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16일의 편지-2025년 10월] 진심으로 깊게 또 길게 마음 내주는 사람들과 함께- 4.16안산시민연대 위성태 사무국장을 만나다

2025-10-16

진심으로 깊게 또 길게 마음 내주는 사람들과 함께

4.16안산시민연대 위성태 사무국장을 만나다

김 우

 
“그전에는 어떤 활동 하셨어요?”
“노동자의 삶을 살았어요. 구체적으로는 2013년 12월까지 민주노총 지역 의장을 10년 가까이 맡았고요.”
학생운동은 2년도 채 안 되게 짧게, 노동운동은 군대 제대하자마자 안산으로 와서 기일~게 했다.
왜 안산이었을까.
“집이 안산이었어요?”
“집은 인천이요. 정세경이 먼저 안산에 내려와서 노동운동하고 있었거든요. 따라 내려왔죠.”
아하, 4.16연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한, 엄마의 노란 손수건 공동대표 정세경과 결혼 전부터 영혼의 단짝이었던 거다.

선배인 정세경과는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마음이 가고 눈이 맞았단다. ‘댓거리’라는 독서토론회였고 입학한 해 겨울이었다. 위성태의 전공은 조리. 기본적으로 새로운 거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선택한 학과였는데, 수업에 거의 들어가질 않았다. 유급을 받아 1학년을 다시 다니다 군대에 갔다. 2학년은 올라가 보지도 못한 셈이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요. 학생운동에 푹 빠져 살았거든요. 운동권 동아리에 첫발을 잘못 디뎌선 선배들 따라서 하다 보니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고, 몸이 움직였고, 뭣도 모르고 빠져든 거 같긴 해요.”
“가끔 유명한 셰프가 나오는 거 볼 때, 나도 공부 열심히 했으면 저런 사람이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죠.”
후회는 없다. 아쉬움을 눈 씻고 찾으려면 이런 정도. 생존을 위한 요리, 배를 채우는 정도의 조리에 만족하며 살았다.
“지금은요? 요리 잘해요?”
“일단은 식구들이 하는 얘기는, ‘밥을 참 잘 안친다’라고. 물 조절이 핵심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맛있는데 왜 안 하니?’라고도 하고요.” 아이들의 칭찬이고, 정세경의 비판이고, ‘많이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못 하지는 않는 듯하다’라는 게 자평이다.

위성태와 이야기를 하는 건데 자꾸 정세경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자신의 활동을 치열하게 하면서도, 정세경 옆에서 보조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많이도 봤다.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 계속하는 것은 적극 찬성이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도, 번번이 선거운동에 진심을 다하는 위성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정세경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네 번째 도전을 예정하고 있다. (그동안 시의원 2번, 국회의원 1번 출마)
“본인은 자신감이 넘쳐있긴 하더라고요. 돼야 한다고 하는 필승의 각오가 있고요.”
“이 문제 때문에 쫓겨나지 싶어요. 제 상황이 선거운동에 달라붙어서 전면적으로 집중하긴 어렵거든요.”



사진 1. 4.16연대 창립 10주년 기념대회에서 사회를 보면서


“4.16안산시민연대(이하 안산연대) 내부적으로 올해부터 3년 프로젝트를 실험 중이거든요. 세월호참사 10주기 즈음해서 비전 논의가 있었어요. … 우리가 그동안 세월호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생명과 안전을 중요한 시대적 정신으로 삼아야 한다며 여러 활동을 해왔죠. 아픔을 품은 안산부터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는 도시로 만들어보자는 방향을 잡고, 3년간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지역을 변화시키는 거죠.”
“안산시 행정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해요. 안산시와 시민이 함께하는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려 해요. 안산생명안전포럼에서 전문가와 함께 안전 학습 트레이닝을 진행 중이에요. 앞으로 추진 체계를 만들어가려고요.”
“지방 선거 때, 쉽게 표현하면 정책 협약 약속 운동을 통해서 안전 관련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거는. 협약을 체결하면 정치적 약속인 건데 사실 당선 후 휴지 조각 되기도 하고, 테이블에 앉자고 해도 안 앉는 경우도 많고. (협약에) 힘을 싣고자 시민이 참여하는, 규모 있는 대토론회를 추진할 생각이에요.”

3년 프로젝트는 4.16재단 공모 사업 중 단 한 곳을 선정하는 공모에 참여해서 선정됐다. 연 3,000만 원씩 3년 9,00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공모서 작성은, 그럴 것처럼 보여서 예산을 타내는 게 아니라 정말 그대로 실행해야 하는 구상을 꼼꼼하게 구현하는 일이라 쉬운 일이 아니다.
“공모서는 누가 썼어요?”
“제가요.”
“경험과 구력이 있는 건가요?”
“절박함이겠죠. 부족한데도 상징적인 지역의 의미 있는 사업이다 보니까 가산점이 주어져서 선정되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주체들의 절박함이 같이 결합이 돼서요.”

위성태는 2015년 말 민주노총 지역 의장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 새로운 활동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쉬면서 충전되기보다, 늘 조직 활동을 해오던 터라 개인으로 있는 것에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월호참사가 나자, 지역사회는 각자 해오던 것을 ‘올 스톱’하고 해결을 위해 집중했다.
“놀고 있던 제가 보였겠죠. 대책위 함께하자 해서 망설임 없이 들어가게 됐고요. 근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고, 몇 개월 안에 정리될 걸로 알았어요.”
노동운동 이후의 새로운 꿈은 그렇게 물 건너갔다.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목공을 배우다 그만둔 걸 업그레이드 하려고 배우던 중이었다. 무언가 만드는 것을 지역과 의미 있는 활동으로 진행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다.
“톱질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요. 짜맞춤 가구 배웠거든요. 정교하게, 오차 없이 톱질하는 게 생명이에요.”
목공과 결합하는 지역 활동의 구상은 딸 방에 있는 책장 하나, TV 올려놓는 테이블 하나로 남았다.

“지금 어려운 점은 뭘까요?”
“3년 프로젝트의 실험이 성공해야 안산연대 지속가능성과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해요. 일말의 두려움이 상존하는 시점이죠.” “고민의 지점은, 얼마 전 안전소위 집담회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난 아직도 적응 중이다’라고요. 내가 중심이 돼서 주도적 활동을 해왔는데, 세월호는 다르잖아요. 피해 당사자를 돕거나 지원하는 활동이니까요. 이전 활동 방식과 다른 세상을 만나서 새롭게 적응하는 게 완전하게 극복된 건 아닌 듯해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문제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주변에 대한 기대도 높잖아요. 우리의 마음이 작거나 역량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충분하게 채워주지 못하는 상황들도 있을 수밖에 없죠. 서로 다양한, 크든작든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피해 당사자를 깊게 이해하며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활동의 범위와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 주도성을 발휘하기보다는 가족 뒤로 한 발 물러나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자각. 그럼에도 ‘제 성향일 수도 있지만, 그런 측면이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라는 위성태다. 가족 곁에서 묵묵히 동행해 온 세월이 11년인데 말이다.

“1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세월호에 마음 내고 행동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요.진심으로 깊게 또 길게 마음 내주는 분들요. 안산에서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가족들에게 언제 힘 받느냐고 질문하면 ‘어디 갔는데 거기서 누군가가 세월호 배지와 리본 달고 있을 때, 노란 스티커 붙인 거 볼 때’라고 하시죠. 저도 낯선 곳에서 발견하면 반갑고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큰 메시지를 주는 작은 행동 같아서요.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을 거는 것 같아서, 위로도 받고 힘도 받죠. 시간이 지나더라도 자주 발견하고,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끝까지. 같이 기억하고, 함께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진 2. 4.16생명안전공원 시민참여 캠페인 ‘4.16별빛걷기’ 기념 단체 사진



내가 본 위성태는 말랐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여겼다. ‘나잇살로 배도 안 나오고, 체질인가 벼’하는 생각이었다.
“운동 좋아해요.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것도 있고.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빠뜨리지 않으려 하죠. 작년엔 별빛 걷기 대신 별빛 뛰기로 10km를 뛰었어요.”
“군대 가기 전 54kg이었어요. 훈련받고, 때마다 밥 주면 밥 먹고, 잠자고, 틈틈이 개인적 운동하고. 몸을 불려서 제대할 땐 59kg이었어요.”
근육을 키워서 몸집을 더 키운 거였고, 배가 나오지 않은 것도 꾸준한 단련의 효과였다. 그냥 마른 게 아니라 알고 보면 근육질 위성태인 거였다. 그와 같이. ‘아직도 적응 중’이라는 그이의 말은 마음의 근육이 더 딴딴해져 가는, 더디더라도 ‘조금씩 진행 중’인 상태를 반영한 거라고 단단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