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 편지-2024년 11월] 기억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 -팽목캠프 후기

2024-11-13

기억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 팽목 캠프 후기


노원 이명옥 

 

2024년 11월 2일과 3일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활동가들이  팽목항로 기억 순례길을 떠났다. <팽목 기억 캠프> 는 4.16 연대와 광주시민상주모임이 함께 만든 행사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4.16 연대, 광주시민상주모임, 대구 4.16 연대, 경기도 일산, 서울 도봉, 노원의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했다. 


-첫째 날

점심 식사후 하나로 마트에서 팽목 분향소까지 이어지는 9.5킬로의 팽목 순례구간 순례길을 걸었다. 

5.5킬로 지점에 있는 기억의 숲에서는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기억의 숲 벽에 쓰여진 이름들이 갈대와 함께 기억해 달라 소리치고 있을 것만 같아 먹먹해졌다.  

2시간 가까운 순례길을 걸어 팽목 기억공간에 도착했다.기억 공간에서는 세월호 엄마들이 정성스러운 저녁상을 준비하고 계셨고  공연팀인 전자국악단 <가락.과 시민밴드 <언제나 봄>의 무대 설치와 음향 조절 후 리허설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통나무 장작 속에 호일에 싼 고구마가 익어가는 동안 광주시민상주모임 대표가 문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활동가들이 자기 소개를 하고 현재의 활동 상황을 공유했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세월호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광주시민상주단과 대구 4.16 연대, 일산, 도봉 노원의 활동가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 세월호  공식 기억 공간이 만들어지고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는 날까지 함께 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군고구마를 먹으며 전자 국악단 <가락>의 노래와 몸짓, 시민밴드 <언제나 봄>의  VINCENT 등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다. 연대와 소통의 밤이 깊어갔다.


-둘째 날

둘째 날은 세월호가 최종 안치될 장소인 목포 고하도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목포 고하도에서 유달산 정상을 경유한 뒤 북항스테이션에 갔다가 돌아오는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왕복 40여분 걸리는 코스였다. 

케이블카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세월호 피해자인 순범 어머님은 트라우마의 장소인 바다를 보고 눈을 꼭 감았다. 그 모습이 가슴이 아렸다. 

목포 고하도는 세월호가 안치될 장소이다. 매립, 세월호  보수, 목포항에서 고하도까지 트랜스 포터를 이용해 옮기는 작업, 세월호 주변에 기억 정원 조성 등 아직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많지만 2029년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억 캠프 팀은 복잡한 심정으로 세월호가 안치 될 부지를 둘러보고 그 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1박 2일의 짧은 순례였지만 전국의 열정적인 활동가를 만나고,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세월호를 기억하고 가슴에 품고 돌아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년 팽목 기억캠프에서는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시작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