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 편지- 2023년 8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목요기도회 활동소식

2023-08-14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목요기도회 활동소식

정경일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그리스도인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청와대 앞 효자동 입구 등에서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도회, 예배, 단식농성을 실천했습니다. 안산에서는 2015년 초부터 그리스도인 유가족이 합동분향소 주차장 컨테이너 박스 기독교예배실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애도와 연대의 마음으로 찾아온 교회들의 교인들이 예배를 주관했습니다.

2018년 4주기 추모 행사 후 합동분향소가 철거되면서 기독교예배실도 함께 철거되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과 그리스도인들은 흩어지지 않고, 매월 첫째 일요일 오후 5시에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화랑유원지 빈 들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유가족이 예배를 직접 주관했고, 유가족과 그리스도인이 함께하는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 유가족은 안산에서 길러진 결속력과 내적 힘으로 서울에서도 계속 활동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월례 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의 모임이 생겨나 여러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의 실무를 맡았습니다.

서울 기도회의 특징 중 하나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그룹이 함께했다는 것입니다. 복음주의 쪽에서는 성서한국의 임왕성 목사와 송지훈 사무국장,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목사가, 에큐메니컬 쪽에서는 촛불교회 김준표 목사, 고난함께 전남병 목사, 그리고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의 정경일 박사가 실무팀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늘 예배 제단을 만들고 크고 작은 돌발 사태를 해결해준 최헌국 목사, 코로나 기간 동안 촬영 및 방송을 맡아준 향린교회 김윤열 집사 같은 분들이 헌신했습니다. 고통 앞에서 신앙과 신학의 차이는 사라졌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왔을 때도 기도와 예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안산 정기 예배는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서울 목요기도회도 물리적 장소가 중요하지 않아지면서, 광화문광장 대신 여러 지역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현장에서 함께 예배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안산이나 광화문광장으로 올 수 없었던 이들도 온라인 예배와 기도회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은 코로나 시기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유가족은 이중의 재난을 겪었습니다. 믿었던 문재인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은 지지부진했고, 유가족의 고소·고발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단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등 진상규명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실망하고 분노한 유가족은 더 치열하게 싸웠고, 416 그리스도인도 힘을 모았습니다. 2020년 가을과 겨울 사이, 청와대 앞에서 30일 릴레이 단식 기도를 했고, 2021년 사순절에도 같은 곳에서 한 달 동안 집중행동을 했습니다. 이처럼 팬데믹 기간에도 그리스도인들은 애도와 연대를 멈추지 않았고, 지금은 서울시의회 앞 기억관을 지키기 위해 목요기도회 장소를 기억관 앞으로 옮겨 진행 중입니다.

교회가 ‘사회문제’로 여겨질 만큼 사고도 많이 치지만, 고통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연대하는 사람도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 유가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들도 그리스도인이지만, 가장 큰 용기와 힘을 준 사람들도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유가족은 당신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곁이 되어 함께 걸어준 동료 그리스도인 덕분이라며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연대해온 그리스도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의 길을 걸어온 유가족 덕분이라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오늘도 진실의 길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