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16일의 편지-2025년 7월] 물길을 만드는 흐름님- 4.16연대 운영위원 김미나

2025-07-16

물길만드는 흐름

4.16연대 운영위원 김미나님 인터뷰

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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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5주기 때 <세월호의아픔과함께하는성남시민모임> 기억행사 1인 현수막

김미나 회원의 별칭은 흐름이다.
“저는 완벽하지도 못하면서 완벽을 떠는 사람이에요. 보다 잘해야 하고. 맘에 들기 전까지 손에서 안 놓고 이러는 편이죠. 어느 날 같이 사는 사람이 ‘김미나, 그냥 대충 좀 해라, 물 흐르듯이. 뭘 그렇게.’ 그것도 영향이 있고요. 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세상 모든 것이 드나드는 흐름이 있더라고요.” 
‘흐름을 막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 잘 살아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은 별칭이다. 물론 시류에 편승하는 것과는 다르게 읽힌다. 오히려 역사적 흐름, 일의 흐름을 원래 그렇게 흘러야 마땅한 방향으로 물꼬를 트는 사람이라 느껴진다.
흐름 님은 작년 1월에 공공 상담기관의 기관장으로 퇴직하기까지 주로 상담 일을 해왔다. 유학하던 시기 등 3~4년을 빼고는 1997년부터 줄곧 맡아온 일이다. 노인 상담을 전국화하는 구상을 채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나오며 미완성 느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날까 하는 여지가 생겼으니, 아쉬움 반 기대 반의 심정이다.
“상담할 때는 별칭을 잘 쓰거든요. 집단 상담 때도 그렇고, 내담자에게도 그렇고요. 본격적으로 흐름이라는 별칭을 사용한 건 세월호(활동) 할 때죠.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익명성도 필요했고요.”

세월호참사 발생 때는 사립대학에서 학생 상담을 하는 힐링센터장이었다. 지인에게 참사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학생 상담이 계속 예약돼 있었다. 관련 뉴스를 보면 상담을 못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뉴스는 목요일 밤부터 보았다.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우리 수준이 이렇다고...?”
그간 민주화 투쟁이 일군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어느 수준에는 올라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됐다고 여기고 정치에서 조금 떨어져서 맡은 내 일에만 집중하던 때’라 당혹스러웠다. 세월호참사를 보며 ‘지금 나는 무얼 해야 하나’ 절절하고 시급한 고민을 하게 됐다.
“저는 직업상 종교상 태생이 좌파일 수밖에 없어요. 사회‧심리적인 약자를 덜 아프게 해주고 싶어서 상담하는 건데 제게 세월호는 같은 맥락이에요.” 
눈치 안 보고, 센터에 대놓고 노란리본 트리를 만들어 노란리본을 대롱대롱 걸어놓았다.
“1인 미디어라도 해야 했어요. 퇴근 후 잘 때까지, 아침 일찍 깨면 출근 전까지 개인 시간을 온통 다 썼어요. 알고 있는 단톡방이든 모르는 단톡방이든 여기저기 퍼 날랐죠.”
"토요일날, 일요일날은 맘대로 활동할 수 있는 거니까. 근무시간 빼놓고는 세월호에 미쳤던 거 같아요.”
가짜 뉴스에는 진짜 뉴스 퍼 나르기로 맞섰다. 센터가 있는 여주에선 ‘여주 밖 여주댁’이라는 아이디로 세월호 운동하는 사람들하고 접촉하고, 주말에 집이 있는 분당으로 가선 직접적으로 나가서 활동했다. ‘주중에는 여주, 주말에는 분당’으로 분주히 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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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16년 특조위 앞에서

흐름 님이 맨 처음 찾은 곳은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었다. 그러다가 성남 지역에서 세월호참사 때문에 모임을 시작한 성남 원탁회의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성남을 넘어 용인, 수지, 광주, 이천을 아우르는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는 경기시민모임’의 일원으로도 참여했다.
“세월호(활동)를 안 할 수는 없고요. 어떻게든 세월호(활동)는 해야겠고요.”
성남모임에서 가부장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꼈을 땐 활동을 접는 것이 아니라, 모임에서 나와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하는 성남시민모임 (세함성)’을 꾸려서 활동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흘러야 하는 흐름을 만들어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례다. 흐름 님은 성남 지역을 넘어 세월호 풀뿌리시민네트워크의 전국구 구성원으로도 흘렀고, 416연대의 운영위원으로도 흐르고 있다. 

“세월호(참사) 일어나고 나서는 두 가지 평가 기준이 생겼어요. 세월호참사에 혀를 차는 사람이냐, 애통해하는 사람이냐. 단순한 해양 사고로 보는 사람이냐, 사회적 사건으로 보는 사람이냐 하는 거죠.”
세월호참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세월호참사는 우리 사회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그널인 ‘세월호 현상’이라고 생각해서다. 세월호참사를 인간애와 인류애에 기초해서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완전 극우’라고도 생각한다. 흐름 님의 기준이 흐름 님만의 편중된 기준은 아닌 것도 같다. 사실 많은 이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한 사람 중 프로필 사진에 기억의 노란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이면 바로 페친 수락을 누른다거나, 세월호 노란리본을 부착한 차량에는 신뢰 한보따리 시선을 던진다거나 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성향으론 ’문재인 성품‘을 좋아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굉장히 싫어해요. 세월호 때문에 싫어해요.”
“청와대 앞에서 그렇게 세월호 가족들 분수대 앞에서 농성할 때 단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았어요... 실무진이라도 나와서 손잡아준 적 있는지...”

점잖고 품위 있고 부드러워 보이는 성격이되 ‘세월호(운동)로 촉발돼서 대통령 된 사람이’ 정작 세월호참사를 해결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큰 실망이었다. 대신 흐름 님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청 큰 벽 하나에 대형 세월호기를 부착하고, 지역 내 세월호 활동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시절엔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고, 공공기관에 태극기, 경기도기, 세월호기를 게양해 휘날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방식’의 서민 중심 정책으로 개혁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문재인 보고 놀란 가슴 이재명 보고 놀라게 되진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돌탑들. 나도 그 위에 ’우리 (문재)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기다리라던, 가만히 있으라던, 우리 안의 억누름은 다시 없기를 바라는 마음의 돌멩이 하나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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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2016년 성남 야탑역광장 행사 때 약속과 다짐을 적은 포스트잇

흐름 님의 집에는 세월호참사에 관련된 책이 많다. 구매도 하고, 펀딩에도 참여하고, 선물도 받아서 거실이며 서재 책장에 꽂아 두었으되 감정이 감당하지 못할 거 같아서 아직도 열지 못하는 책들이다. 사람은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꼿꼿한 사람, 스스로 꼬장꼬장한 사람이라는 흐름 님의 마음 한편은 한없이 여리기만 하다.
“그걸 언제쯤 열어볼지 모르겠어요. 넘길 수가 없어요.”
흐름 님이 그 책을 들어 열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흐름 님의 인간 판단 기준대로 세월호참사를 사회적 사건으로 보며 여전히 애통해하는 사람들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의 마음인 그 사람들이 그날을 함께 열어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