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16일의 편지-2026년 2월] 차라리 루저를 택하겠다 – 이규락을 만나다

2026-02-13


차라리 루저를 택하겠다 – 이규락 회원을 만나다


김우

4.16연대는 뉴스레터인 ‘16일의 편지’를 매월 16일이면 회원들에게 띄운다. 그중 회원 인터뷰 꼭지 이름이 ‘나를 닮은 사람’이다. 인터뷰하다 보면 정말이지 회원과 회원으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으로 닮은 점을 느끼게 된다. 이규락 회원도 그러했다.


이 회원은 4.16연대 청년 책모임 ‘세계관’ 시즌 3에 함께하고 있다. 작년 여름 참여한 시즌 2에서 이어온 활동이다. 어떻게 책모임에 참여하게 됐냐고 물으니, 이전의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박근혜 정권이 추모조차 못 하게 경찰력을 동원하던 시기 이 회원은 대학생이었고, 친구들과 현장에 나가 있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명 안전의 문제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보상 논리로 환치하고, 일베들 역시 특별 입학의 문제로 생명 안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것에 환멸을 느꼈어요.” 

그 뒤로 세월이 흘렀다. 

“활동가로 간 친구도 있는 반면에 저는 ‘완전 사회’로 와서요. 직접 참여는 못 하고 후원 등으로 같이했어요.”

그러다가 윤석열 계엄 선포와 탄핵 국면을 만났다. 집회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많이 만났고, 4.16연대에서 나눠주는 생명 안전 관련 피켓도 받았다. 10‧29 이태원 참사에도 많이 충격받은 터라 우리의 재난 참사 운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해졌고, 20대 때 관심 있던 것들도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여러 사이트를 들락날락 뒤졌다. 4.16연대 홈페이지에서 책모임의 동료를 찾는다는 공지를 읽고는 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거기 있겠구나’ ‘서로 물으며 풀어갈 수 있겠구나’ 기대했기 때문이다.


책모임이 이 회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지 물었다. 활동가가 같이 참여해서 현장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새롭고, 혼자 책이나 연구 자료를 보는 것보다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 기대 이상이라고 답했다. 일주일에 1회 진행하는 책모임에 이 회원은 회사 야근 때문에 한두 번 빠진 것을 제외하곤 열심히 참석하고 있었다. 원래 ‘성실파’인지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생명 안전 문제가 앞으로도 자기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을 문제여서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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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이 회원은 작년 9월 시작한 4.16청년아카데미 ‘세월호와 민주주의’ 기획단으로도 참여해서, 재난 참사의 통념화된 담론에 젠더 이슈 연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와 평등, 생명 안전 문제에 젠더와 불평등 문제는 관련이 깊다는 생각에서였다.

4.16연대 외에도 참여연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등의 회원이기도 한 이 회원. 본업은 출판 노동자이자 부업은 소설가로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이의 다양한 관심과 열정이 느껴졌고,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가 궁금했다.

“20대 때부터 페미니즘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알던 형이 처음부터 여성해방을 활달하게 이야기했고요.”

페미니즘은 이 회원이 다니던 ‘운동권 대학’의 믿는 선배들의 사상과 태도였다. 자연스레 페미니즘 소모임을 꾸려 친구들과 공부했다.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어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들과 연대하는 ‘탈선’이라는 단체에서도 활동했죠.”

예술고등학교 문창과 졸업생으로, 또 문창과와 철학 전공생으로 예술 사회 내 위계와 권위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하며 젠더학을 공부해 온 것이었다. 요즘 청년의 우경화와 반페미니즘 경향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규락만 같아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주의에 기반한 사회에 의심을 가졌어요.”

“사회적 법칙을 깨닫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저는 잘나간다는 것의 구분을 몰랐어요. 세상 물정 모르고 자기 세계에 빠져 있었죠.”

“소설이나 영화에 몰입했는데, 청소년 시기 어느 순간 ‘구분하는 세계’에 던져진 느낌이었어요. 선생님들도 성공한 자, 실패한 자의 기준선을 주입하고요. 그때부터 ‘그 기준선을 왜 내가 지키면서 살아야 되지?’ 자문했어요.”

정치철학을 하고 싶던 이 회원은 정치에서 생명의 타자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정치철학이 제도화된 엘리트들의 정치만 다루는 경향이 있어 최근에는 재난사회학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에서 시민사회가 많은 것을 해왔는데, 재난 참사 운동하면서 활동가와 유가족이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와 연대하고 피해자 대응 매뉴얼 등을 체계화했죠. 국가가 정식으로, 제도적으로 시민사회가 요청한 것도 수용을 안 하니 나아갈 길이 멀죠.” 

“재난 참사에 있어서 사회가 책임지게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저 혼자 힘으로 되는 건 아니고. 연대하는 공동체를 꾸려가고 싶어요. 지속 가능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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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돈도 좋고 재테크도 좋은데 제가 바라는 사회는 좀 저 혼자 그냥 막 큰 집에 살고 이런 게 아니에요. 누구도 구렁텅이라고 해야 하나 물질적 조건 때문에 좌절의 늪에 빠지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마음 놓고 사는 사회를 원하기에 시민단체가 사회를 공익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후원도 한다는 이 회원. 그런 사회를 이루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이 회원. 지향을 물었더니 ‘군림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루저를 택하는 사람이고 싶다’라는 이 회원.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택하겠다는 어떤 이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낯선 규락 님에게서 우리의 향기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