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요[16일의 편지-2026년 3월] 사랑은 기억 (4.16연대 공동대표 얼쑤)

2026-03-13

b0853b4931adf.jpg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총회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4.16가족협의회 부모님들과 활동가들이 함께여서 처음이라도 마냥 낯 설진 않겠다 생각하고 갔는데, 12년간 피켓팅과 문화제, 기억식 등에서 뵈었던 선생님들이 많아 반갑고 즐거운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마음과 정성을 다해 4.16을 기억하고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긴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 앞에서 절로 숙연해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해주었는데, 10년 넘게 제 마음에 품고 살아온 사랑은 ‘부재(不在)를 아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가 있어야 할 공간에 그가 없음을 눈치 채는 것, 그래서 그를 찾고, 그에 대해 말하고, 그가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으며 안타까워하고 부재의 크기를 더 크고 아프게 느끼는 분들의 곁에 서는 그런 마음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알고 느끼는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그런 세상은 이미 천국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

최근 ‘사랑’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제 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은 기억‘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12년이 되는 동안 우리는 왜 그날 4월 16일을 잊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명징해졌습니다. 무도한 세상에 대한 분노도,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수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랑. 내 새끼 품에 한 번 안아보고 싶은, 좋아하는 음식 한 번 먹여주고 싶은, 울며 웃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넉넉해지는 마음. 그런 사랑.

그래서 제 안에 ‘사랑’의 의미를 다시 정립해봅니다. ‘부재를 알고 기억하는 마음’이라고요. 총회에 모인 분들 모두가 그 사랑의 마음으로 서 있는 곳곳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계셨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니 따뜻한 기운이 제 안을 가득 채워주는 듯했습니다.

제 스스로 생각할 때 4.16연대 공동대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만한 깜냥이 될까 걱정과 근심을 가득 안고 찾은 총회였던지라 부담이 너무나 큰 자리였지만, 한 사람의 능력으로 되어지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지지하고 북돋으며 함께 가는 자리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길,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