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연대성명] 성찰의 숙의와 사회적 숙성을 불편해하는 위정자들. 우리는 여전히 참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논평] 성찰의 숙의와 사회적 숙성을 불편해하는 위정자들.
우리는 여전히 참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의 일방적 철거통고와 후속을 당장 철회하라!

세월호참사 이후, 7년.
우리 사회는 어디에 도달해 있을까?


우리의 기억은 초를 다투던 2014년 4월 16일 참사의 시각에 멈춰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이유로 오는 7월 26일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을 철거한다고 통고했다.
더불어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시민사회의 시장 면담 요청 또한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위정자들이 참사를 다루는 방식은 늘 이래왔다.
서둘러 갈무리 짓고 도서 관리하듯이 구획 지어진 책장들 속 어느 한 켠에 분류해서 정리 수납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일상과 분리시키고 과거의 한 페이지로 우리의 기억을 박제화시킨다. 

 

광화문광장의 기억공간 ‘기억과 빛’은 단순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다.
참혹하게 생명을 앗아간 부조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며, 기억의 대상으로서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이정표이다. 
광장이라는 열린 시공간에 기억공간을 세운 이유이다.
조각조각 파편화된 일상의 시민들을 성찰이라는 관계 맺기 속으로 인도하는 공유공간인 곳이다. 

 

사회적 기억과 성찰을 통한 사회적 감각 키우기를 극도로 불편해하는 위정자들의 거듭되는 구태는 2021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40년 전 광주항쟁도 그렇게 위정자들의 책장 속에 방치해 왔고, 이번 사태도 같은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사회적 숙의의 과정 없이 참사와 사회적 성찰을 대상화하려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일방적이고 무도한 행태에 우리는 다시 한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촉구한다.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일방적 철거 통고와 후속을 철회하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및 시민사회와의 대화에 즉각 나서라! 

 

우리는 참사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까지 절절했던 투쟁으로 세운 기억과 성찰의 광장, 촛불로 밝힌 약속과 연대의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다.

 

 

 2021년 7월 14일
기억과 성찰의 도보순례 팽목바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