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성명]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에 대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 4.16연대 입장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에 대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 4.16연대 입장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11월 19일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여객선 좌초 사고와 관련하여 11년 전 발생한 세월호참사의 기억과 아픔을 되새기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구조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 도서 '족도' 근처에서 좌초되었습니다. 총 267명(승객 246명, 승무원 21명)의 탑승객 중 3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중 일부는 충격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활한 구조 작업으로 전원 안전하게 구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의 가장 심각한 우려는 인적 과실입니다. 초기 조사 결과 항해 책임자가 좁은 해역에서 자동조종장치를 끄지 않고 조종해야 할 구간을 넘어간 정황이 드러나 조종 과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선원법 개정으로 “선박의 충돌·침몰 등 해양사고가 빈발하는 해역을 통과할 때”는 선장이 직접 지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진술에서 "항해사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어 선박의 조작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인적 과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목포 VTS(선박 교통 통제센터)가 선박이 정상 항로를 이탈한 사실을 사고 직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관제 요원 1명이 사고 당시 5대의 선박을 동시에 감시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참사 때와 같이 목포 VTS는 관제탑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퀸제누비아2호가 통상 경로에서 벗어나 1.6km를 항해하다가 족도와 충돌했음에도 VTS는 이를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선원들의 승객 선내 방송도 늦었습니다. 승선했던 다수 승객들은 “사고 직후 승조원이 혼란스러워했고, 약 30분 후에야 구명조끼를 입으라 등 비상 집결 안내가 나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다시 떠올리는 상황이 반복된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인적 오류'와 '관제 실패'라는 핵심적인 위험 요인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이번 사고를 통해 극명하게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사고 지점은 최근 몇년간 수많은 해양 사고가 발생한 고위험 지역입니다. 이런 위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항로 관리·경보 체계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정부·해경의 책임 방기입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국가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보여줍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는 수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적 과실 최소화를 위한 선원들의 교육·관리·통제 강화가 필요하며 국가 및 해경의 관제·지휘 체계의 명확화와 책임성 확보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위험 지역에 대한 구조적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신속·정확한 대응 체계 구축을 통해 국가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구조적 시스템을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이러한 교훈들이 제대로 제도화·현장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증명하고 있습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철저하고 독립적인 책임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운항 책임자 및 조타 담당자의 인적 과실 가능성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자동조종 모드 사용 여부, 휴대폰 조작 여부, 조타 전환 시점 등 모든 항해 기록(블랙박스, CCTV 등)을 확보하여 정밀 조사를 시행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형사 책임 추궁을 해야 합니다.

둘째, 관제 및 운항 안전 시스템의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VTS 관제 시스템과 운영 절차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점검을 즉각 실시해야 합니다. 고위험 해역에서의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과 실시간 이탈 감지 의무화, 그리고 관제 요원 증원 등의 보강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VTS의 책임성 명확화와 과실 시 처벌 규정 정비, 항로 설계와 선박 운영 규정에 대한 전반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셋째, 재난 대응 및 피해자 지원 체계를 보강해야 합니다. 해양 사고 발생 시 구조 역량의 상시 동원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항해 기록 장치, 통신 기록 등의 사고 원인 분석 수단을 표준화하여 은폐나 왜곡을 원천 봉쇄해야 합니다. 부상자와 승객들이 받은 신체적, 심리적 충격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심리 치료 및 적절한 지원을 즉시 제공해야 합니다.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단순한 해양 사고가 아닙니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겪고도, 여전히 생명을 지키는 기본적인 안전 책임과 통제 의무를 방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경고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국가의 생명 보호 책임을 강력히 촉구하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또 다른 반복"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정부와 모든 관계 기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점검과 개혁에 나서야 하며, 세월호참사가 남긴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는 책임자가 명확히 처벌되고, 관제 체계와 운항 안전 제도가 구조적으로 개선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감시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25년 11월 21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