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성명] 해경지휘부 2심 무죄 판결, 또 다시 해경지휘부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한다.

[성명]

해경지휘부 2심 무죄 판결 규탄

또 다시 해경지휘부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한다. 

무능과 부주의에는 과실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 납득할 수 없다

재난에 처한 사람들은 국가의 부주의까지 고려해 스스로 생존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2023. 2. 9. 세월호참사 해경지휘부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취지를 받아들여 무죄를 판결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을 구조해야 할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30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한 해경지휘부에,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책임이 있는 국가에, 2심 재판부는 다시 한번 면죄부를 주었다.

세월호참사의 사건에서 법원의 역할은 해경지휘부가 승객 구조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그 책임을 명확히 물어, 사법 정의를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 요지였던 ‘구조계획 수립, 선내 파악 등 의무 이행 여부’ 등의 기준들을 모두 무시한 채, 책임자들의 핑계만을 수용하고 1심 판결문을 그대로 복사한 것 같은 내용을 주문했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검토해보건대, 재판부는 서해청 상황실 관계자 등의 진술을 보아, 9:24경 서해청 상황실이 진도 VTS로부터 전달받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정보는  ‘세월호가 50도 기울었다는 것’과 ‘세월호에서 승객 비상탈출 여부를 문의한다는 것’ 등으로 제한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하여 광역구조본부 소속 피고인들이 세월호에 퇴선 준비 없이 선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나 위 판단은 선내파악의 의무가 피고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판단이다. 9:24경  진도VTS가 서해청 상황실에 승객탈출 문의를 했을 때, 서해청 상황실은 퇴선문의를 하게 경위와 퇴선 준비 상황을 묻는 등, 선내 파악의 의무를 하지 않았다. ‘퇴선을 위한 선내 준비가 되어있었는지 예견할 수 있었느냐’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되며, 피고인들에게 법률/매뉴얼 상 주어졌던 ‘선내 파악 의무’를 다하였는가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탈출 문의 이후 5분이 지나 9:28경 현장에 도착한 헬기가 ‘바다에 아무도 없다’고 보고했음에도, 선내 상황을 다시 파악하거나 퇴선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피고인들은 확인하지 않았다. 승객 구조에 도움을 줄 정보와 기회를 무시했기 때문에, 해경지휘부는 ‘구조계획 수립’도 하지 않았다. 관련하여 구조계획 수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서 찾을 수 없다.

관련하여 피고들은 이미 세월호가 50도 이상 기울었다는 정보와 비상탈출 문의 정보에 따라 급박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50도 이상 기운 세월호 선내에서 승객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면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50도 기울기 외에도, 진도 VTS 외의 KCG, TRS 등을 통해 서해청은 세월호의 승객 인원 및 선내 방송 어려움 등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123정장 김경일의 책임을 인정했던 대법원은 세월호가 50도 이상 기울었고 선내에 있는 승객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고, 유효적절한 조치로서 퇴선 조치가 당연했다고 판단했다. 304명의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해경지휘부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했는데도, 항소심 재판부는 통신상황에 좋지 않았다거나, 세월호 선체의 내부결함으로 급격한 침몰 때문이었다는 해경지휘부의 핑계를 그대로 들어주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사참위에서 새롭게 밝혀낸 ‘구조가 가능했던 시각’에 대해서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 기존 판결은 9:50경에 이미 선내 진입을 통한 구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선조위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사참위가 조사를 종료하고 약 8개월이 지난 이 시점까지, 10:17까지 퇴선조치가 있었더라면 유의미한 인명구조가 가능했다는 사참위의 연구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오늘의 판결문은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국가 공직자의 부주의로 국민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지더라도, 부주의와 무능이 면죄부의 근거가 되고 처벌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민은 국가의 보호 없이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심어주었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해상에서 생명, 안전의 위기에 처한 승객들은 구조 세력 간의 소통 오인 가능성과, 급박성 인지 부족 가능성, 주의의무에 부주의할 가능성, 무능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구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불신과 불안 속에 살기를 거부하며 거리에 나왔고,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으나, 오늘 항소심 재판부는 또다시 우리의 외침과 수많은 희생을 무참히 짓밟고 헛되게 했다. 우리는 결코 이 판단을 납득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다시 한번 간절히 그리고 준엄하게 요구한다. 

검찰은 법리 해석 등에 대한 근거를 보강하여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라.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하라.
사법부는 세월호참사의 책임자, 해경지휘부를 엄벌하라! 

2023.2.10.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