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 편지-2024년 10월] 우리의 기억을 걷다_청년활동가 팽목기억순례를 다녀와서

2024-10-14

우리의 기억을 걷다_청년활동가 팽목기억순례를 다녀와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최보민 간사

이번 순례는 세월호의 기억을 눈앞에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기억 속에 있던 2014년 4월 16일 참사의 순간을, 목포신항에 인양되어 있던 세월호 선체 앞에서 마주했다. 언론을 통해 접했던 팽목항에서의 기다림을, 팽목항 빨간 등대 앞에서 마주했다. 세월호 참사를 경유해 시작된 활동가의 삶을, 함께 그려본 ‘나의 노란 활동가 나무’ 앞에서 마주했다. 기억들을 물리적으로 경험하면서 나의 삶에서 세월호 참사가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게 됐다.

특히 ‘나의 노란 활동가 나무’를 그리고 각자의 나무를 소개하는 시간이 뜻깊었다. 나의 먼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질문들로부터 뿌리를 뻗어, 사회 문제에 대해 던졌던 질문들로 줄기를 세우고, 활동이라는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그려보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활동의 시작에 세월호가 있었던 청년활동가들과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나만의 기억에서 나아가 우리의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다양한 참가자들의 활동 분야 속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공동의 기억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서로의 공통적 기억에 위안을 받고, 다른 다양한 경험을 들으며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순례의 마지막 날, 목포 시내의 근대역사관을 관람하며 타지역의 역사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의 전시들에 놀랐다. 거시적 개항의 역사에서 나아가, 그 시간을 살며 여성·노동·민주화 운동을 펼쳐온 이들의 역사까지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항의 역사를 더 다채롭게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의 기억순례도 이와 닮아있다고 느껴졌다. 거대한 문제들로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들을 돌아보는 일을 후순위로 미뤄두곤 한다. 하지만 기억순례가 진행된 1박2일 동안, 우리는 서로의 기억과 경험들을 나누는 데에 무엇보다 몰두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가진 의미를 돌아보고 우리의 활동을 이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