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 편지-2024년 5월] 세월이 지나도 우린 잊은 적이 없다-노원인권공간 자람 이지희

2024-05-16

세월이 지나도 우린 잊은 적이 없다

노원인권공간 자람 이지희

 

노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꾸준히 유가족 간담회, 촛불 문화제 등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연극 ‘기억 여행’ 공동체 관람 영화 ‘장기자랑’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세월호 참사 과제 해결을 위한 연대의 힘을 모았다. 

그런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 10주기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보내자고 마음을 모았다.

유가족 간담회를 열어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노란 리본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4160인 시민 합창단 모임, 율동 챌린지 촬영, <520번의 금요일> 북 콘서트 참여, 영화 ‘세 가지 안부’ 공동체 상영, 노란 리본 공방 운영 등을 해 왔고, 이 모든 활동에 함께한 분들과 함께 지역 주민에게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알리기로 했다.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열리기 전날인 4월 12일, 우리는 <4.16기억문화제 in 노원>이라는, 연대의 마음을 담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모여 노란 리본도 만들고, 선전물이나 소품도 제작하고, 공연 팀도 섭외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사람들이 많이 올까, 날씨는 괜찮을까 여러 걱정도 있었지만, 준비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었다.

행사 당일 오후 4시부터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 광장에 모여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내려놓고, 음향과 영상을 확인하고, 부대행사를 위해 테이블을 깔고, 열심히 만들어 둔 노란 리본을 펼쳤다. 

디폼블럭으로 만드는 세월호 리본은 최고의 인기였다. 오가던 주민들이 함께 세월호 리본도 만들고, 함께한 아이들은 많은 사람이 모이자 덩달아 신이 나서 광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노란리본을 나눠줬다. 

리허설 무대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올해가 벌써 10주기야. 시간 참 빠르다”, “10년이 다 뭐야, 2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지.” 등의 대화를 나누며 지나갔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촛불 문화제 무대의 조명이 반짝 빛나고, 하나 둘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안전 사회를 건설하라고,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외치며 KBS의 세월호 다큐멘터리 불방을 폭로하는 등 많은 분의 연대 발언을 들었다. 그리고 마음 내어주신 여러 공연 팀의 공연과 4160인 노원 지역 시민 합창단의 노래 공연과 율동 챌린지가 이어졌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때로는 감사함을 느끼는 추모 영상도 함께 보았다.

촛불 문화제가 끝나고, 우리 모두는 서로를 향해 박수 치며 격려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거짓에 대한 저항이다. 그래서 우린 내년 4월 16일에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연대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