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 조작 등 사건’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을 규탄한다
-김기춘, 김관진, 김장수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항소심 판결에 부쳐
1.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구회근)는 2020. 7. 8.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세월호 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에 대항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19노1880판결).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김장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김관진의 경우 공소장이 변경된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되 무죄라는 판단은 유지했다.
우리는 이번 항소심 판결이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 조작 등’ 사건의 책임자이자, 세월호참사 당시 및 직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대통령의 대처와 컨트롤 타워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든 자들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세월호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제대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구조업무가 정확하게 진행될 수 없었던 사실은 위 사건 진행과정을 포함해 수차례 확인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5분에 이르러서야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고, 당일 오전 구조 인원에 대한 보고는 세 차례만 진행됐다.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까지 있었음에도 구조 인원에 관한 정확한 파악이나 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304명이 희생되고 그 가족, 친지들의 삶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방기한 청와대와 그 관계자들의 책임은 너무도 무겁다.
3. 법원은 피고인 김기춘의 경우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상황보고서에 기재되어있는 시각이 수정된 사실이 범죄와 연관성이 없고, 국회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지 정하기 위해 작성된 ‘예상질의 응답자료’의 경우 허위공문서가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리고 서면질의 답변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의 원심 양형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법원 스스로도 피고인 김기춘의 행위(대통령이 참사 당시 상황을 제때 보고받지 못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밝혀질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 대통령이 끊임없이 보고받아 사고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작성, 제출)가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자 한 것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원심의 가벼운 형량을 정당하다고 한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정보가 편중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예상질의 응답자료의 경우, 2014. 7. 10. 국정조사특위에서의 답변 등을 대비하기 위한 자료였는데, 피고인 김기춘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검토한 자료였고,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 상황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공문서가 아니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피고인 김장수의 경우,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전 10시 15분 최초로 통화했다는 허위사실을 국회 답변서에 기재하도록 하였다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피고인 김장수와 최초로 통화한 시간을 근거로 세월호 침몰 이전부터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한 시간이 10시 15분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2014. 5. 22. 국가안보실장직에서 퇴임하여 작성 권한자가 아니고 공모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김장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당일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내에 있었던 보고 및 지시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자이다. 그 지위와 권한, 책임의 크기에 비추어볼 때 퇴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달리 판단할 수 없다. 더욱이 재판 과정에서 퇴임전후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에 대해 문서에 어떻게 기재할 것인지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었음에도 ‘공모’가 없었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
5. 피고인 김관진의 경우,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국가안보실)로 규정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변개한 혐의사실에 대해서도 범죄성립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승인한 것일 뿐 공용서류 손상의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한달반 만에 국가안보실장에 부임한 자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정 내용을 몰랐다고 할 수 없고, 위법한 수정이라는 점을 몰랐다고도 할 수 없다. 만약 몰랐다면 그 자체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6. 세월호 참사 당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보고와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행정부의 수반이자 위기관리의 총책임자로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물을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기 위해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했던 자들에게, 법원은 이번 판결로 또 한번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강한 규탄의 의견을 표명한다.
7. 한편 위 사건 재판부는 조윤선 등의 특조위 조사방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2019고1602호) 혐의에 관한 항소심 재판도 맡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서 보여준 재판부의 태도가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위 사건에서도 반복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재판 과정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며, 위와 같은 우려가 부디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2020년 7월 20일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l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l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l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세월호참사 책임자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
[공동 성명]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 조작 등 사건’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을 규탄한다
-김기춘, 김관진, 김장수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항소심 판결에 부쳐
1.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구회근)는 2020. 7. 8.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세월호 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에 대항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19노1880판결).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김장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김관진의 경우 공소장이 변경된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되 무죄라는 판단은 유지했다.
우리는 이번 항소심 판결이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 조작 등’ 사건의 책임자이자, 세월호참사 당시 및 직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대통령의 대처와 컨트롤 타워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든 자들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세월호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제대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구조업무가 정확하게 진행될 수 없었던 사실은 위 사건 진행과정을 포함해 수차례 확인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5분에 이르러서야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고, 당일 오전 구조 인원에 대한 보고는 세 차례만 진행됐다.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까지 있었음에도 구조 인원에 관한 정확한 파악이나 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304명이 희생되고 그 가족, 친지들의 삶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방기한 청와대와 그 관계자들의 책임은 너무도 무겁다.
3. 법원은 피고인 김기춘의 경우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상황보고서에 기재되어있는 시각이 수정된 사실이 범죄와 연관성이 없고, 국회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지 정하기 위해 작성된 ‘예상질의 응답자료’의 경우 허위공문서가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리고 서면질의 답변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의 원심 양형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법원 스스로도 피고인 김기춘의 행위(대통령이 참사 당시 상황을 제때 보고받지 못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밝혀질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 대통령이 끊임없이 보고받아 사고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작성, 제출)가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자 한 것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원심의 가벼운 형량을 정당하다고 한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정보가 편중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예상질의 응답자료의 경우, 2014. 7. 10. 국정조사특위에서의 답변 등을 대비하기 위한 자료였는데, 피고인 김기춘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검토한 자료였고,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 상황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공문서가 아니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피고인 김장수의 경우,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전 10시 15분 최초로 통화했다는 허위사실을 국회 답변서에 기재하도록 하였다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피고인 김장수와 최초로 통화한 시간을 근거로 세월호 침몰 이전부터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한 시간이 10시 15분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2014. 5. 22. 국가안보실장직에서 퇴임하여 작성 권한자가 아니고 공모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김장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당일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내에 있었던 보고 및 지시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자이다. 그 지위와 권한, 책임의 크기에 비추어볼 때 퇴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달리 판단할 수 없다. 더욱이 재판 과정에서 퇴임전후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에 대해 문서에 어떻게 기재할 것인지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었음에도 ‘공모’가 없었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
5. 피고인 김관진의 경우,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국가안보실)로 규정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변개한 혐의사실에 대해서도 범죄성립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승인한 것일 뿐 공용서류 손상의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한달반 만에 국가안보실장에 부임한 자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정 내용을 몰랐다고 할 수 없고, 위법한 수정이라는 점을 몰랐다고도 할 수 없다. 만약 몰랐다면 그 자체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6. 세월호 참사 당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보고와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행정부의 수반이자 위기관리의 총책임자로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물을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기 위해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했던 자들에게, 법원은 이번 판결로 또 한번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강한 규탄의 의견을 표명한다.
7. 한편 위 사건 재판부는 조윤선 등의 특조위 조사방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2019고1602호) 혐의에 관한 항소심 재판도 맡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서 보여준 재판부의 태도가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위 사건에서도 반복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재판 과정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며, 위와 같은 우려가 부디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2020년 7월 20일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l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l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l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세월호참사 책임자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