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논평] 세월호 이후 재판 받는 운항관리자들의 선박안전기술공단 특별 채용을 즉각 취소하라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을 부실하게 관리한 실태가 드러나 징역형 등 유죄를 선고 받은 운항관리자 등 30여 명이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무더기로 특별 채용된 사실이 7월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해양수산부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금고 미만의 형은 채용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문제없다는 주장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재판이 진행 중인 운항관리자들의 임용을 보류한다고 뒤늦게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2015년 1월 해운법, 선박안전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이전에 한국해운조합이 담당해온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 수행을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전하였다. 이렇게 업무의 이전이 진행된 것은 과적과 평형수 감축 적재, 차량 및 컨테이너 부실 고박 등이 참사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주들의 이익 단체인 해운조합이 운항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실제로 안전규제를 무용하게 만들어 왔고, 반복된 연안 여객 사고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실한 안전점검의 당사자들을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인력으로 또다시 채용했다는 막장드라마 같은 현실을 유가족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특히 2013년 3월 세월호가 출항을 개시할 때부터 세월호에 직접 승선해 월례 점검, 승선 지도, 운항관리규정 이행 상태 확인 등 각종 점검을 해 온 운항관리자 2명도 특채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는 참사의 끔찍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분투를 벌이고 있는 유족과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다.

 

운항관리직 자격이 되는 면허 소지자 숫자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굳이 업무상 비리로 재판받고 있고, 아직 그 죄값도 치르지 않은 이들을 채용하고 나선 것은 '국가 대개조', '안전혁신' 등의 정부 구호가 얼마나 빈말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게다가 인력 채용과정부터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안전 관리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번 유죄판결자 특채채용논란은 실질적인 책임자는 처벌하지 않고 하위직들만 처벌한 후, 그들끼리 서로 봐주면서 부패와 무능의 카르텔을 공고하게 유지해 온 한국사회 고질적인 병폐가 되풀이되어 작동된 결과다. 사고는 있지만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구호뿐인 개혁만 난무하던 이전의 재난 대응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안전규제 민간위탁' 문제가 제기되자, 내놓은 정부대처가 운항관리자/해운조합으로 형성돼 있던 카르텔을 '선박안전기술공단' 중심으로 민관유착 관피아 구조로 대체하는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끔찍한 사태이기도 하다. 이해 관계자들끼리 봐주기가 성행하는 '안전카르텔'을 유지한 채 안전사회 건설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분노를 담아 엄중히 요구한다.

 

1. 부실한 운항관리로 처벌받은 인사들의 선박안전기술공단 채용을 즉각 취소하라!
2. 국민안전처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 이전 준비 및 실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2015년 7월 7일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