들 셋을 키우는 사이사이 작은 텃밭의 작물도 재배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지금은 방울토마토며 케일, 오이, 가지를 심었다. 집에서 키우는 로즈메리며 다른 화초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켜보고 물을 주며 관심으로 키워내야 한다.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는 명제는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길에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지난한 길이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잡은 손 놓지 않고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길이다. 권 회원의 말대로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기’엔 더욱 깨어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