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요[16일의 편지-2026년 5월] 노란리본과 52hz (서이주)

2026-05-11

이번 <나누어요>에서는 지난 소식지 독자공모전’에 접수된 소중한 글을 소개합니다. 공모를 통해 접수된 작품들은 내부 필진의 검토를 거쳐 일부는 소식지에 실었으며, 지면 관계상 다 담지 못한 귀한 글들은 다음달까지 차례로 공유해 드릴 예정입니다. 5월에는 멀리 부산에서 도착한 서이주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노란리본과 52hz 

서이주

내가 사는 곳은 부산이다. 부산과 세월호는 가깝고도 멀다. 광장에서 노란리본을 단 사람을 아주 많이 본다. 세월호 관련 영화나 합창 공연을 하면 관객이 많아서 장소가 옮겨지기도 한다. 세월호 합창 공연을 보려고 섬집아기를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엄마에게 “니를 보면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나는 유튜브에 416합창단 「섬집아기」를 검색했다. 내가 본 공연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올린 영상이 있었다. 나는 2절을 생각했다. 굴을 따러 바다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와

바삐 돌아오고 있는 엄마. 엄마가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계속 생각하며 노래를 들었다. 나는 가끔 이렇다. 세월호 가족 분들이 부산에 오셔서 공방을 한다고, 가죽 공예를 하는데 뭘 만든다고. 그곳에서 조용히 자주색 물건을 만든다. 안경 닦이도 아닌 것, 필통도 아닌 것 같은 물건. 시간 안에 다 못 만들어 그날 재료를 들고 집에 와 완성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건 좋다. 부산에서 세월호 관련 영화 상영을 한다고 하면 간다. 뒤풀이를 한다고 하면 간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어쩐지 안전하다고 느끼며 이야기를 듣고 웃는다. 내 오른쪽 손목에는 노란 리본 타투가 있다. 원래는 팔찌를 착용했는데 자꾸 끊어져서 그냥 새겼다. 옆에는 카드보다 조금 큰 흑등고래가 있다. 52hz 고래다. 지구상에 한 마리뿐이라는 고래. 노란 리본과 외로운 고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산다. 셋이 잘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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