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16일의 편지-2026년 1월]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하는 깨달음 - 강수영을 만나다

2026-01-16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하는 깨달음

김 우


강수영 회원은 4.16연대 청년 아카데미의 모든 강의를 개근으로 마친 신입회원이다. 청년 아카데미는 수료식을 포함 총 6강을 진행한다. 연대하는 단체의 활동가들이 세월호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참가자들이 이와 연관된 각자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형식이다. 마지막 날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행사를 함께하고 행진하여 별들의 집에서 수료식을 했다.

수영 님 강의 후기는 ‘행복했다’는 첫 줄로 시작된다. 아카데미에 참가하는 내내 어떤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운동에 관심 갖게 된 후 처음으로 활동가를 직접 만나는 시간이었고, 시민사회활동의 시작이었고, 돌봄에 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첫 번째 장이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평등한 권리를 찾으려는 인권운동이 서로 교차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여서 더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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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작성했던 4.16 청년아카데미 5강을 마치며 단체사진

“홀로 생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나만 잘하면 세상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겠다 생각하며 살았어요.”

수영 님은 피아노 전공자다. 연주만 잘하면 된다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직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촉망받던 아이티 웹 개발 회사에 들어가 4년을 근무했다. 이때 처음으로 ‘사회’를 경험한 셈이었다. ‘공감능력이 너무나 결여되어 있구나. 이래서는 굶어 죽겠구나’하는 큰 위기감을 느꼈다. 

공감과 다정함이란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돌봄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능력주의를 신봉하던 사람’으로 살다가 대안적 삶이 절실해진 차에 동네 서점에서 무라세 다카오의 <돌봄, 동기화, 자유>라는 책을 발견했다. 인지저하증과 탈시설 운동에 관한 이야기였다. 돌봄과 공동체적 삶, 서로 연대하는 삶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청년 아카데미를 만났다.


“청년 아카데미를 통해 불이 붙었어요.”

활동가들을 직접 대면하고, 상상만 하던 현장에 연결되며 큰 보람을 느꼈다. 활동이 이어져 1월 1일부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노들센터)에 상근 활동가가 되었다.

노들센터의 상근 활동가 수영 님의 만족도는 드높다. 당사자 중심의 탈시설 운동을 적극 지지하는데, 노들센터의 운동방향과 잘 맞는다. ‘예상했던 대로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정말 다정’하다는 점도 만족도를 높이는데 크게 작용한다.

 “무대 위에서나 회사에서나 작은 실수라도 하면 마치 큰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살아왔어요. 근데 지금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너무나 든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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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이 주최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 행사에서 한 컷

수영 님은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보다 세 살이 많다. 참사 당시 피아노 콩쿠르 준비로 연습실에만 박혀 있었고, 친구를 사귀지도 않으며 ‘경쟁에서 이기는 기술, 눈에 띄는 화려한 기술’만을 연습했던 시기가 후회스럽다.

수영 님이 변화와 변환을 바라고 있었기에 스스로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 지금의 모습을 일구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 님은 이제 올챙이 적을 기억하는 개구리이자, 새로운 세상을 쑤욱 쑥 빨아들이는 스펀지이자, 새로운 세상을 즐겁게 유영하는, 물을 만난 물고기였다.


“더 많이 연대하고 함께하는 이야기를 쌓고 싶어요. ‘이러다 굶어 죽겠다’라는 생각이 지금은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누군가 밥 한 끼는 사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행복감이 커졌죠. 또 인권의 연대가 이렇게 늘 새롭고 다채로울 수 있구나 느끼며 대단히 즐거워요. 선입견이라는 굳은살이 없는 게, 전혀 몰랐던 게 오히려 득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은 퇴근길에 4.16연대 책모임 <세계관>에 참여하고 있다. 집에 오면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배우고, 깨닫고, ‘인권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4.16연대 활동가들과 교류하는 맛을 알아버린 수영 님이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운동이 단순히 희생자들의 배‧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앞으로의 참사에 미리 대비하고, 이미 벌어진 여러 참사들의 희생자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신다면 시민들의 관점도 부정과 혐오 대신에 좀 더 온화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조직하고 연대하고 있는데 그 수고로움을, 그 다정함을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기운으로 충만하게’ 살고 있다는 수영 님이 인터뷰 말미 시민들에게 전하는 ‘온화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세월호 운동의 길이 꾸준히 걷는 자에 더해서 새로운 세대, 새로운 활력으로 꽈악 채워져 힘 있게 같이 걷는 길로 닦여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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