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노련하고 풋풋하다

2022-03-02

노련하고 풋풋하다

 김선우 회원 인터뷰

-김 우

 

4.16연대(이하 연대) 사무처장 ‘청귤’을 만났다.

왜 청귤일까? 제주 몸살림 워크숍 때 청귤 모자를 사서 썼고, 마침 숙소가 삼달다방이었는데 주변이 청귤 밭이기도 했단다. 그 계기로 불리게 된 별칭이란다. 

청귤은 워낙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 나누고, 술잔 나누는 게 좋다.

연대 사무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의 중압감 같은 것도 그런 소소한 즐거움으로 상쇄된다. 사람을 믿고 간다. 세월호 가족과 서로 의지하고, 회원의 응원과 시민들 지지에서 기운을 얻는다. 특히 코로나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회비를 꼬박 납부하는 회원들에게 무한 고마운 마음이다. 

세월호 부모님들은 참사 초기부터 만났다. 대구에서 힘이 돼주는 지지자로 관계 맺은 터라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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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역 활동가였다가 서울로 와서 사무처장을 하면서의 차이점을 물었다.

당시는 피해자들의 요구와 요청을 우선순위로 하는 학생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건 기본으로 하되 무언가 계획도 같이 세우며 숙제를 풀어가는 반장 같은 기분이란다.
고향인 대구는 말 그대로 나서 자란 곳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것은, 학교도 다니고 운동도 하며 40년 넘게 발 디뎌 왔던 공간과 사람을 바꾸는 문제였기에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서울로 왔지만 2년 전 분란과 갈등으로 내홍을 겪던 연대와 사무처가 조금씩 상처를 봉합하고 극복해 가는 것이 보이는 건 보람이다.

남은 과제는 많다. 정부에 실망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객관적 상황에 모두 힘이 빠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연대가 가족과 시민이 다시 힘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까지만 활동하고 그만 포기하겠다는, 좌절한 시민이 다시 가족들과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연계해야 하는 몫도 있다. 분란의 시기 이후 새롭게 잘해보려는 마음들이 모인 사무처에도 세월호 운동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다. 

잘하는 게 뭔지를 물으니 “어느 한 부분 특별나게 잘하는 게 없어요. 요거 조금 조거 조금 할 뿐이죠.”라는 건 겸손이고, 컴퓨터공학과를 나와서 웹자보, 피피티, 포토샵 등 못하는 게 없는 게 진실이다. 연대 사무처장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그동안 상근 활동가로 살아왔다.

통일연대, 민중연대, 진보연대 활동을 거쳐 4.16연대 활동가로 온 것은 라임이라도 타는 듯하다. 전문 ‘연대’ 활동가니 말이다. 

49살 젊은 청귤에게 웃음 섞인 질문을 던졌다.
“노화를 느껴요?”
“눈이 안 보여요. 고달픈 타향살이 2년에 빠진 것은 7~8킬로 살밖에 없네.” 타령조로 엄살을 피우면서도 솜사탕 눈웃음은 여전한 청귤이다. 
 

며칠 후 총회 1부 문화제에 청귤이 출현한다는 고급 정보. 무대에 선 경험을 물으니 노래도 못하고, 몸치이고, 리듬감 제로인 예체능 분야의 ‘꽝’이란다. 단 한 번도 오락시간 장기자랑 한 번 해본 적 없는 청귤이 무대에 서는 문화제 공연이 무척, 몹시도, 심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