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졸업식에 부치는 글

2016-01-12

 

단원고 졸업식에 부쳐

 

1월 12일, 단원고 졸업식이 열립니다. 2014년 4월 16일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탈출해 돌아온 학생들이 이제 단원고를 떠납니다. 우리는 이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매년 돌아오는 봄을 환하게 웃으며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내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학교를 나와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사회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지만은 않습니다. 참사 이후 생존학생들은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공포와 고통, 친구를 잃어야 했던 상실과 슬픔에 대해 충분히 말하지 못해왔습니다. 그들이 겪어낸 시간에 귀 기울일 틈도 없이 세상은 참사를 지우려고만 들었습니다. 진실도 안전도, 세상은 약속하지 못한 채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 학생과 교사들의 자리가, 다시 만날 수 없는 희생학생과 교사들의 자리가, 누구보다도 생존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할 것입니다. 단원고 교실의 빈 자리가 친구들을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도 참사로부터 졸업해야 합니다. 아직 졸업할 수 없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존학생들의 졸업은 온전한 끝도 온전한 시작도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존학생들을 응원합니다. 졸업식 하루만큼은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설렘으로 벅찬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등학교와는 또 다른 곳에서 이어질 삶의 여정에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사를 겪어낸 힘으로 세상에 굳게 설 때까지,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를 미안함보다는 그리움으로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이들이 우리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참사로부터 졸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 온전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행동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016년 1월 12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