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편지-2023년 4월] 팽목항 순례길 참여 수기-봉선청소년문화의집 최한나

2023-04-14

팽목항 순례길 참여 수기


봉선청소년문화의집 최한나


세월호를 기억하는 친구들과 함께 오는 4월 15일 청소년 기억문화제를 준비하기 위해 3월 마지막 주말에 모여 팽목항으로 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억 순례길을 따라 기억 숲을 거쳐 팽목항까지 걸었다. 걷는 동안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강아지한테 인사도 하며 걸어서 멀다고 생각했던 길이 금방 끝났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햇빛도 강하지 않아 우리를 반겨주는 느낌을 받았다.

약 2시간을 걸어 팽목항 바다 앞에 마련된 팽목 기억관에 도착했을 때 기억관 앞에서는 시민밴드 ‘언제나 봄’이 예술마당 문화제를 열렸다.‘아이유-이름에게’, ‘여진-그리움만 쌓이네’, ‘경서-밤하늘의 별’, ‘정준일-새겨울’을 듣고 제주 친구들의 공연도 보았다.

저녁을 먹고 팽목 등대를 갔는데 한 바퀴 돌면서 봤었던 빛바랜 노란 리본과 녹이 슨 철제 구조물들은 9년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펼쳐진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가 모든 걸 삼켜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지상에서 보는 바다도 이렇게 어둡고 고요한데 언니, 오빠들이 차가운 바다에 있었던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녁엔 제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친구들은 여객선을 타서 선박안전 모니터링을 한다고 했다.그리고 2014년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장소들을 가볼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와 나이는 비슷한데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생일’을 함께 보았는데 19년도 개봉했을 때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본 기억이 있어 영화를 보며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마지막에 생일파티를 하는 장면과 현관 센서 등이 아무도 없는데 켜질 때 희생자 부모가 통곡하는 장면이 감정이입 되어 슬펐다.

다음 날에는 다가오는 4월 16일을 준비하며 노후화된 기억관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작업을 도왔다. 컨테이너가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여러 사람과 함께하니 금방 끝냈다. 전 날의 컨테이너는 낡은 느낌이었는데 새 페인트를 칠하고 나니 그림이 훨씬 더 예뻤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교와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만 접하였던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직접 경험하고 나니 4월 15일 청소년 기억문화제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우리는 기억문화제를 위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안전 사회 건설을 약속하는 체험프로그램과 전시, 그리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플래시몹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팽목항에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잘 준비하여 기억문화제에 참여하는 시민들,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더불어 안전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