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기자회견] 세월호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


[활동소식]

세월호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

‘4.16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공동위원장 상임대표 김광준, 김종기, 김민문정, 박승렬, 송성영, 양경수)’는 1월 10일(수) 11시 30분, 세월호참사 10주기를 100일 앞두고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억 다짐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4.16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가오는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기로 했던 모두의 마음을 다시 모아주실 것을 호소하고, 세월호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히고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였습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 중 발언 및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생명이 존중되고 안전이 모두의 권리로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난 9년을 달려왔음에도,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회적 아픔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겪었던 권리 침해와 혐오모독이 여전히 재난참사의 피해자들에게 재연되는 것에 개탄하며,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더 폭넓게 소통하고 더 단단하게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4월 16일, 그날의 약속을 기억하며 시민에게 드리는 글

2024년 새해를 맞으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과 뭇 생명들이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올해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0주기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합니다. 10년 전 그날 우리는 구할 수 있었던 목숨 304명이 희생되는 광경을 우리는 함께 보았고, 애통해하는 피해 가족들의 애통한 절규와 탄식을 함께 들었습니다. 생존자는 있었지만 구조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국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참사는 4월 16일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되었습니다. 구조가 절실한 순간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국가는 수색과 수습도 방기했습니다. 팽목으로 달려온 절박한 피해 가족들 앞에 국가는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참사의 목격자들이고 증인입니다.

우리는 4월 16일의 약속을 기억합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일상이 되어버린 재난과 재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지켜지지 못하는 목숨들, 희생되고 잊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운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과 분노 속에서 우리는 ‘참사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재난의 폐허 위에서, 국가의 침몰 앞에서, 우리 스스로 빼앗긴 권리의 옹호자가 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더 안전한 사회, 책임을 다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망각, 외면, 책임 전가, 은폐에 맞서기로 다짐했습니다. ‘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끝까지 함께 할게’ 약속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우리는 4월 16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해왔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왔습니다. 참사 직후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까지 거대한 추모의 행렬이 만들어지고, 노란리본의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수많은 기억과 다짐의 연결망이 만들어졌습니다. 진실을 온전히 밝히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은 전에 없는 규모의 국민서명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역사상 최초의 재난참사독립조사기구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일깨웠습니다.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침해된 권리가 재조명되고, 매일매일의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는 시민재난과 산업재해의 예방과 대책에 관해 시민과 노동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존중받으면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국가의 책무에 대해 새롭게 자각했습니다. 시장과 권력은 바뀌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은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만남, 소통, 연대를 통해 다져왔기에 힘이 셉니다.

지난 10년간 4월 16일의 약속을 함께 실천해오신 시민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깊은 절망을 헤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왔습니다. 함께 맞잡아왔던 손이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을 지우고 우리의 연대를 흔들어, 과거로 되돌리려는 퇴행과 역주행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그날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 4월 16일의 약속을 가슴에 간직해온 모든 시민들께 호소드립니다.

다시 전국에서 노란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주십시오. 노란리본은 4월 16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하여 다시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그 마음과 의지를 다시 모아 보여주십시오. 정부의 비협조 속에 지체되고 있는 4.16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건립을 함께 촉구해주십시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고 왜곡하여 그 이후의 변화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맞서 주십시오. 세월호 지우기는 이태원참사 지우기, 오송참사 지우기, 나아가 우리가 직면할 모든 위험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신호탄입니다. 진실과 책임,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향한 재난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연대를 ‘재난의 정치화’로 낙인찍고, 혐오정치의 사냥감으로 내던지는 것에 함께 싸워주십시오. 특히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함께 겪어야 했던 4.16세대들에게 호소합니다. 분노하고 연대하고 행동해주십시오.

둘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될 수 있도록 함께 촉구하고 행동해주십시오. 비록 특별조사기구를 통한 조사는 종료되었지만, 진상규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구조방기와 국가폭력의 윤곽이 드러났을 뿐 전모가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침몰원인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책임 있는 이들이 제대로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구조를 방기했던 해경지휘부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와 그 후의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의 공식인정, 대통령의 사과, 미공개 정보 공개와 추가조사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인정도, 사과도, 추가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런 책임회피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책임자에 대한 불처벌에 항의하고 온전한 진실을 요구하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부에 정보공개와 추가조사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시민의 힘으로 진실을 찾아 나아갈 것입니다. 온전한 진실, 완전한 책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셋째,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침해된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연대해 주십시오. 4월 16일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에 국한된 다짐이 아니라, 재난참사로 고통당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 고통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권리를 옹호하는 최일선에 서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피해자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세월호 참사 이후의 피해자들, 시민재해에서 산업재해에 이르는 모든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 주시고, 그 권리를 지키고 확장하는 일에 함께 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끝까지 함께 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기술문명이 발전함에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훼손한 자연환경과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의 규모는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안전할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제도화하여, 이윤이나 정치적 득실을 위해 부과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지휘책임까지 물어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결코 후순위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함께 해주십시오.

시민여러분,
10년 전 팽목항에서 슬픔과 절망으로 무너져내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피해 가족들이 시작한 이래 시민들이 손잡고 함께 나섰던 그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4월 16일의 약속을 잊을 수 없기에 우리는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을 계속이어갈 것입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4.16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가 시민여러분의 참여를 호소드립니다.


2024. 1. 10.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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