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연대성명 - 대구4.16연대]] 그 누구에게도 이 영혼의 영토를 철거할 권한은 없다

 

 

[성명] 그 누구에게도 이 영혼의 영토를 철거할 권한은 없다

- 오세훈 시장의 세월호 기억관 철거를 규탄하며

 

세월호 기억관은 국가폭력에 의해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수장된 사회적 대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기억의 영토다.
세월호 기억관은 한창 풋풋한 꿈을 안고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에 대한 참회의 영토다.
세월호 기억관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살인 범죄에 철저한 책임을 묻는 정의의 영토다.
그리고 세월호 기억관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는 참사의 진상을 밝혀 안전한 나라로 나아가겠다는 행동의 영토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흐르도록 차마 셀 수도 없는 우리 국민들은 이 영토에서 울었다. 속죄하고 그리워했으며 다짐해왔다.

 

그리하여 이 영토는 별이 되어 떠나간 이들의 영혼의 거처다. 서울시민만의 광장도 아니며 가슴에 맺힌 슬픔을 넘어 다음세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국내외 시민동포들의 양심의 푯대다. 따라서 세월호 기억관은 절대로 행정 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그 누가 이 영혼의 영토를 함부로 철거할 권한을 지닌단 말인가. 

 

한낱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이 유한한 감투를 앞세워 이 피맺힌 영토를 지워버리겠다는 게 말이나 될 일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세월호 기억관 철거 방침은 콘크리트 공사를 밀어붙여 기억마저 땅에 묻고 참회와 속죄의 기회를 박탈하며 안전사회로 나아가려는 무수한 땀을 짓밟는 행위다. 참혹하고 비정했던 그날을 잊지 않으려는 대구의 '세월호 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의 이러한 행각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지난 7년 간 우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울고 어깨 걸면서 열과 성을 다해 연대해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겪어 온 아픔이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사회적 아픔이며 국민 모두가 오롯이 껴안고 치유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공감은커녕 마치 눈엣가시 빼듯 고집스럽게 철거를 강행하려는 오 시장의 행위는 인륜마저 저버리는 처사다.

그리하여 오세훈에게 명한다. 이 영토에 손도 대지 마라.


우리는 결코 이 진실의 영토를 빼앗길 수 없다. 안전한 내일로 가려는 양심의 푯대를 내릴 수 없다.

 

2021년 7월 14일(수)
대구4.16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